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여행 삼삼한 기쁨 4

돌이킬 수 없는 실수

by 한승희

돌이킬 수 없는 실수


카파도키아 열기구를 타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누르고 파묵칼레로 향했다. 덕분에 한 시간 정도 더 잘 수 있었고 호텔에서 아침을 여유 있게 먹을 수 있었다. 좋아해야 할지 속상해야 할지 갈팡질팡이다.


날도 밝지 않은 오전 7시에 첫 번째로 간 곳은 튀르키예 보석 쇼핑센터였다. 불을 환하게 켜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자의 일정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조절해야 하는 월급쟁이의 고단함이 느껴져 미안했다. 미안하면 매상을 올려주면 되겠지만 의심 많고 결정을 쉽게 못 하는 내가 그들에게 그렇게 도움 되는 손님은 아니지 싶다.


20230117_072659.jpg 새벽에 도착한 쇼핑센터


구경을 하며 화려한 터키석으로 장식된 펜던트가 마음에 들어 가격을 물어보니 너무 비싸다. 눈으로 만지작거리다 나왔다. 나의 탄생석이 터키석이라 온 김에 하나 장만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마음속에 행운을 간직하면 되니까.


버스로 7시간을 가야 히에라폴리스와 파묵칼레에 도착한다고 한다. 콘야 지방을 지날 때 눈에 익숙한 까치를 만나서 반가웠다. 지나다가 무슨 대학이라 했는데 잘 못 들었다. 생각나는 건 스타벅스가 있어서 좋은 대학이라는 말에 빵 터진 기억만 남아있다. 울 딸이 매번 우리 동네는 스타벅스도 없다고 타박하던 생각도 나고, 그래서 알게 됐다. 스타벅스가 있어야 좋은 곳이라는 것을.


카파도키아-파묵칼레 아동길1.jpg 파묵칼레 가는 길


두 시간쯤 달려 휴게실에 들렀다. 기사님도 휴식을 취하고 잠깐의 짬을 빌려 세차도 했다. 우리는 화장실도 가고 간단한 쇼핑도 하고 '젊어져라!' 마법을 걸면서 석류주스도 마셨다.



20230117_143105.jpg 휴게소



튀리키예 거리에는 레트리버만큼 큰 개들이 개 줄도 없이 어슬렁거리며 다닌다. 처음에는 무서웠다. 그런데 이 개들은 순둥이들이다. 궁금한 것은 밤에 무엇을 했는지 길 여기저기에 늘어져 자고 있다. 사람이 다니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다. 사람도 개도 자기 편한 대로 지내는 것 같다. 개만큼이나 고양이도 많았다. 서로 아무 상관하지 않고 자신들의 영역에서 잘 지내는 것 같아 신기했다.

어느 휴게소에서는 어미 개와 새끼강아지가 함께 다녔다. 그것을 보며 누군가 말한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란 말을 떠올랐다.


20230119_134737.jpg 길가의 개들

조금을 더 가다 점심을 먹고 차이도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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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달려 도착한 파묵칼레.

터키말로 파묵은 목면을, 칼레는 성을 뜻한다.

멀리서 보면 하얀 그 모습이 목화 성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특히 석회질 칼륨이 있는 온천물이 고대로부터 유명해 근처에 히에라폴리스유적을 갖고 있는가 보았다. 역사에 유명한 여왕 클레오파트라도 이곳의 온천욕을 즐겼고 아직도 그 온천이 있다.


옥색의 물이 하얀 그릇에 담겨 있는 것 같은 아름다운 곳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에 흥분이 되었다. 사실 좀 실망이다. 온천물은 차가웠고 흰 쟁반에 있어야 할 옥색 물은 비어있는 곳이 많았다. 가이드 말로는 주변의 호텔의 온천에서 물은 가져가서 이곳에 물이 없다는 소문이 있다고 한다. 사진의 마법에 또 걸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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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은 벗고 들어가니 바닥이 미끌거렸다. 무서움이 많은 딸은 잘 걷지를 못하고 간신히 따라 들어왔다. 가까운 곳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밑에까지 내려갔다 오자고 했더니 못 간다고 한다.


20230117_171834.jpg 파묵칼레



혼자 갔다 오겠다고 내려갔다. 우리 일행도 잠깐 발만 담그고 히에라폴리스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조금 더 내려가다 보니 혼자가 되었다.

마침 우리나라 모녀로 보이는 분들과 인사를 하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밑에까지 내려갔다 왔다.



딸은 내가 하도 안 와서 사고 난 줄 알았다며 신경질을 낸다.

나는 그때야 아차 싶었다. 함께 한 여행인데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구나 하고.

딸을 달래며 미안하다고 했다. 딸은 엄마가 즐거웠으면 됐다고 한다. 내 덕분에 아무것도 못 하고 신발을 지키고 있던 딸에게 미안해 찍소리도 못했다. 딸과 단둘이서 열흘 이상 여행을 하니 우리 딸이 다른 사람 배려를 잘하는 것을 알았다.

엄마보다 낫네.

우리는 잠깐 어색한 모녀간이 되었다. 시간이 없어 히에라폴리스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KakaoTalk_20230128_215212985_17.jpg 히에라폴리스


또 다시 들은 나쁜 소식.

내일 파묵칼레에서 열기구도 못 뜬다고 한다. 좋은 날씨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위험하단다. 아무래도 이번 여행에서 열기구는 타지 못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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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도착하니 온천탕이 있는 곳이었다. 대중탕도 있었는데 별로 당기지 않아서 객실 욕조에 몸을 담갔다. 고대부터 유명한 온천지역이라 하더니 명성이 맞긴 맞나 보다. 물이 부드럽고 좋았다. 클레오파트라가 온천욕 하러 온 것이 괜히 온 게 아니었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 물이 좋았다. 며칠을 강행군한 몸이 미역처럼 풀어졌다. 열기구를 타던, 못 타던 푹 늘어진 몸은 잠을 불렀다.


돌아와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파묵칼레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다.

두고두고 타박을 들을 생각을 하니 후회막심이다.

돌이킬 수 없으니 잘 무마해 봐야 할 텐데 서운함이 오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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