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일까

끝이 아니길

by J브라운




콩이와의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임시보호를 해주시기로 한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 저녁부터라도 임시보호가 가능하니 혹 괜찮으면 오늘 저녁에 콩이를 데리고 와도 된다고 하셨다. 아내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얘길 나눴다.


사실 내일(월요일) 출근하면서 콩이를 회사로 데려가려고는 했는데 사장님이 출근하실까 봐 걱정이 되긴 했었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어 함께 출근하려 했는데 차라리 잘된 건가 싶었다. 너무 갑작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어차피 보내기로 했던 거 하루 먼저 보내도 괜찮을 것 같았고. 그분께 저녁에 데리고 가겠다고 연락을 한 뒤 콩이를 바라봤다.


이제는 내가 거실 바닥에 앉아 콩이야 하면서 내 무릎을 툭툭 치면 콩이가 무릎 위에 올라와서 앉는다. 지금도 같은 방법으로 콩이를 불렀더니 저기서 꼬리를 흔들며 살랑살랑 다가와 내 무릎 위에 앉았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이제는 정말 콩이를 보내야 하는 시간이 된 것 같아 여러 감정이 뒤섞였다.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 더 사랑해주지 못한 미안함, 더 많이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 이렇게 보내야만 하는 미안함. 이 복잡 미묘한 내 감정의 실체는 그저 콩이를 향한 미안함이었다.


입 밖으로 꺼내기 싫었는데 왠지 지금은, 그리고 한 번은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콩이를 쓰다듬으며 콩이 귓가에 작게 얘기해 줬다. 정말 미안하다고.


잠시만 안녕


그렇게 콩이와 잠깐의 시간을 보낸 뒤 콩이 짐들을 싸기 시작했다. 겨우 6일을 함께 했을 뿐인데 짐이 꽤나 많았다. 콩이가 누워있던 방석, 재미나게 가지고 놀던 장난감, 깔고자던 담요, 밥그릇, 사료, 간식들, 개껌, 배변패드, 샴푸, 응가 냄새가 지독해서 샀던 탈취제 등 그새 콩이 용품들이 한가득이었다. 아내는 두고 혼자 콩이와 용품들을 가지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가까운 거리다. 차로 10분도 안 걸릴. 자꾸만 감정이 격해지는 것 같아서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래, 콩이에겐 이게 최선인 거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임시 보호자 분을 만났다. 이미 메신저와 통화로 많은 얘기를 나눴기 때문에 먼저 콩이부터 소개해 드렸다. 콩이를 보시고는 너무 예쁘다며 품에 안으셨다. 콩이는 언제나 그렇듯 그분 품속에 가만히 안겨 있었다. 기침 때문에 약을 먹고 있는데 지금은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것과 약을 다 먹이고 나면 병원에 데려가서 괜찮은 건지 검사만 좀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다. 안 그래도 내일 바로 병원에 가보려고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에 진료예약을 해놨다고 하셨다. 너무 감사했다. 챙겨 온 콩이 물건들을 보여드렸더니 방석이나 밥그릇, 배변패드 등은 여분이 많이 있어서 괜찮다 하셨고 장난감, 담요, 사료 정도만 챙겨가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임시보호 경험도 많으시고 강아지를 키우고 계신 분인 데다 직접 만나서 얘기해 보니 콩이를 잘 케어해 주실 것 같아서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분은 일단 임시보호를 하는 거지만 본인도 콩이가 좋은 곳으로 입양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입양처를 알아보겠다고 하셨고 함께 있다가 지금 살고 있는 아이와 잘 맞으면 본인이 입양을 할 수도 있다고 한번 더 말씀해 주셨다. 정말 고마웠다. 난 그저 감사하다고, 콩이를 잘 부탁드린다는 말만 계속했다.


한동안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이제 정말 콩이와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됐다. 그분 품에 안겨있는 콩이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을까. 이렇게 나와 헤어지고 나면 콩이도 나를 그리워해 줄까. 아니다, 콩이는 나를 그리워할게 아니라 더 좋은 가족을 만날 준비를 해야 한다. 나도 콩이가 행복하길 바라니까.


콩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콩이야.. 당분간은 이분 집에서 지내게 될 거야. 이렇게 보내서 정말 미안해. 함께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많이 미안해. 아프지 말고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어야 해.

콩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차에 탔다. 이제 출발을 해야 하는데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콩이에게 손을 흔들며 얘기했다.


"콩이야 나 갈게~ 안녕!!"


차가 움직이고 콩이가 사이드 미러에서 조금씩 멀어져 갔다. 기분이 복잡 미묘했다. 무슨 생각으로 집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집에 돌아와 보니 콩이가 없는 집이 너무도 휑하게 느껴졌다. 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


잘 데려다주고 왔냐는 아내의 물음에 "응" 짧게 한 마디를 건네고 소파에 앉으니 아내가 고생했다며 날 안아줬다. 이제 막 콩이를 보내고 왔는데 벌써부터 콩이가 보고 싶다. 집안 여기저기서 콩이의 냄새가 나는 듯 했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자꾸만 커지는 미안함과 또 그만큼 커지는 그리움. 콩이를 보낸 지금의 나에겐 딱 이 두 가지 감정만 남아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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