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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희 Jan 02. 2022

머피의 법칙

     

몇 년 만에 나가는 동창회

있는 멋, 없는 멋 한껏 부리고

현관 문고리 잡는 순간 울리는 전화기

“어머니가 다치셨데, 빨리 병원으로 와~”

하필이면     


진관 한옥마을 마당에서 시화전 하는 날

어제까지 눈부셨던 파란 가을날이

사흘 굶은 시어머니의 얼굴을 하더니 빗방울을 뿌린다

하필이면     


꼭 보고 싶던 공연 티겟 예매가 내 앞에서 끝이 난다

막차 시간 맞춰 부지런히 뛰었건만 꽁지 보이며 떠나는 지하철

빚쟁이 피해 들어선 골목길이 하필이면 막다른 골목이라니     


은퇴하면 모든 일상 떨치고 크루즈 여행하려고

안 먹고 안 입고 애쓰며 모은 목돈

막 문을 박차고 나가려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머리채를 낚아챈다.     


왜?

하필이면     


한 해가 시작됐다.

매년 보낸 한 해가 쌓여 나에게는 63번째.

2022년에는 우리 집 뒷산 봉산에서 뜨는 해를 보고

잠수교 다리에서 지는 해를 보았다.


나는 

하루를 살았을까?

일 년을 살았을까?

63년을 살았을까?

뜨는 해와 지는 해를 보았을 뿐인데

바라건대 올해엔 머피의 법칙이 나를 피해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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