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여정 삼삼한 기쁨 2

또 다른 사고

by 한승희

또 다른 사고



아야 소피아 성당은 이스탄불의 대표적 명소. 가톨릭 성당으로 지어졌으나 정치적 성향에 따

라 무슬림 회당이 된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닌 채 여전히 만인의 사랑을 받으며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는 의연한 건축물 아야 소피아성당 앞에 심란한 마음을 추스르며 공손히 두 손을 모은다.

20230115_093220.jpg 아야 소피아성당


성당 내부는 아름다웠다. 겉모습은 소박해 보였는데 천정에 있는 조명은 우주에 들어온 것 같은 신비감을 주었다. 마치 스타워즈의 어느 행성에 와 있는 것 같이 현실감이 없어졌다. 그 와중에도 멀리 서울에서 격리되어 있을 남편이 편안하게 생활하기를 기원하였다.

여행 첫날부터 들려온 어두운 소식은 마음에 그늘이 되었다.


20230115_102537.jpg 아야 소피아성당 내부

아야 소피아 관람을 마치고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난과 우리나라 호박죽 같은 비주얼의 수프, 닭고기구이와 밥 샐러드가 나왔는데 포르사용 케밥이라고 한다. 케밥 하면 꼬챙이에 꼽아 얇게 썰어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굉장히 많은 케밥의 종류가 있다는 것을 이곳에 와서 알았다. 수프는 향이 강해 애 입맛에 맞지 않았다. 밥과 닭고기와 란은 맛있게 먹었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 터키식 커피를 파는 곳에 가서 먹었는데 원두를직접 갈아 주는데 찌꺼기가 느껴지고 쓴맛이 강해 이것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20230115_110441.jpg 수프
20230115_110938.jpg 란 같은 빵
20230115_111043.jpg 구운 닭고기와 밥


점심을 먹고 방문한 곳은 톱카프 궁전.

하늘이 맑다. 궁전을 구경하기에 좋은 날씨다. 그러나 이스탄불 도착하자마자 시작한 강행군 여정에 몸은 쉬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그래도 가야 하는 게 패키지여행의 묘미지.

아야 소피아 성당 오른쪽 길로 들어서니 톱카프 궁전 정문이 있다. 톱카프의 뜻은 대포의 문이라 한다. 궁전으로 사용할 때 실제로 첨탑에 대포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궁전과 대포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리고 이 궁전이 디즈니의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어쩐지 눈에 익은 모습이 보인다.


20230115_124103.jpg 톱카프 궁전


문을 통과하자 맞이한 작은 정원은 깔끔했다.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았는데 내각 회의실 도서관 학교 주방 황제의 개인 용무실 등이 있었다. 아담하지만 마르마르 해안과 보스프루스 해안을 풍경으로 담고 있는 아름답고 소박한 정원을 가진 궁전.

궁전 바닷가 쪽으로 콘얄리란 카페가 있는데 아침에 가 봤던 보스포루스 해협과 이스탄불 아시아 지역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였다. 겨울이어서인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우리는 해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20230115_132532.jpg 콘얄리카페에서 본 아시아지역 풍경


다시 버스로 이동. 다닐 때는 버티겠는데 버스를 타니 절여진 파김치처럼 기운이 없다. 그래도 첫날인데 저녁을 먹으러 탁심 여행자의 거리에 있는 한식당으로 갔다. 김칫국과 호박전등으로 밥을 잘 먹었다. 진시황제가 부럽지 않았다.


저녁 식사 후 호텔로 가는 길. 시내 한복판 거리에서 버스가 오기로 해서 우리는 걸어서 이동했다. 사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빨간불인데도 횡단보도를 건너지를 않나, 교통신호 체계가 무색할 만큼 제멋대로였다. 복잡한 곳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 버스에 올랐다. 5분쯤 갔나?

“어머나!”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다. 일행 중 한 분이 휴대폰이 없어졌다고 소리친다. 복잡한 거리에서 버스를 타다 잃어버린 모양이었다. 혹시 식당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길 한쪽에 버스를 세우고 전화를 했다. 분실물은 없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분실한 것 같았다. 주머니에 넣고 있었는데 빠질 리가 없는데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빨리 수습을 해야 했다. 우선 휴대폰과 휴대폰에 끼여놓은 카드 분실신고를 했다. 그분은 일을 마치고 나서 오히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어 죄송하다며 여행 잘할 것을 당부하였다. 나라면 속이 터져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을 텐데 오히려 일행들을 배려하는 모습에 숙연해졌다. 속 깊은 그분의 말 한마디가 고맙게 느껴졌다.


서울을 날아 튀르키예에 와서 남편의 코로나 확진 소식을 들었고, 바로 그날 일행의 휴대폰 분실사고가 있었다. 마음은 무거웠지만, 여전히 일정을 소화한 나와 그리고 그분. 앞으로 14일의 일정에 별일이 없기를 기도한다. 이런 일연의 일과 반대로 날씨는 양평의기적을 말해주듯 맑고 신선했다.


우리는 숙소에 와서 짐을 풀었다. 이틀 만에 들어온 숙소의 안락함이 힘들었던 시간을 위로한다. 내일은 사비하콕첸 공항에서 카파도키아가 있는 카이세리로 이동한다. 일정을 소화하려면 될수록 빨리 쉬어야 했다.


이글을 정리하는 지금 튀르키예의 지진 소식을 들었다.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가슴이 아파 마음을 추스리기 힘들다. 반면에 얄팍한 인간의 소갈머리는 무사히 다녀와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안도한다. 이기적인 인간임에 틀림없다. 이율배반적 사고가 씁쓸하다.


마음을 모아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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