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며
부르사 톱하네히사르공원, 올루 자미모스크
오랜만에 호텔에서 느긋한 출발을 했다. 밥 먹고 일곱 시면 버스를 탔는데 여덟 시로 하니 쫓기지 않는 편안한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부르사 가는 길, 마르마라 해협을 지나는데 해협 사이로 해가 뜬다.
게으른 성정으로 해맞이하는 것이 어려운 나에게 행운의 징조로 생각되었다. 서울이 아닌, 게다가 한국의 어느 해 뜨는 스폿도 아닌 달리는 버스 안에서 보는 일출은 새로웠다.
황금의 불덩이가 바다 위로 뜨는 것이 보인다. 잠시 후 넓은 들판 산등성이로 떠오르는 해가 답답한 내 마음도 다 데려가면 좋겠다. 코로나 확진 남편이 잘 견뎌내기를 바라며 새날의 밝은 해가 모든 상황을 긍정으로 바꾸기를 바라보는 아침이다.
오스만 튀르크의 첫 번째 수도이며 실크로드의 종착지였던 역사적 도시 부르사에 도착. 이곳에서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는 톱하네히사르에 올랐다. 전망 좋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부르사 시가지의 빨간 지붕은 유럽의 조용한 소도시가 주는 평화로움을 안겨줬다.
공원 중앙에는 화재와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시계탑이 있었다. 높이 25m라고 한다.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은 매일 오르내리느라 다이어트를 제대로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오스만 제국의 두 번째 슐탄이었던 오스한가지의 무덤이 있다. 문 앞에는 그곳을 지키고 있는 근위대? 가 있다. 조금 후 우리나라 덕수궁의 수문장 교대식처럼 이곳에서도 수문장 교대식을 했다. 털모자를 쓰고 커다란 도끼를 어깨에 둘러매고 입장하는 모습이 이국적이었다. 생각지도 않은 이벤트를 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역사적인 곳이어서인지 견학 온 학생들과 선생님이 교대식을 보고 설명을 듣고 있었다. 어느 나라나 군인의 경직된 절도 있는 열병식은 경이를 불러일으킨다.
앙카라에서 온 소녀
공원을 나서 부르사의 명소 울루 자미 모스크로 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길을 따라 빙 둘러갔는데 직방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고 하는데 요금을 받는다고 했다. 직접 확인해보진 못하고 일행이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별 걸 다 돈을 받는군 하며 실소하며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가이드가 이곳을 다니다 보면 10대 소녀들이 한국인을 엄청 좋아하며 아는척한다고 했다. 그녀들을 만나면 아이돌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해서 세 번째로 말도 안 된다는 웃음을 날렸다.
울루자미에 도착 모스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림은 없고 그림 같은 글씨가 우리를 반긴다. 아야 소피아와는 또 다른 분위기로 이곳 역시 내부가 아름다웠다. 가운데 분수대가 있어 인상적이었다.
분수를 바라보며 앉아 있으니 한 소녀가 다가와 한국에서 왔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어쩔 줄 모르고 방방 뛴다. 한국 너무 좋아한다면서. 좀 아까 가이드가 한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광팬을 만난 아이돌의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해 어깨가 저절로 올라갔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앙카라에서 엄마와 이모와 함께 왔다며 소개를 시킨다. 어떨 결에 인사를 하고 한국을 왜 좋아하냐고 물었다. K-POP을 좋아하며 방탄소년단 팬이라고 한다.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고도 했다. 이국의 15살 먹은 소녀가 한국 예찬하는 소리를 현실로 들으니 애국심이 솟아났다. 그녀와 딸은 한국 아이돌 얘기를 한참 하였고, 나와 소녀의 엄마와 이모는 머쓱한 채 서로를 보며 웃으며 그녀들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딸과 나는 먼 타국 튀르키예 부르사에서 우리나라 아이돌의 인기로 인해 특별한 경험을 했다. 나 스무 살 시절 팝송을 들으며 언감생심 우리나라 가수들이 빌보드 차트 1위를 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우리의 자식들이 해내고 있음을 볼 때 그 자랑스러움을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오늘 내가 그 현실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갑자기 딸이 화장실이 급하다고 한다. 유료 화장실이었는데 지하에 있어 좀 무서웠다. 마침 가지고 있는 리라도 없어 참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어쩔까 하고 있는데 가이드가 보였다. 20리라를 빌려 결국 화장실을 갔다. 생각보다 훨씬 깨끗하고 사용할 만해서 우려했던 게 민망했다.
울루 자미 모스크를 나오면 바로 바자르가 있어 자연스럽게 그리로 발길을 돌렸다. 금제품만 파는 상가도 있고, 수건만 파는 곳 제법 시장이 크고 화려했다. 시장 안 먹거리 골목에서는 에케르 빵과 차이를 마셨다. 여행은 역시 먹을 때가 최고.
다시 아흐멧 광장으로 이동 점심은 우리나라 동그랑땡 같은 쿄프테케밥이 나왔다 고기 완자와 감자튀김 밥이 나왔다. 입맛에 맞았다. 고추장 가져온 분이 있어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우리는 돌마바흐체궁전으로 갔다. 지중해를 끼고 직사각형으로 바다와 바로 인접한 궁전 내부를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거대한 샹들리에 촛대 양탄자 도자기 등등 황제가 이렇게 화려하게 잘 살 일인가?
금박 입힌 라디에이터 도자기에 예쁜 문양을 입힌 벽난로, 의자 등등 화제의 목욕탕과 목욕한 후 미온탕까지 있고 화장실마저도 대리석으로 되어있는 화려함.
마지막으로 연회장의 화려한 촛대 샹들리에 천정 화 장식들 입이 벌어진다.
예쁜 드레스 입고 시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거니는 왕녀였으면 좋았을까? 바다를 낀 포토존에서 사진 찍으며 세계 속에 또 하나의 내 발자국을 남긴다.
다시 블루 모스크 공원 근처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코스요리처럼 성찬이 나왔다. 밥에 양고기 고기완자 닭고기 그릴구이가 나왔다. 양고기는 냄새가 나서 싫고 닭고기와 완자는 맛있게 먹었다.
저녁 먹고 야간투어 갈 사람 가고 나머지는 한 시간 반가량 자유시간이 주워졌다. 우리는 트램 근처 상점을 돌아다니고 로컬 슈퍼를 찾아 골목골목을 누볐다. 딸과 함께 이국의 밤을 골목을 누비며 보내는 슈퍼마켓 쇼핑하는 재미가 좋았다.
9시 30분 이스탄불 공항으로 이동
공항에서 짐 부치고 게이트에서 12시 반까지 의자에 누워 비몽사몽.
한 시 15분 비행기로 이집트로 간다. 새로운 여행이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