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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주 Jun 13. 2022

이별은 일기예보처럼

상대방의 마음도 미리 알았으면


나는 사실 지금껏 연애를 하면서 좋은 이별의 경우가 없던 편이었다. 물론 이별에 좋은 이별이 어딨겠냐마는 그래도 30대가 된 지금은 괜찮은 이별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이전의 연인이었던 사람들과 헤어졌을 때도 많이 찾아봤던 영상이었지만, 김지윤 소장의 동영상이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만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잘 마무리하는 것이니까. 잘 이별하는 사람들이 극복도 잘하고 다음 만남도 더 성숙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니까.


김지윤소장의 유튜브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쉽게 함께 하려 하지만 이별하는 과정은 일방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둘이 함께했던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생각지 못한 생이별을 감당해야 하는 건 한 사람의 몫이다. 물론 이별을 고한 사람도 충분히 고통스러우리라 생각한다.


'첫눈에 사랑에 빠져 모든 게 잘 맞는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어쩌다가 이렇게 헤어질 수 있을까?' 사랑에 빠지는 일은 대단한 일이다.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사람을 바보로 만드니 말이다. 이별도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결혼을 하고 싸우고, 또 이혼을 하고 인생을 살아가느냐 말이다. 이 세상에 나보다 먼저 많은 이별을 경험한 선배들에게 박수를 치는 요즘이다. 아직 어려서 작은 이별에도 쩔쩔매는 내가 조금 웃기긴 하다만, 그래도 이제 이 반복되는 순환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유튜브 '김지윤 소장'의 이별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이별은 일기예보처럼 오는 것'이라는 말이 참으로 공감됐다. 그리고 만남에도 과정이 있듯이 이별에도 충분한 과정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아마도 서로의 인생이 더욱 여물어지고 성숙해지는 과정일 것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누군가 나에게 이별을 고하는 과정이 있길바랬다. 밑의 사진처럼 "요즘 우리 자꾸 부딪치고 사이가 점점 어긋나는  같아. 지금 이대로라면 헤어질 수도 있을  같아. 너의 생각은 어때?"라고 물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김지윤 소장의 유튜브 중

이별에 있어서만큼은 연인이었던 나의 생각을 물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나는 관계에서 신의를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에 사람의 감정이 때론 뜨겁고, 식고 등 충분히 변할 수는 있어도 서로에 대한 믿음은 변치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 믿음이 변했다면 내가 변한 게 아니라 상대방의 삶에 대한 믿음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만나다 보면 서로의 연약함이 발견되기 마련인데, 그 과정들에서 직면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상대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이러한 관계의 결과는 잠깐의 힘든 감정을 피하기 위해서 앞으로 인생에서 다가올 고통들을 예측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이 아픔을 본인이 바라봐주지 못한다면, 심지어 외면한다면 더 아픈 결과들만이 결과들로 나올 뿐이다.


지금 나에게 다가온 이별의 시간은 참 아프지만 참으로 필요한 시간이다. 혹시나 상대를 다시 만난다고 해도 스스로 성장해서 나의 사랑의 가치를 존중해줄 수 있는 모습으로 다시 만남을 이어가거나, 아님 변하지 않을 이 모습으로 나를 그리워하거나. 그건 그 사람 몫일 테니까. 그 상대에게 흐르는 시간과 나의 시간을 조금 분리해서 생각해야겠다. 내가 해야 할 일들, 내가 스스로 빛나는 순간들을 찾아가는 나에게 온 귀한 시간들로 받아들여야지. 나의 일과 건강에 더 신경 쓰며, 그동안 돌아보지 못한 나의 모습들을 충분히 돌봐주어야겠다.


마음을 얘기하고 사랑을 얘기할 때는 역시 진지해야 해, 재화는 먼 곳의 용기에게 중얼거렸다. 어디서 누구를 사랑하고 있든 간에 신중히 사랑을 말하길. 휘발성 없는 말들을 잘 고르고 골라서, 서늘한 곳에서 숙성을 시킨 다음에, 늑골과 연구개와 온갖 내밀한 부분들을 다 거쳐 말해야 한다고. 그게 아니면, 그냥 하지 말든가.  -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p102


그리고 누군가를 다시 만나 나와 신의와 사랑을 약속한다면 사랑이 삶의 균형을 깨트릴 수도 있고, 그것들이 깨졌다면 함께 다시 쌓아 올릴 수 있는 것이라 약속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진지하게 나 자신에 대해서 아주 솔직한 감정들로 대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정도가 내가 연애를 아는 선이라 하면 많은 이들은 결혼은 정말 환상이 와장창 깨지는 계기라 한다. 더 행복하기 위해 결혼하는 게 아니라 전우애를 함께 쌓으며 나아갈 이를 찾기 위해 결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서른 살이 조금 지난 이제야 이해가 안 갔던 그 말이 조금씩 수긍이 가기 시작했다. 인생이란 얼마나 헤쳐나가야 할 것이 많은가. 그리고 해보지 않은 길 또한 많다. 어지러운 수풀 속에서 함께 두 손을 놓지 않고 참고 견디며 나아갈 전우가 필요해서 결혼한다는 말이 딱이었다.


사실 일 년 전에만 해고 결혼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겁이 많은 편이었는데, 만남과 이별을 몇 번 겪다 보니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다. 사랑 역시 언제나 이별이라는 단어의 실패로 돌아갈 수 있지만 그것이 내 삶에 실제로 실패보다는 성숙을 줬으니 말이다. 


앞으로 살아갈 때 어떤 인연이 오더라도 잘 만나고, 잘 보내주기 위해서, 이별은 일기예보처럼 다가오는 것이라고 말해주기 위해서. 그렇게 우리는 이별을 배워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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