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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식구가 늘었네?

by J브라운




흔히 고양이가 기분이 좋을 때 낸다는 '그르릉' 소리인 골골송.


회사 길냥이 레오도 얼굴이나 눈 위, 턱 등을 만져주면 바로 골골송을 부르는데 고양이가 이 소리를 내는 원리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골골송은 고양이들의 중요한 의사소통 방식 중 하나라고 한다.


고양이의 골골송


골골송의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위에서 말한 기분이 좋거나 심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때 내는 골골송이다. 반려인과 스킨십을 할 때 이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반려인을 좋아하고 그만큼 의지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자신의 몸을 치유하기 위한 골골송이다. 고양이가 밥도 먹지 않고 몸을 웅크린 체, 일명 식빵 굽는 자세로 이 소리를 낸다면 몸이 좋지 않다는 신호라 한다. 이 경우 고양이는 골골거리며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하는데 동물병원의 진찰대 위에서 골골거리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고양이들끼리 있을 때 골골 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이는 상대방에게 친하게 지내자는 의미다. 이때의 골골송은 공격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상대방을 달래고 안심시키기 위한 소리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 골골송.

하지만 더욱 신기한 건 이 골골송이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고양이의 골골송은 사람이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신경물질인 세로토닌을 분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생각할수록 정말 신기한 부분이다. 사람과 고양이가 교감하면서 서로에게 이런 편안함과 행복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그래서였을까? 내 손길을 잘 받아들이는 레오를 보고 있으면 언제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듯하다.


또 하나의 묘연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갑자기 때 이른 추위가 찾아왔다. 특히나 지난주는 아침 기온이 뚝뚝 떨어져서 벌써 겨울인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는데 그러고 보면 이제 정말 가을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해서 늦여름부터 잔뜩 사둔 가을 옷들을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하는 건 아닌지 싶다.


아직은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가을이 시작되던 10월의 어느 날. 생면부지의 치즈색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회사에 나타났다. 연휴를 앞둔 금요일 오후 밖에서 새끼 새소리가 한 시간 넘게 들리는 것 같아 무슨 일인가 싶어 나가 봤더니 새는 보이지 않고 저기 구석진 곳에서 혼자 울고 있는 치즈색 고양이 새끼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 녀석이 계속 울고 있었던 것이다.

넌 어디서 왔니?

딱 봐도 너무나 어려 보이는 이 녀석이 길을 잃은 건지 이제 막 독립을 한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한 시간 넘게 울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일단 사료라도 좀 챙겨줘야겠다 싶어 밥그릇을 가지고 나왔다.

그런데 이 녀석, 아직 겁이 많은 건지 조금 가까이 갔더니 저쪽으로 후다닥 도망을 가 버렸다. 경계심이 있는 녀석에게 섣불리 다가가면 안 된다고 해서 저만치에 사료와 물을 놓고 왔는데 얼마 후 다시 보니 정신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


이 녀석을 보고 있자니 작년 이맘때쯤 회사에 불쑥 나타났던 강아지 콩이가 생각났다. 지금은 좋은 가족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 콩이도 생후 3개월 정도 된 새끼의 몸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었다.

벌써 1년이 지나버린 콩이와의 첫 만남

그러고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작년엔 강아지가 나타나더니 올해는 고양이까지.


때마침 밥을 먹고 있는 새끼 고양이 곁으로 회사의 터줏대감 레오가 다가갔다. 레오도 아직 1년이 안된 고양이인데 레오에 비해서도 새끼 고양이는 한참 작았다. 보아하니 남자애 같았는데 그래서였을까?

순하디 순한 레오가 갑자기 몸을 웅크려 사냥하는 자세를 잡더니 그대로 새끼 고양이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레오가 이상한 소리까지 내며 배 쪽을 물려는 듯 위협을 가하자 새끼 고양이는 도망도 못 가고 그대로 배를 내보이며 바닥에 누워버렸다. 조그만 녀석이 안돼 보여서 말릴까 하다가 고양이끼리 서열정리를 하는 건가 싶어 그냥 보고만 있었는데 퇴근할 때쯤 보니 두 녀석이 그 새 친해졌는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잘 어울리고 있었다.


아직은 두 녀석 다 어린 고양이들이라 금방 친해진 듯 보였는데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녀석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걸까?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연휴인데 과연 화요일에 출근했을 때도 이 녀석이 이대로 여기에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같이 삽시다


화요일에 출근을 해보니 새끼 고양이가 떠나지 않고 레오와 함께 있었다. 길냥이인 레오를 위해 회사 창고 한쪽에 숨숨집과 방석, 스크래쳐 등을 마련해 줬는데 그곳에 새끼 고양이가 함께 있었던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새끼 고양이를 불러봤지만 겁이 많은 이 녀석은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도 후다닥 도망가 버렸다. 보면 볼수록 예전 슈렉에 나왔던 '장화 신은 고양이'를 떠올리게 만드는 외모여서 한 번 만져보고 싶은데 당최 곁을 주지 않는다.


그나저나 이 녀석도 여기에 머물게 되는 건가 싶은 마음에 조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레오와 레오의 천적 치즈냥, 그리고 이 새끼 고양이까지. 이 세 녀석이 공존하는 게 가능할까? 물론 사무실 안에서 키우는 건 아니기 때문에 회사차원에서 문제 될 일은 없을 듯한데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런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끼 고양이는 결국 이곳에 자리를 잡고 레오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회사에 나타나 레오를 만난 그 순간부터 이 녀석은 레오와 함께 살기로 작정한 듯하고 레오 역시 동생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처음엔 그렇게 앙칼지게 공격을 해대던 레오가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이제 두 녀석들끼리 서열정리도 끝난 건가 싶다.


새끼 고양이는 사료도 잘 먹고 레오와도 잘 어울려 논다. 가끔 말썽쟁이 치즈냥이 나타나 레오와 한바탕 요란하게 신경전을 벌일 땐 자기도 무서운지 먼발치로 도망가 있기도 하는데 그래도 이 녀석, 여기가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레오의 스크래쳐까지 차지해 누워있곤 하더니 이젠 정말 제 집인 듯 레오의 비밀통로를 통해 함께 사무실 안까지 들락거리고 있다.

레오 자리에서 꿀잠 중인 치즈냥

하지만 이렇게 회사 직원들이 알뜰살뜰하게 챙겨줌에도 여전히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고 곁을 내주지 않는 이 쪼꼬미에게 때론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레오가 사람들 손길에 익숙해져 개냥이가 된 것처럼 이 녀석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아직은 도저히 상상이 안된다.


건강하게만 있어다오


새끼 고양이가 회사에 나타난 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간다. 처음엔 너무 어린 새끼여서 퇴근할 때마다 이 녀석이 눈에 밟혔었다. 밤새 무슨 일이라도 나진 않을지, 어디 병이라도 걸리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출근 후 고양이 캔을 한 개씩 챙겨줬는데 그럼에도 이 녀석은 여전히 곁을 주지 않는다. 밥그릇을 내 쪽으로 가까이 두면 와서 먹지를 않고 내가 한 발 물러서야 먹기 시작하는데 그러다가도 조금 가까이 다가간다 싶으면 또 날름 도망가 버린다. 아 이 녀석, 이래서 언제쯤이나 한번 만져볼 수 있으려나. 고양이의 마음은 정말 알 수가 없다.


츄르를 줄 때도 마찬가지다. 쭈그리고 앉아 오른손에 츄르를 쥐고 쭉 뻗으면 그제야 자기도 고개를 빼꼼 내밀고 먹기 시작하는데 츄르를 짜려고 왼손을 움직이는 순간 이 녀석은 또 화들짝 놀라며 저쪽으로 도망가 버린다. 이런 모습이 처음엔 좀 서운하기도 했는데 어쩔 수 있으랴. 이 녀석이 마음을 열고 다가오길 기다려보는 수밖에.


그래도 벌써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나 처음 나타났을 때만 해도 너무나 조그만 새끼였던 녀석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다. 처음 사진과 비교해 보면 지금은 꽤나 많이 자랐는데 그간 사료를 너무 많이 먹었는지 배도 슬슬 나오고 있다. 안 그래도 레오 역시 회사에 정착하고 나서 조금씩 뚱냥이로 변해가고 있는데 이 두 녀석들 체중관리를 좀 해줘야 하나 싶다.


흐르는 시간만큼 둘 사이도 한 껏 가까워졌는지 아침에 출근해 보면 두 녀석이 마치 형제인 것처럼 꼭 붙어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생각해 보면 두 녀석 다 외롭지 않게 있을 수 있어서 잘된 일인가 싶기도 하다.

새끼 치즈냥이 혹시나 이곳을 금방 떠나진 않을까 싶어 아직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는데 이젠 멋진 이름을 하나 만들어줄 때가 된 것 같다.

형제인줄 알겠다옹! 배가 나오기 시작한 두 녀석

이 녀석들 난 분명 인연일 거라 믿는다.

고양이에 관심이 없던 내가 어느 날 나타난 레오를 만나게 되면서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젠 새끼 고양이까지 더해지면서 이 녀석들에 대한 어느 정도의 책임감이 생겨났다.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지만 아직도 자신이 없어 주저하고 있는 내가 길냥이들이긴 하지만 소중한 생명들을 돌보며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는 것이다.


이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왜 반려동물과 함께 하려는지 이해가 된다. 보고 있으면 너무나 사랑스럽다.

물론 이 녀석들 덕에 일이 많아지긴 했다. 화장실도 자주 치워줘야 하고 털도 제법 날려서 창고나 사무실도 자주 소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직도 레오는 톱으로 종 내 손과 팔에 상처를 내곤 하는데 그럼에도 손에서 느껴지는 레오의 따스함이, 그리고 내 손길에 너무도 편안한 모습으로 눈을 감고 있는 레오의 모습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가까워지려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모두와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치즈냥이 와도 서로의 따스함을 나눌 수 있게 되는 날이 곧 올 거라 믿는다.


그러니까 레오야, 치즈냥아!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그저 건강하게만 있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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