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만남. 그동안 잘 지냈니?
다시 만난 너에게
보호소에서의 재회드디어 그 아이를 데리러 가는 날.
전날 부랴부랴 애견 용품점에 가서 이 아이를 데려올 켄넬과 집에서 사용할 배변패드, 샴푸, 사료, 방석 등 필요한 물품들을 사 왔다. 더 필요한 것들은 지내다 보면 하나씩 생각이 나겠지.
회사에서 보호소까지는 거리가 60km 정도로 대략 차로 1시간 조금 더 걸렸다. 가는 동안 괜히 마음이 급해졌다. 그간 이 아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혹시 나를 알아볼까? 그새 조금 더 컸으려나.
다시 만난다는 설렘과 앞으로에 대한 걱정이 실타래처럼 머릿속에서 엉켜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단 이 아이를 살리는 게 맞다는 것이었다.
보호소에 도착해 용건을 얘기했더니 잠시 앉아서 서류작성을 하면 아이를 데려다주겠다 했다.
작성해야 할 서류들이 몇 개 있었는데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빨리 그 아이를 만나고 싶은 마음뿐.
서류작성 중 직원분이 이런 얘기를 해 주셨다. 만약에 불가피한 사정으로 아이를 다시 이곳으로 데려오게 되면 그땐 바로 안락사가 진행된다고. 이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있으니 직원분이 아이를 안고 나왔다.
오랜만이야
아이를 보는 순간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날 뻔했다. 보호소로 간 후 2주 만에 그 선하고 똘망똘망했던 눈빛은 넋이 나가 버린 듯했고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아 몸도 마르고 털 상태도 엉망이었다. 그 어린것이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 듯 그저 축 쳐져서 직원분에게 안겨 있었다.
정말 그때 그 아이가 맞나 싶었다. 어떻게 2주 만에 이렇게까지 될 수 있는 걸까. 나에게 안기면서도 별다른 저항도 없고 짖지도 않았다. 상태를 물어봤더니 보호소 시설이 워낙에 취약해서 한 번도 씻기지 못했고 아이가 기침을 하고 있어서 병원에 바로 가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켁켁 거리며 연신 기침을 해 댔다.
마지막으로 봤을 땐 분명 이렇게 엉망이 아니었는데. 기침도 하지 않았고 활발했는데 지금은 이 어린아이가 삶을 포기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너무 미안했다. 그렇게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미안한 마음에 이 아이를 꼭 안아보았다. 그래 빨리 집으로 가자.
아이를 켄넬에 잘 들여보내고 안전띠까지 매어준 뒤 천천히 집으로 왔다. 보호소에서 집까지만 해도 거리가 100km였다. 이런 장거리 이동에 또 얼마나 힘들어할지 몰라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다행히 오는 내내 짖지도, 낑낑대지도 않았고 아무 탈없이 집 근처 동물병원까지 올 수 있었다. 전날 미리 예약을 해둔 덕분에 얼마 기다리지 않아 진료를 볼 수 있었다. 동물병원이 처음인 내게도 그리고 이 아이에게도 그 시간은 참 많이 낯설었던 것 같다.
병원에 와서 처음 이 아이에게 미안했던 건 아직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진료 접수를 위해 접수증을 작성하는데 이름을 쓰는 칸이 있는 것을 보고서야 이 아이에게도 누구보다 사랑스럽게 불릴 이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진료실에 들어가 선생님께 이 아이가 오늘 보호소에서 나왔고 기침 외에 전체적으로 어디 아픈 곳이 없는지 검사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이 아이를 꼼꼼히 보시더니 일단 외견상으론 큰 이상은 없어 보이지만 혹시 모르니 엑스레이 촬영과 전반적인 검사를 한 후 다시 얘기하자고 하셨다. 아이가 검사실로 보내졌고 난 혼자 대기실에 앉아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안쪽에서 강아지의 깨갱 대는 소리와 짖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아이 소린가? 별일 없겠지? 괜찮을 거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