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을 찾아 30대 계획 세우기
직업이나 상황 특성상 그리고 성향상 혼자 있는 시간이 워낙 많다 보니 삶을 하나하나 재정비하고 균형을 잡기에 너무 좋은 시기다. 10년 전의 내가 '만 30살의 너는 네가 원하는, 꿈꾸던 모습에 와있니?'라고 지금의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면 나는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을까? 상상해보았다. 10년 전의 나는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이 하고 싶었고, 그냥 그렇게 안정적이게 삶을 살아가길 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면 지금의 삶은 어떠한가.'라고 다시 질문한다면 내가 되고 싶었던 삶 이상으로 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풍요롭게 살고 있다. 원하는 직업 그 이상의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세계를 여행하며 많은 견문을 넓혔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문화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고, 꾸준히 상담을 받으면서 나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공부하게 되었다. 정신없이 이십 대를 자주 울고 고뇌하고 보냈다면, 지금 만 30이 되어 3의 시작은 끝없이 흔들리지만 몸안에 단단한 굳은살이 배긴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십 대에 꾸준히 했던 고뇌와 선택들이 쌓여서 지금의 나를 축복해주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들이 보기에 특별히 잘 나가는 것도 아닌데 무슨 자신감인가 싶지만 내가 내 삶을 만족하는 것만큼 큰 만족이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지나온 시간을 보다 지금의 나를 보면 '매 순간을 진심으로 투명하게 열심히 잘 살아왔구나.'라고 느낀다. 오늘은 '나의 30대는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써보고 꿈꾸고 싶다. 언제나 그랬듯이 꿈꾸는 삶을 즐겁고 그것을 또 찐하게 이루고 있을 나를 아니까.
- 직업: 별일이 없다면 Teaching Artist를 꾸준히 하고 있을 것 같다. 솔직히 평생 해도 괜찮다 싶을 만큼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 같이 일하는 선생님이 "아이들 꼴을 좋아하는 것도 진짜 복이야."라고 말해주셨는데, 아무리 아이들이 무슨 짓을 해도 예쁜 거 보니 오래오래 이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계속해서 Teaching Artist와 관련된 것들에 대해 경력을 쌓아갈 예정이다. 그리고 아티스트에게 개인작업은 필수이므로 일 년에 한 번씩 전시를 할 예정이고, 아주 천천히 몇 년을 잡고 다큐멘터리도 계속해서 만들어 갈 것이다. 그 외 요새 기획 관련해서 협업 관련한 일도 들어오고 있는데 즐거움으로 다른 일들도 조금씩 경험해가면서 맞는 일과 맞지 않는 일을 고려해서 구분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디자인 강사를 하는 일은 즐거웠지만 디자이너로 사는 건 조금 피곤하긴 해서 당분간 개인작업이 아닌 이상은 스탑 할 예정이다. 뭐 이렇게 말하니까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사는 애 같은데, 맞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도 돈 버는 일은 어려운 거 아니까 더 공부하고 열심히 해야지.
- 건강: 요새 펄스널 트레이닝을 받고 보약을 먹으면서 말도 안 되게 몸이 가뿐해진 나를 볼 수 있는데 평생의 고민이었던 만성변비가 사라졌고, 체력이 좋아지니 에너지도 다르다. 여태까지 얼마나 침대에 누워서 많은 시간을 합리화하며 헛되게 보냈는가. '운동이 유튜브에 다 나와있는데 뭐하러 운동을 하러 나가?'라고 생각했었는데 투자해보니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매일 느끼는 몸의 변화에 '90세에 역기 드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운동하고 싶다.'라는 꿈이 생겼다. 물론 타고나게 근육이 생기지 않는 몸인걸 감안하여 오래오래 운동을 해야겠지만 포기를 모르는 나라는 사람의 근성에서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몸을 맑게 해서 마음까지도 맑은 사람이 될 수 있게 계속해서 노력해야지.
신앙: 또, 빠질 수 없는 신앙. 나에게 있어 신앙은 중요하다. 어려운 시기에 있을 때는 홀로 기도하며 묵상하는 시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중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기도하는 시간이 괜히 있겠는가. 인생에 누구나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 모든 순간들을 이겨 낼 수 있는 건 기도가 쌓이는 시간들이다. 나의 연약함을 내려놓고 온전히 인정하면서 나아가는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변화하고 성숙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끝까지 사랑한다'라는 하나님의 말씀처럼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하는데 회복탄력성이 빨라진 것도 다 신앙의 결과인 것 같다. 무엇보다 성경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질문할 것들 투성이다. 이렇게 신앙을 통해 삶의 지식과 지혜를 쌓을 수 있는 것은 참 즐거움이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기도와 말씀으로 나 자신을 더욱 무장하려 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중요성은 보이는 세계의 중요성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믿음으로 나아가자.
-결혼: 나에게 있어 결혼은 여전히 사회적 제도 같은 것이다. 물론 누군가에게 결혼은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지만, 서로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충분한 것이 결혼이라 생각한다. 특히 수많은 조건을 보고 결혼하고도 결국 수많은 현실에 부딪혀 환상이 깨지고 파국에 이르는 게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철이 없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결혼할 때 필요한 수많은 것들은 나게 여전히 부수적으로 느껴진다. 예를 들어 집, 차, 목돈 등이겠지 싶은데, 그것을 뛰어넘는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삶의 어려움들을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강하게 믿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 결혼은 현실이야!'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랑과 기쁨으로 극복했던 과거의 나 자신이 있기에 그 모습과 비슷한 사람을 만났을 때 아마 결혼하지 않을까? 솔직히 결혼은 나에게 아직은 먼일 같이 느껴진다. 나와 사랑의 그릇의 크기가 맞는 사람을 찾는다면 모를까 말이다.
-돈: '이렇게나 이상적인 것들이 많으니 현실적으로 돈은 어떻게 모아서 살려고 하니?'라고 묻는다면 실은 돈은 열심히 모으고 있다. 꾸준한 저축들이 쌓였고, 지금은 과거에 비해 지금은 돈도 자유롭게 쓴다. 대학시절 마이클 센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열심히 읽으며 토론하던 시간이 떠오른다. 그때부터는 돈에 대한 두려움을 버렸던 것 같다. 돈으로 모든 걸 살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살지만 적어도 풍요로운 영혼을 가진 마음은 절대 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매 순간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주의해야 한다. 돈보다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많은 사람들이 그것들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조금 적게 쓴다고 해서 궁상맞은 것도 아니고 많이 쓴다고 해서 부자인 것도 아니다. 돈을 잘 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돈을 잘 사용하는 능력이다. 적어도 돈에 있어서 만큼은 희로애락을 느끼는 삶은 살지 않는 어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오늘은 즐겁게 보낼 30대의 미래를 꿈꾸며 글을 써보았다. 1년 뒤, 10년 뒤에 봐도 이 마음을 간직하기 위해 삶에서 고군분투하는 자신을 잠시 만나보았다.
우리 너무 삶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요.
계속해서 꿈을 꿔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