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집으로
Welcome to my house
첫 목욕이 아니었을까.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는 기다림이었다.
얼마 뒤 나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나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일단 이 아이는 이제 3달 정도 된 여자아이고 홍역이나 진드기, 심장사상충은 없는데 기침하는 건 아직 어려서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폐렴으로 번져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고 하셨다.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에 또 한 번 너무 미안해졌다. 그때 내가 보내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진 안 됐을 텐데. 지금은 일단 약으로 치료를 해보고 차도가 없으면 입원 치료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회복이 되면 컨디션을 보고 접종을 시작하면 될 것 같다는 말씀도 해 주셨다.
휴.. 그래 일단 약을 먹으면 좀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약 1주일 치를 받고 드디어 집으로 왔다.
집에 온 걸 환영해
'자 이제 여기가 네가 지낼 집이야. 우리 집.'
함께 집에 오긴 했는데 일단 바깥 생활을 너무 오래 한 아이어서 냄새가 많이 났다. 감기 기운이 있긴 하지만 집에서 함께 생활하려면 어떻게든 몸을 씻기는 수밖에 없었다. 오늘을 대비해 어제 동영상으로 강아지 목욕시키는 법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다.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만 지금은 컨디션도 좋지 않은 아이를 위해 잘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물 온도를 따뜻하게 맞추고 뒷다리부터 적셔나가면서 씻기기 시작했다. 눈, 코, 귀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기에 신경 쓰면서 최대한 빨리 씻기려 했는데 다행히도 아이가 도망가거나 저항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있어줘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 참 순한 녀석이다 정말. 비록 내 허리는 조금 아팠지만.
수건으로 돌돌 말아서 물기를 빨리 제거하고 드라이기로 꼼꼼하게 털을 말려줬다. 다 말려줬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이가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이런.. 컨디션이 확 떨어진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냥 씻기지 말걸 그랬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드라이기로 털을 더 말리고 그래도 떨림이 멈추지 않아 내 품에 아이를 꼭 안았다. 아이의 떨림이 느껴졌다.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고 그저 이 아이를 따뜻하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에 내 품에 안은 채로 계속 앉아 있었다. 입으로 따뜻하게 입김도 불어주면서 그렇게 얼마 동안을 안고 있었더니 아이의 떨림이 조금 덜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제야 조금 마음이 놓여 아이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 아이는 보호소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짖거나 소리를 내지 않았다. 보호소에서 나에게 안길 때도, 차를 타고 오는 동안에도, 병원에 있는 동안에도, 목욕을 하고 내 품에 안겨있는 지금 이 순간도. 기침소리 외에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왠지 마음의 문이 닫혀버린 것 같아서 마음이 짠했다. 그만큼 미안한 마음은 커져갔고.
좀 더 지나니 몸의 떨림은 완전히 멈췄다. 거실 한 편에 쉴 수 있는 방석을 마련해 줬고 그 위에 아이를 내려놓았다. 뭔가 불편한 듯 자리를 못 잡고 서성이다가 방석 아래로 내려오는 녀석. 바닥이 아직 차서 걱정스러운 맘에 다시 방석 위로 올려줬더니 또 내려왔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서야 방석에 누워 쉬기 시작했다. 혹시나 추울까 봐 담요를 덮어주고 그제야 욕실과 현관 쪽 정리를 시작했다.
휴.. 강아지를 키운다는 게 보통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목욕 한번 시키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정리를 어느 정도하고 나서야 이 아이의 이름을 생각해 볼 겨를이 있었다. 이름을 뭘로 지어줘야 하나.
음... 그래 콩이로 하자. 새까만게 검은콩을 생각나게 하는 아이라서 콩이로 부르기로 했다.
콩아~ 너도 이름이 맘에 드니?
콩아~ 이제 니 이름은 콩이야 알았지? 콩콩~
혼자 이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저녁을 줬더니 세상에나 사료를 씹지 않고 그냥 후루룩 삼켜버리는 듯했다. 적은 양이 아니었는데 순식간에 밥그릇이 비었다. 의사 선생님은 콩이 뱃속에 음식물이 많이 차 있다며 새끼들은 주는 대로 그냥 다 먹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밥을 너무 많이 주면 안 된다고 하셨다. 더 주고 싶긴 하지만 이 말이 너무 신경 쓰여서 일단 조금만 주기로 했다. 대신 간식을 따로 챙겨주는 걸로.
지금의 콩이는 회사에서 처음 봤을 때와 너무 달랐다.
우리 집이 낯설기도 하겠지만 그냥 방석에 축 쳐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원래 강아지들은 낯선 곳에 오면 냄새 맡으면서 돌아다니는 거 아니었나. 그냥 오늘은 피곤한 거겠지 생각하며 가만히 있는 콩이를 나도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친해지고 싶다고 섣불리 다가갔다가 콩이가 놀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어느 정도 적응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아내가 왔다.
아내가 아니었다면 콩이를 데려오지 못했을 거다. 강아지를 조금 무서워하는 아내는 내가 콩이 사정을 얘기하고 일단 데려오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을 때 싫은 소리 한번 없이 내 의견을 존중해 줬다. 그리고 콩이를 처음 본 아내는 활짝 웃으며 콩이와 인사를 나눴다. 물론 무서워서 만지진 못했지만.
밥을 먹고 약을 먹여야 하는데 강아지 약을 먹여보는 것도 처음이라 좀 난감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가루약이라 약봉지에 물을 아주 조금 넣어서 녹인 뒤 주사기에 담는 것까진 좋았는데 이걸 어떻게 콩이에게 먹여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콩이는 당최 입을 벌릴 생각을 안 했다. 한 손엔 주사기를 잡고 한 손으로 입을 벌려보려 하는데 콩이가 기를 쓰고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아 이거 어쩐다.
결국 콩이 간식으로 사 온 개껌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개껌을 주자 콩이는 냉큼 입에 물고 방석으로 돌아갔다.
그 순간 잽싸게 콩이 옆으로 가서 개껌을 먹느라 바쁜 콩이의 벌려진 입을 잡고 어금니 쪽으로 주사기를 넣은 후 그대로 약을 쭉 밀어 넣었다. 콩이가 고개를 숙이는 바람에 약이 많이 입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치곤 잘한 듯하다. 내일은 고개를 좀 더 위로 들고 먹여야겠다는 것도 배웠고.
"고생했어 콩이야" 하며 콩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오늘 밤은 콩이가 아무 걱정 없이 푹 잤으면 좋겠다.
그간 보호소의 차갑고 좁은 케이지 안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오늘은 그런 것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푹 자고 일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