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하늘을 날면 어떤 기분일까..

by J브라운




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


비가 온다는 날씨예보에 우산을 하나 챙겨 나와 하늘을 보니 곧 비가 쏟아질 듯 잔뜩 구름이 끼어 있었다. 잠시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나오는 몇 분 안 되는 시간에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 늘 그렇듯 아내를 지하철역에 내려주고 회사로 향하려는데 점점 빗방울이 굵어지나 싶더니 잠깐 사이에 폭우로 변해버렸다.


요란하게 차를 때리는 빗소리에 들려오던 라디오 소리가 묻히고 세찬 비에 시야마저 좁아졌다. 와이퍼가 신들린 듯 춤을 추고 있었지만 쏟아지는 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속도를 조금 낮추고 빗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참 이상하게도 시끄러운 와중에 정적이 느껴지는 듯했다. 분명 들려오는 빗소리는 꽤나 시끄러웠는데 모든 신경이 눈앞에만 집중되어서였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빗소리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빗줄기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게 흡사 자동세차장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길 위에 나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빗방울이 조금씩 얇아지고 시야도 조금 트이기 시작했다. 그 덕에 긴장이 좀 풀리고 나니 문득 '오늘따라 기분이 왜 이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오늘은 아침부터 왜 이러는 걸까.

최근 몇 달, 참 많은 일을 겪었다.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일들 대부분은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 일부는 지칠 만큼 감정을 소모시켜 나를 꽤나 힘들게 하기도 한다. 요 몇 주가 그랬다. 유난히도 어렵고 복잡한 일들이 우르르 몰려와 시비를 걸 듯 날 툭툭 치며 지나갔다. 그리고 난 그 시간들 속에서 나 자신에 대한 후회와 걱정을 한 아름 안게 됐다.


난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
내가 정말 그 순간 최선의 선택을 했던 게 맞았을까. 어쩌면 애써 피하고 외면했으면서 그게 최선이었다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진 않았을까. 왜 용기 내어 헤쳐나가지 못했을까.

난 왜 조금 더 신중하지 못했을까.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난 철부지였고 더 많은 것들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소중한 시간과 아까운 기회를 날려버린 것만 같았다.


한껏 떨어진 자존감에 더해 지난날에 대한 후회가 끝없이 밀려왔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불안한 지금과 막막하게 느껴지는 내일을 또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 걸까. 여태 아무것도 이뤄놓은 것이 없는 듯 한 내가, 캄캄한 내일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물밀듯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지난날에 대한 후회는 지금의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후회만 하고 있기엔 지금의 내 시간이 너무도 아깝고 소중하다. 캄캄해 보이는 앞날도 마찬가지다. 걱정만으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고 답을 찾기 위해 그 어떤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걱정만으로 지금을 허비하기엔 나는 아직 젊다.


그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찾은 답이 바로 이것이었다.


사실 이건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바뀌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지도 모른다. 매일의 습관에, 굳어버린 생각에, 시간이 지나며 꺾여버린 의지에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게 되니까.


오랜 시간이 지나 딱딱하게 굳어버린 껍질을 깨고자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바꿔보기 시작했다. 아직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변해갈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중요한 건 내가 힘들게 한 발을 떼었다는 것이고 이 발걸음이 나 자신을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조금씩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무실에 도착해 보니 차가 세차를 한 듯 깨끗해져 있었다. 얼마 전 황사비를 맞아 지저분했었는데 세차게 내린 비가 차를 아주 말끔하게 씻겨주었다. 보고 있으려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살면서 이런저런 일에 치이고 상처받아 만신창이가 되는 나도 가끔 이렇게 깨끗하게 씻겨지길 기대한다. 마음속에 쌓인 감정의 찌꺼기들을 씻어내고 소중한 오늘 하루를 기분 좋은 시간들로 채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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