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Birthday To Me

감사합니다 모두.

by J브라운


며칠 전 9월 9일은 내 생일이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날에 태어나 어떤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올해 생일은 어떻게 보냈는지.


세상의 모든 9월 9일 생들에게 이날만큼은 큰 행복이 있었기를 진심으로 라본다.


생일.

예전엔 생일이면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를 기대하고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를 기다리곤 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축하를 받고 오랜 친구들과 소란스러운 축하파티를 하다 보면 그게 또 그렇게 재미있고 행복할 수가 없었으니까. 그랬던 내가 언젠가부터, 더 정확히는 나이가 불혹에 가까워지면서부터 생일에 대한 설렘이나 기대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게 됐다.


어쩌면 모두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크게 마음먹고 시작했던 가게를 내 기대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상태로 넘기게 된 그때부터였을까. 살면서 크게 실패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던 내게 무지막지한 좌절의 강펀치를 날려준 이 쓰라린 기억이 날 조금씩 작아지게 만들고 자존감도 갉아먹어 마땅히 축하받아야 할 생일에 대한 기대감까지도 지워버렸을지 모를 일이다.


지금 내게 생일이 뭐 별 건가 하는 탄식만 남긴 체.


아니면 그냥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인 걸까. 어떤 이유에서건 최근 몇 년간의 생일은 아무런 감흥이 없었던 게 사실이고 이번 생일 또한 뭔가 특별한 일 없이 여느 날처럼 지나갈 거라 생각했다.


Happy Birthday


생일날 이른 아침부터 문자가 하나 왔다.

뭔가 하고 봤더니 종종 가는 안경점에서 생일 축하한다고, 10% 할인쿠폰이 발행됐으니 한 달안에 와서 사용하라는 문자였다. 혹시나 지인의 축하 문자이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지 아닌 걸 알고 나자 피식 웃음이 났다.


'생일이 뭐 별거라고.. 뭘 기대했던 거야'


그렇게 출근을 해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오랜만에 친한 친구 녀석에게서 문자가 왔다. 참 편리한 모바일 메신저가 많은데 꼭 핸드폰 문자로만 연락을 하는 친구다.


"생일이냐?"


거두절미하고 딱 이 한마디였다.

맞다고, 한방 쏘라고 답장을 보냈더니 대답이 없다.

'뭐야 끝이야? 이 자식이~'

그랬는데 잠시 후 친구에게서 다시 문자가 왔다. 31 가지맛 아이스크림 기프티콘과 함께. 웬일인가 하며 생각해 보니 이 녀석에게서 받아본 첫 선물인 듯했다. 그리고 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게 동네 친한 친구에게서 받아본 첫 번째 생일선물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나 지금까지 30년 넘게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5명 있다. 이 친구들과 그간 참 많은 생일을 함께 보냈는데 그때마다 우린 생일을 맞은 당사자가 밥을 사고, 술을 사기만 했지 정작 생일인 친구에게 선물을 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닐 거라고, 그럴 리 없다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일이라고 선물을 주고받은 기억이 없었다.


생일이라고 얻어먹기만 하고 보기만 해도 토 나올 것 같은 폭탄주만 만들어주기 바빴을 뿐, 어떻게 선물 한번 해준 적이 없었을까. 론 그게 우리 우정의 방식이긴 하지만 오늘따라 이 친구가 너무도 고맙게 느껴졌다.


그러고 다시 일을 좀 하고 있으려니 또 하나의 카톡이 왔다. 예전 직장 동료다. 나이 차이가 좀 나긴 하지만 대화가 잘 통해서 가깝게 지낸 동료였는데 생일 축하한다며 선물을 보내줬다. 뭔가 좀 민망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는데 그래도 축하해 주는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근황을 얘기하다 보니 갑자기 얼굴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 편하게 예전처럼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퇴근 후 사람들과 어울려 소소하게 시간을 보내던 그 기억들이, 때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리를 메우고 있던 그 시간들까지도 종종 생각이 나는 요즘이다.


그러는 사이 지인들에게서 하나 둘 계속 카톡이 오기 시작했다. 가족, 친구, 전 직장동료들, 그리고 접은 지 2년이 되어가는 예전 내 가게에서 일했던 직원들까지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한 사람과의 대화가 끝난다 싶으면 또 다른 사람에게서 카톡이 오고 있었다.


마흔 번 넘는 생일을 보내면서 오늘 같은 감정을 느낀 적은 처음인 것 같았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그냥 조용히 지나가리라 생각했던 생일에 뜻하지 않게 찾아온 많은 사람들의 축하인사가 무언가 내게 위로를 건네주는 것 같았다고 하면 맞으려나.


괜히 눈물이 났고 모두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슬럼프


유독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는 요즘이다.

되돌릴 수 없는 지난 시간들에 대한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오는데 뻔히 어쩔 수 없음을, 빨리 이 어두운 감정을 벗어나야 함을 알면서도 생각처럼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후회의 감정은 결국 원망할 누군가를 찾게 되는데 이 마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결국 그런 선택을 했던 나 자신에게 원망의 화살을 겨누게 되었고 그 화살이 한발 한발 날아와 가슴에 꽂힐 때마다 내 기분과 감정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로 가라앉아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나마 요즘 바쁜 아내에게 내 어두운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가뜩이나 회사일에 정신없어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있는 아내에게 이런 내 모습까지 보여줄 순 없으니까.


이런 시간을 보내며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고 있던 내게 잠시 잊고 있었던 주위 고마운 사람들의 축하는 나에게 괜찮다고, 그럴 수 있으니 다시 힘을 내라는 위로를 전해주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서툰 문자로 막내아들의 생일을 축하해 주신 우리 엄마.

올해 칠순임에도 항상 아들들 걱정을 하시는 엄마가 오늘따라 오타도 없이 하트까지 3개를 넣은 축하 메시지를 전해주셨다. 이어지는 형들의 전화. 생일 축하한다는 형들의 얘기가 조금 쑥스럽긴 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항상 내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되어주고 있음에 틀림없다.


회사를 나온 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났지만 아직도 연을 이어가고 있는 예전 직장동료들. 특히 유난히 친하게 지냈던 한 선배와 얘길 하다가 깊게 얘기하긴 좀 그래서 간단히 요즘 슬럼프인 것 같다는 얘길 꺼냈는데 그 선배의 대답이 이랬다.


"엄살은~ 잘 이겨낼 거면서."


그런가.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면서 엄살을 부리고 있었던 걸까. 잠깐 다시 일어날 힘을 얻을 때까지 시간을 좀 달라고 때를 쓰고 있었던 걸까. 짧지만 진심이 담긴 선배의 이 한마디는 무척이나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가게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

20대 초중반의 어린 친구들인데 벌써 결혼을 한 직원도 있고 또 몇몇은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누구보다 멋지게 자신의 인생을 빛내고 있다. 장사가 처음이었던 내게 오히려 많은 힘이 되어주었고 함께 일하며 온통 즐거웠던 기억들 뿐인 이 친구들의 축하도 너무나 고마웠다. 잠시 아르바이트했던 가게 사장일 뿐인 내게 종종 안부도 전해주고 생일이라고 선물도 챙겨주고. 참 마음이 예쁜 친구들이다. 예전처럼 다 같이 모여 즐겁게 술 한잔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한동안 이어지던 우울했던 마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칙칙한 생각들이 내 생일을 기점으로 그제야 좀 걷히는 것 같았다. 요즘 통 즐거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생일이라고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좋은 기운을 얻었다고 해야 할까. 며칠이 지난 지금은 확실히 슬럼프에서 거의 다 빠져나온 기분이다.


여전히 너무도 어려운 인생


결코 짧다고는 할 수 없는 40년이 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요즘처럼 우울했던 날은 많지 않았다.

다시 무언갈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졌고 내 앞의 만만치 않은 현실은 단단하고 답답하게 날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에 지금껏 아무것도 해 놓은 것 없이 소중한 시간만 보내버린 것 같은 후회지 더해 점점 마음에 여유가 없어졌고 요즘 내 삶도 이런 내 생각을 그대로 따라가 있었다.


한동안 그 안에 갇혀 허우적대면서도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감도 못 잡고 있던 내게 올해의 생일은 말 그대로 선물과 같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주위 사람들의 많은 축하가 정말 큰 위로와 힘이 되었고 지금껏 이어진 이 소중한 인연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 한 명 한 명, 참 고마운 사람들.


언젠가 상황이 좋아진다면 빠짐없이 만나 이날의 고마움에 대해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리라.


2021년 9월 9일.

내 마흔두 번째 생일은 정말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간직될 것 같다.


Happy Birthday To Me!!





작가의 이전글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