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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희 Feb 15. 2023

소소한 여정 삼삼한 기쁨 5

아쉬움만 남기고 지나가는 길

아쉬움만 남기고 지나가는 길          


파묵칼레의 열기구도 취소되어 호텔에서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느긋한 조식도 먹고 오늘은 에페소에 간다. 

맛있는 튀르키예 빵

오늘의 일정 처음도 쇼핑. 해뜨기 전에 버스에 타서 명품을 파는 곳에 갔다. 옷 가방 구두 운동화 등 유명상표를 단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보석점에서는 별로 쇼핑을 안 하더니 이곳에선 많이 산다. 나도 구찌 스카프 세 개를 샀다. 사고 나서 후회했다. 다른 제품을 골고루 살 걸 하고.


 

명품관 쇼핑센터

     

 쇼핑을 마치고 9시쯤 에페소로 출발     

가는 길에 땅의 열로 전기를 만드는 지열 발전소도 보고 귤밭과 올리브밭이 많이 보였다. 휴게소에 들러 가이드가 사주는 석류 주스 한잔을 마셨다. 길가에 사이프러스 나무가 많이 있었다. 가이드 말로는 주로 무덤 주변에 많이 심었는데 위로 죽죽 뻗는 나무가 하늘을 향해 있어서 하늘로 간다는 생각에 심은 것이라 했다. 


    



열한 시쯤 터키산 양가죽 의류 가게에 들렀다. 다양한 제품의 패션쇼를 보여주어 재미있었다. 품질도 좋아 보였다. 일행 몇 분이 올라가 함께 쇼를 해 주어 더 즐거웠다. 

판매원 중 한 분이 우리나라 안산에서 일 년간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말을 어찌나 잘하는지 아주 유쾌했다. 송도에서 왔다는 분한테는 인천에 가서 산 낙지에 소주 한 잔 먹고 싶다며 농담을 했다. 능숙한 우리말에 모두 즐겁게 웃었다. 그분의 유쾌함과 함께 질 좋은 양가죽의 깨끗함과 가벼움이 인상에 남았다. 

나는 코트 하나를 입었다 벗었다 하다가 돌아섰다. 오전 내내 쇼핑을 했더니 배가 고팠다. 


    

양가죽쇼핑센터 패션쇼




이름조차 ‘한국식당’인 곳에서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식당 뒤 곁에는 파, 갓, 마늘이 심어진 텃밭이 있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만난 눈에 익숙한 푸성귀들을 보자 고향에 온 것 같은 푸근한 마음이었다.     


 

식당 뒤꼍의 텃밭


이제 에페소로 출발.     

원래는 항구도시였는데 수차례의 지진과 지각변동으로 인해 해안이 후퇴되어 내륙처럼 되어 버린 도시라 한다. 재미있었던 것은 항구도시다 보니 유곽 지역도 있었는데 그 입구에 발자국 문양을 만들어놓고 그 발보다 작은 사람은 출입을 통제했다고 한다. 미성년자단속일까? 암튼 사람 사는 도시에는 예나 지금이나….  


   

유곽입구의 발자국 모양


이곳은 튀르키예에서 많은 로마 유적이 발굴되는 장소이다. 로마에 있던 원형경기장, 헤라클레스의 문 도미티아누스 신전 시리아풍으로 조각된 하드리아누스 신전 닛케이 조각상 등이 있고, 공중화장실은 현대의 좌식 화장실의 원조 격으로 보였다. 도미티 안 광장과 셀수스 도서관 사이의 크레테스 거리라 부른다. 돌무더기들이 무질서하게 있는 가운데도 길이 예쁘다. 히드리안 신전과 문의 일부가 유적으로 남아있는 길 끝에 셀수스 도서관이 있다.

     

크레테스 거리


처음부터 나의 관심은 셀수스 도서관이었다. 굳건한 외벽만 남아 뼈대만 있지만, 벽과 기둥에는 화려한 문양과 글자들이 새겨져 있다. 이천 년 전에 지어진 도서관으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페르가몬 도서관과 함께 세계 3대 도서관이라고 한다. 그 당시만 이천 여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었다고 하니 규모가 대단했다고 한다. 부서지고 남겨진 돌기둥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건축물은 아름답게 보였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 남아있을 그 당시의 얘기가 들릴 것 같아 귀 기울여 봤는데 바람 소리만 지나가고 있었다.


더 서성거리며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일정에 맞춰야 해서 서운함을 가득 안고 버스에 올랐다.      

열기구 탑승이 무산되어 아쉬움이 더한 가운데 한 분의 제안으로 원래의 일정에는 없었지만 임의로 쉬린제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쉬린제 마을은 그리스인들이 이주해 형성된 마을이라고 한다. 언덕을 올라가야 있는데 가는 길에 올리브나무가 산을 덮고 있다. 호텔에서 식사 때마다 올리브로 만든 요리? 가 8가지 정도 제공되어 하나씩 가져다 맛을 보았는데 시거나 떫거나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올리브 나무 울창한 산길을 지나 도착한 마을.  


   

산기슭 올리브나무


계단을 올라가니 아테미스 식당이라는 건물이 보이고 정원 같은 야외식당까지 유럽의 자유스러운 기운이 넘쳐났다. 아 그리스인이 이주해 세운 마을이라고 했지. 건너 쪽 빨간 지붕의 마을을 바라보다가 마을 구경을 나갔다.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소박한 물건들이 우리를 반겼다.   


   

아테미스 식당


여기에서도 튀르키예 어디를 가나 나를 감시하듯 따라다닌 푸른색의 눈동자 라자르 본주(악마의 눈) 만났다. 이름은 악마의 눈인데 악을 물리친다는 뜻으로 주로 병실에 많이 걸어 놓는다고 한다. 이 물건을 제대로 간직하려면 “마샬 라”란 주문을 외우고 간직해야 행운이 온다고 한다. 참고로 “마샬 라”의 뜻은 신의 뜻대로이다. 색깔은 예뻤지만, 눈알만 있는 것이 무섭기도 해서 사진 않았다.  

쉬린제 마을

   

건물 사이사이를 걸으면서 예전에 동유럽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보았던 이슬람 마을 모스타르가 생각났다. 우리나라 집성촌처럼 모여 사는 동네라고나 할까?

쉬린제 마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아테미스 야외식당으로 가니 건물 안으로 들어오라고 부른다. 건물 지하로 내려가니 포도주 시음하란다. 우리나라 서까래로 만든 것 같은 천장, 밖에서 보았던 호리병 우리의 시골과 비슷해 편안한 기분으로 따라주는 포도주를 홀짝거렸다. 


    

와인 시음 

정확히 말하면 포도주가 아니었다. 처음에 석류라면 한잔 두 번째로 배, 오디 체리 와인을 조금씩 시음했다. 먹으면서 마음에 맞는 와인을 사기도 했다. 우리는 잘 먹을 줄 모르니 그냥 시음만 하는 거로. 버스에 오르니 취기가 오르는지 호텔에 올 때까지 푹 잘 자고 왔다,      


발륵케시르에 있는 아샤 호텔에 도착. 근처에 마르마라 해협이 있어 저녁 먹고 바닷가를 다녀오기로 했다. 식사 후 근처에 대형 슈퍼가 있어 로쿰 하고 간식거리를 사러 나갔는데 이미 문이 닫혀 있었다. 9시 5분경이었는데 8시 반 폐점이란다. 저런 24시 편의점을 이용하던 우리가 느낀 불편함을 아시려는 지요. 바닷가도 걸어서 20분 이상 가야 한다기에 포기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열기구를 못 탄 것, 에페소를 느긋이 보고 싶었는데 일정에 쫓겨 다니 것 등 

이래저래 아쉬움만 남는 여행지로 남을 에페소 쉬린제 마을 관광이었다.     


방에서 짐을 풀면서 내일은 이집트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니 캐리어를 사기로 했다. 누군가 우리 방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어보니 부산에서 오신 부부였다. 오늘 쇼핑을 했는데 거기서 받은 사은품이 캐리어라 한다. 그런데 기내용보다 큰 거여서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처치곤란이란다. 마침 우리는 캐리어가 필요할 테니 자기네 짐을 덜어 주면 좋겠다며 그 캐리어를 쓰라고 하신다. 

세상에 이런 일이.

뜻밖의 횡재에 몸 둘 바를 모른다.

희비가 엇갈리는 삶의 현장.

새 캐리어


참고로

로쿰은 튀르키예의 국민 간식인데 종류가 엄청 많다. 호텔 디저트 코너에 가면 알록달록 종류가 많은데 달다. 식감은 젤리를 생각하면 되겠다. 빨강 파랑 노랑 색깔이 예전 우리의 불량식품을 떠올리게 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코코넛으로 만든 로쿰이 덜 달고 맛있었고 초코 로쿰도 익숙해서인지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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