콩이와의 산책

우리 산책 나가볼까?

by J브라운
콩이와의 눈맞춤

난 SBS 동물농장 애청자다. 일요일 아침마다 아내는 늦잠을 자는데 난 꼭 9시 30분에 일어나서 꼬박꼬박 동물농장을 챙겨본다.


오늘도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동물농장 때문이 아니라 콩이가 보고 싶어서 일찍 눈이 떠진 듯했다. 침실에서 나오니 콩이가 역시나 꼬리를 흔들며 날 맞이해 줬다.

이래서 강아지를 키우는구나. 고양이는 자기가 오고 싶을 때만 집사에게 온다는데 강아지는 주인이 부르면 언제든 와서 애교를 부려준다.


아직 잠이 덜 깨 소파에 누워 콩이를 내 가슴 위에 올려다 놓았다. 콩이는 높은 곳에 있는 게 불안한 건지 딱딱한 내 가슴이 싫은 건지 잔뜩 끙끙대며 자릴 잡지 못했다. 렇게 한동안 내 가슴 위에서 왔다 갔다 하더니 이내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자기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내 팔과 가슴 쪽을 핥기 시작했다. 그게 뭐가 웃긴지 난 내 몸을 핥고 있는 콩이를 보면서 배시시 웃었다. 한동안 내 몸을 그렇게 핥아대던 콩이는 조금 지나자 편하게 누워서 눈을 감고 있었다.


콩이의 체온이 느껴졌다.


따뜻함, 이 묘한 느낌은 뭘까?


이 작은 아이의 체온이 이렇게나 따뜻하구나. 기분이 묘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생각해 보니 사람이 아닌 동물의 체온을 이렇게 몸으로 느껴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너무나 따뜻했고 그 따스함 속에서 콩이의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이 느낌을 계속 간직하고 싶어서 한참을 그렇게 누워있었다. 머리를 쓰다듬는 내 손길이 나쁘지 않았는지 콩이도 그렇게 잠에서 깨지 않고 있었다.


콩아.. 이렇게 따뜻한 너의 체온을 잊지 않을게. 나에게도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얼마 후 아내가 침실에서 나오더니 나와 콩이를 보고선 웃기다며 그렇게 좋냐고 물었다. 그러게.. 콩이가 정말 좋네. 보내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겠지.


아직 기침약을 먹고 있고 접종도 시작하지 않아서 산책을 시키면 안 되는데 콩이가 너무 답답할 것 같아서 집 근처 공원에 내가 안고 한번 나가보기로 했다. 날씨도 따뜻하니 안고 나가서 한 번씩 내려주면 냄새도 맡으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듯했다. 목줄을 채우고 혹시 몰라 대변 봉투와 비닐장갑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콩이와 함께 하는 첫 산책이다. 콩이보다 내가 더 신난 것 같았다.

공원 근처로 가서 콩이를 땅에 내려 주었더니 콩이 표정이 여기는 어딘가 하는 표정이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콩이에게 "콩이야 가자" 했더니 움직이진 않고 길바닥에 배를 깔고 납작 엎드려버렸다. 겁이 난 듯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귀여웠다. "콩아 괜찮아, 천천히 가볼까?" 하고 목줄을 살짝 당겼더니 눈치를 보며 일어나서는 한 걸음씩 발을 떼기 시작했다. 그러다 주위에 있는 이름 모를 풀들을 보면서 냄새도 맡고 입으로 막 뜯기도 했다.

호기심이 많은 콩이

조금씩 적응이 되나 싶었는데 옆으로 낯선 사람들이 지나가자 또 바로 배를 바닥에 깔고 납작 엎드렸다. 난 그 모습이 또 너무 귀여워 웃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콩이를 보더니 너무 예쁘다고 만져봐도 되냐고 물어봤다. 괜찮다고 만져보시라고 했더니 콩이 옆에서 머리도 쓰다듬고 얼굴도 만져보고 했다.


콩이는 사랑받을 줄 아는 아이인 것 같다. 사람들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꼬리를 살살 흔드니 그 모습이 더 귀여워 보였는지 한동안 그 사람들은 콩이 옆을 떠나지 않았다. 그걸 보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 콩이는 어딜 가도 저렇게 사랑받겠지 하는 마음도 들었고.


강아지와의 산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인내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산책다운 산책을 처음 하는 콩이는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생각은 안 하고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의 냄새를 맡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걸 보고 있으려니 나중에 콩이가 새로운 가족을 만나 그 사람들과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땐 지금보다 더 커져 있을 거고 산책도 많이 해서 아주 자연스럽겠지. 지금은 다른 강아지가 다가오기만 하면 바로 얼음이 돼버리지만 나중엔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인사도 하고 같이 놀기도 하겠지. 그게 언제쯤이 되려나.


한참을 그렇게 돌아다니던 콩이의 발걸음이 왠지 모르게 좀 무거워진 듯했다. 피곤한가 싶어서 콩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향했다.

콩이와의 입맞춤

품에 안기고 처음엔 불편한 듯 이러저러 움직이더니 조금 지나자 자리가 잡혔는지 가만있던 콩이가 나에게 갑작스레 입맞춤을 해왔다. 콩이의 입맞춤에 살짝 놀란 것도 잠시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내 입을 막 들이댔더니 콩이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느라 정신이 없다.


반려동물, 그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재미가 이런 건가 싶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동물과의 교감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콩이와 산책을 하는 동안 눈을 맞추고 입을 맞추면서 뭔가 뭉클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말로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데 그냥 이 작은 생명과 내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고 하면 맞으려나. 콩이도 내 마음을 조금은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하면서도 고마움에 눈물이 났다. 옆에서 아내가 한마디 했다.


"마음은 약해서~ 으이구"


생각해 보니 콩이가 화요일에 집에 왔는데 처음엔 좀 어색해하더니 지금은 많이 밝아졌고 이제는 기침도 다 나았는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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