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삶의 기쁨? 당연하죠!!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부에게서 이런 얘길 자주 듣는다.
물론 몸이 많이 힘들긴 하지만 아이를 통해 얻는 기쁨이 그것보다 훨씬 크다고. 그래서 힘든 줄 모르겠다고.
그리고 아이가 부부 두 사람을 더 단단하게 엮어줘서 부부만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진짜 하나의 가정을 이룬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아직 겪어보진 못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게 되는 기쁨과 행복이 얼마나 클지는 조금 짐작이 간다. 조카만 봐도 그렇게 예쁜데 내 자식이면 오죽할까.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큰 감동과 기쁨이 느껴질지. 그리고 아이가 생기면서 둘만 있을 땐 느끼지 못했던 좀 더 큰 책임감과 진짜 가족이 됐다는 유대감이 더 굳건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기쁨이, 그 행복이 누군가의 삶을 희생하면서 얻어졌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언젠가 예쁜 딸을 낳아 열심히 육아 중인 대학교 친구와 오랜만에 메신저로 얘길 하던 중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아이가 네 삶의 큰 기쁨인 건 분명하겠지만, 아이가 없는 지금의 네 인생도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스럽지 않았을까?"
이 질문에 친구는 그저 아이가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만 대답을 했더랬다.
미혼시절 결혼한 내 모습을 상상해 볼 때면 언제나 날 닮은 아이와 함께 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생각은 결혼 후에도 변함이 없었고 어느 정도 신혼생활을 보낸 후 아내와 자녀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다. 하지만 생각이라는 것은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다. 나도 그렇고 아내도.
너무도 당연하게 아이를 생각하고 있던 우리가 어느 순간부터 서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됐다.
'지금 이렇게 둘이서도 좋은데 굳이 아이가 있어야 하는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이런 생각은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주위의 많은 부부들을 보면서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먼저 육아로 인해 힘들어하는 엄마들을 너무도 많이 봤다. 물론 남편들도 육아에 많은 기여를 하지만 여전히 엄마의 역할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친정이나 시댁이라도 가까이 있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 하루 종일 울고 보채기만 하는 아이와 함께 있어야 하는 엄마들은 정말 얼마나 힘들 것인가.
출산과 육아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겪는 엄마들이 많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82년생김지영 추천합니다.)
여기에 자식들 다 키우고 나서 이제 좀 편히 쉬려나 했는데 이젠 또 손주들 육아까지 도맡아야 하는 우리의 엄마들(할머니)은 또 무슨 죄란 말인가.
육아로 인해 부부 사이가 틀어진 경우도 종종 보게 됐다. 집에서 하루 종일 육아에 시달리던 아내는 남편이 퇴근하면 아이를 맡기고 좀 쉬려고 하지만 남편은 남편대로 직장에서 일하고 들어온 터라 역시 피곤한 상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이렇게 서로 힘든 상황에서는 상대를 향하는 말에 애정을 담기가 어렵다. 의도치 않은 가시 돋친 말이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되고 이 상처는 육아가 끝나지 않는 한 아물지 않게 된다. 몇 년간은 악순환의 반복이다.
(모든 부부가 이런 건 아니지만..)
경제적인 부분도 아이 갖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지금은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시대다. 아이를 낳고 대학교 졸업까지 수 억 원의 돈이 들어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미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없어진 상황에서 개천에 있는 아이가 온전히 혼자만의 노력으로 용이 되기엔 벅찬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문득 생각해 봤다.
'우리가 아이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
둘이 살기엔 부족함 없지만 아이가 생긴다면 과연 아이가 만족할 만큼 충분한 지원을 해 줄 수 있을까.
우리 부부가 맞벌이긴 하지만 고액 연봉자도 아니고 남겨줄 수 있는 건 지금으로선 그저 은행 빚으로 산 아파트 한 채가 전부다. 흔히 말하는 가난의 대물림, 부익부 빈익빈이 이런 거 아닐까.
뭘 이런 것까지 걱정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현재 취업난을 겪고 있는 지금의 20~30대 젊은 층이 비혼을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내 앞가림도 힘든데 결혼, 더 나아가 출산은 언감생심이라고.
마지막으로 만약 아이를 낳는다 해도 하나만 낳을 생각인데 형제 없이 혼자 키우는 것도 마음에 걸리는 게 사실이다. 외동으로 키울 때 마주하게 되는 문제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나중에 부모가 둘 다 세상에 없을 때를 생각하면 형제도 없이 아이 혼자 괜찮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아이도 자라서 자신의 가정을 이룰 텐데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하지만 내 경우를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형들 없이 나 혼자였다면 너무 외로웠을 것 같은데.
이런 얘길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이야 둘이 좋다지만 언제까지 좋을 것 같냐고. 나중에 아이도 없이 둘이서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고.
글쎄요.. 그건 그때 가봐야 아는 거 아닐까요?
육아 때문에 사이가 멀어진 부부보다는 나을 거 같습니다만.
막연히 '하나는 낳아야지'라고 생각했던 시절엔 보이지 않았던 다양한 문제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면서 지금 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결혼생활에 서로 간절히 원하는 것도 아닌데 아이가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우리는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3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