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나들이

돈의문 박물관마을

by 한승희


봄이라기엔 이르지만, 햇볕이 따스해서 집에 있기가 아까웠다. 마침 남편도 쉬는 날이라 가까운 곳에 나들이하자고 그의 팔을 이끌었다. 우리의 추억 한주먹을 얻어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찾았다. 우리는 거기서 60.7년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을 만나기 위해 여기저기 구경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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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 쪽에서 들어가니 처음 마주친 곳은 삼거리 이용원이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 따라가서 놀기도 하던 곳. 밀레의 만종 그림이 상표처럼 걸려 있던 곳. 가죽에 면도날을 쓱쓱 가는 이발사 아저씨의 괴기스러움, 그런 기억들이 엮어져 나온다. 상고머리로 짧게 깎으라는 엄마와 짧은 머리 싫다고 투정하는 어린 나도 보인다. 들어가 보고 싶었으나 안에 주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내다보고 있어서 그냥 지나쳤다. 이발소를 끼고 골목을 돌면 컴퓨터 게임장이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은 오락실 게임기 같은 것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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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나오면 바로 만나는 서대문 사진관.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들어가 보니 아무도 없다. 전시공간인 것 같아 둘러보니 복고풍 감성 물씬 나는 옛날 사진관이다. 거기다 옛날 옷을 입고 촬영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하얀 카라의 감색 교복 얼룩덜룩 교련복 남학생 검은 교복 등 옛날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 많아 반가웠다. 사진을 찍지 말라는 문구가 있어 눈으로 구경하고 나중에 우리 딸들과 사진 찍으러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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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 바로 극장이 있다. 새 문안 극장. 지금은 고교얄개라는 영화가 상영 중인가 보다. 그 시절 화제의 스타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층이 상영관이고 매점도 있었다. 복고 냄새가 물씬 나는 추억의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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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가니 서대문여관 간판이 보인다. 안에 사람이 있어 들어가도 되느냐고 물어보니 들어오란다. 문 안으로 들어가니 신발장 옆으로 계산하는 곳이 있다. 마루로 들어서니 양옆으로 번호를 단 방이 있다. 방안에는 음악감상실처럼 전축 엘피판 푹신한 의자와 탁자, 그 위에 꽃병까지(찻잔이 놓인 방, 뜨개실이 놓인 방도 있었다)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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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명동의 클래식 감상실을 다니던 기억이 따라왔다. 필 하모니인가 하는 이름이었던 것 같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두컴컴한 방에 영화관처럼 의자가 일렬로 있었고 그 안에 푹 파묻혀서 고전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손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었던 어느 시절의 이야기다. 집에 고전음악을 감상할 만한 전축이나 음반을 갖고 있지 못하던 어느 시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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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여관을 지나 신천지 출판사였던 곳을 가정집으로 꾸며 놓은 생활사 전시관을 들어가 보았다. 부엌에는 연탄 아궁이와 솥이 걸려 있고 한구석의 쥐까지 있었다.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까지 쥐 잡던 날이 있었던 것이 기억나는 걸 보면 쥐와 우리네 생활은 꽤 밀착되었던 듯싶다. 어쨌든 나는 개인적으로 쥐가 무섭다. 안방에 있는 자개장이 우리 집 안방으로 바로 데려간다. 아랫목에 깔려 있던 이불도 재봉틀도 모두 추억을 소환한다. 아이들 방에 있는 책가방과 앉은뱅이책상, 교복 교련복 그리고 한 귀퉁이에 세워져 있는 기타 모두 그리움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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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따라가니 돈의문 역사관이 눈에 띄었다. 돈의문이 어디 있었던 것이며 왜 사라졌는지 알려줬다. 도 당시에 교통수단이었던 거리를 다니던 전차, 아지오라는 이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한정이라는 한정식 맛집 등 그곳에 살던 흔적들을 보여주고 있다. 한쪽에는 유적전시실을 두어 마을 조성과정에서 발굴된 경희궁 궁장 보습을 보존하여 전시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도 고려하여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외방이라는 문패가 붙은 작은 문은 고등학교 때 극성이던 과외공부가 생각나 씁쓸해졌다. 지금은 학교 선생님이 과외를 못 하지만 그때는 각 과목별로 과외를 하였는데 돈이 없는 학생은 할 수가 없었다. 학교 선생님께 과외를 받으니 당연히 그들이 성적이 좋았다. 그때의 생각이 나는 추억은 곡 그립거나 달콤한 것만은 아니지 싶다. 어쨌거나 그것도 그 시대의 풍속화라 할 수 있음에는 말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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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돌아가면 돈의문구락부 삼대가옥 등 시대상을 대표하는 볼거리들이 우리를 기다렸다. 관훈 클럽은 그 시절 한량들이 다니던 곳으로 지금의 젊은이들이 다니는 클럽과 비슷하다. 당구대를 비롯해 BAR와 무대까지 전부 갖추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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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막걸리 전시관이 있어 둘러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시판되는 막걸리가 백여 종이 있다 하고 백만 원이 넘는 막걸리도 있다 해서 깜짝 놀랐다. 아직 다 돌지도 못했는데 다리가 아파 근처 학교 앞 분식집이라는 간판을 보고 들어갔더니 영업 중이어서 떡볶이와 김밥으로 요기하였다. 맛도 맛이지만 옛날 학교 끝나고 맛이 생각나 타임머신을 타고 온 기분이어서 무척 좋았다. 추억여행 한번 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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