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한 흙이 마음을 열면
언 땅 속 숨어있던 가느다란 심장
물 길어 올려
마알간 얼굴 내밀고
시샘하는 바람에도 아랑곳 않는다
따사로운 햇살에
나풀거리는 시폰 블라우스
흩날리는 머리카락에
내려앉는 포근한 눈길
가벼운 걸음걸이 경쾌한 투스텝
살포시 고개 내미는 여린 잎새들
그 곁에 보일 듯 말 듯 피는 꽃잎들
손끝에 보드라운 생명의 숨소리 만져지고
겨우내 빈 화분 흙 속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몰라 노심초사
흙 풀어지고 햇살 깊어지자
세상구경 나온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햇빛 따라 하늘하늘
숨어있던 생명이 기지개 켜는 날
봄날 잔치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