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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주 Aug 17. 2022

빨간 머리 앤에서 발견한 것들

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 시리즈 두 번 보기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 책은 꼭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곱씹어보는데 이번 달은 '빨간 머리 앤'이 선택되었다. 과거에 삶에 낙담하고 갈 길을 잃은 나에게 방향을 알려준 소중한 넷플릭스 시리즈였기에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다시 보게 되면서 많은 대사의 부분을 필사해두었는데 그것들을 글로써 기록하려 하고 나누려 한다.


넷플릭스의 수많은 볼 것들 중 빨간 머리 안 시리즈가 왜 좋냐고 묻는다면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의 애버린 마을의 풍경을 지닌 엄청난 영상미와 빨간 머리 앤을 넘어서 다른 배우들의 명연기 등 다양한 것들이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로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자연 안에서 자유를 느끼는 앤


하지만 정말 마음에 와닿았던 건 다름 아닌 앤에게서 내 자아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고아였고 외로웠지만 매 순간 호기심이 넘치고 참을 수 없는 감정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표출해야 하는 앤 이라는 소녀 안에서 동질감을 느낀 것이 확실했다. 특히 앤이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꼭 입 밖으로 거창한 단어를 쓰며 표현을 하는 모습, 자신 안에 있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밖으로 뛰어가 자연을 볼 때 진정한 삶을 살 줄 아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차마 상처를 줄 수 없어 저 멀리 자연을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을 해소하는 모습이 서울에 사는 나로서는 절로 부러웠다. 언제든 뛰어갈 수 있는 자연 안에서 앤은 세상의 이치를 배우고 애번리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 속에서 부딪히고 깨지는 모험가 앤. 이 시리즈의 대사들을 함께 나누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랑이란?

나무를 안고 있는 빨간 머리 앤
사랑의 진실이란 외부의 장애물에 숨어 있는 법이다. 지금의 너를 만들어 온 내면의 마음가짐. 세상에 대한 너의 기대. 사랑을 받아들이는 자세 속에 있지. 한마디로 사랑은 복잡하단다. 그런데 부담과 조급함 여러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면 사랑의 진실을 느끼기란 불가능에 가깝지. 마음이 차분해지고 나면 답을 찾게 될 거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내가 가장 관심 있는 주제인 '사랑'이다. 빨간 머리 앤 대사에서 나오는 사랑이라는 것은 아무런 계산도 없이 굉장히 깊고 고요하고 때로는 소란스럽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사랑을 잘 받는 사람이 사랑을 잘 줄 수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진리이다. 언제나 사랑을 할 때면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잘 누리고, 느끼는 가운데 성장할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사랑이란 감정에서 기쁨과 행복만 존재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해이다. 수없이 무너지고 좌절하는 가운데 자기 자신의 부족함을 바라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 생각한다. 또 사랑이란 굉장히 무서운 게 갑자기 찾아와서 안정적이었던 일상의 모든 걸 뒤집어 놓아 버린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폭포처럼 왔다가 갑자기 떠나는 게 또 사랑이 아닌가. 이 사랑이라는 감정 속에는 언제나 만남과 이별이 공존한다. 그래서 슬픔은 사랑하는 대가이며 '아픈 감정들 또한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인생을 보다 넓고 크게 볼 수 있구나.'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애정 어린 마음이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 안에 쌓이면 그것을 무언가 바꾼다는 생각만으로도 삶의 격이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애정과 지조를 지켜야 합니다. 다른 보물을 지키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앤은 애번리 마을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애정 어린 관계를 쌓으며 삶을 살아간다. 사람과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관계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특히 앤은 관계에 대해 서툴고, 사람들이 보기가 엉뚱한 말들과 행동을 너무 많이 해서 상처도 쉽게 받는 환경이 절로 놓여있다. 무엇보다 고아였다는 과거는 마지막 시리즈에서도 비웃는 친구들이 있을 정도로 앤의 삶을 발목 잡듯이 놓여있지만  과정안에서도 애번리 마을 사람들 모두를 끝까지 사랑하며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는 자기  침대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기도를 한다.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보다 타인의 마음을 지키는데 항상 우선시였던 앤이 누구보다  멋진 모습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삶에 희망을 느꼈다.  '나보다 타인을 생각하며 사는 이상하지 않아. 오히려 이건  넓은 세계를 알려줄 거야.' 다짐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결혼과 결혼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흰 드레스 입고 '네'라고 답하는 빛나는 순간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나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목소리도 야망도 없는 예쁜 소유물이 되진 않겠어요. 남편과 아내가 아닌 동등한 동반자가 될래요. 둘 중 누구도 꿈을 버릴 필요가 없죠. 양쪽을 부르는 새로운 호칭을 만들어야 해요. 인생의 반려자. '결혼'말고 '사랑의 유대'라고 하는 거예요. 지성과 맞으며 나의 행복을 지지하고 내 마음의 친구인 그대를 인생의 반려자로 맞이합니다. 이제부터 동등한 동반자로 춤춰 나갑시다.


또한, 요새는 미래의 반려자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그냥 살다 보면 만나겠지.'라는 마음으로 쉽게 마음을 접곤 했는데 앤을 다시 본 뒤 마음 구석에 있는 생각들까지 다 풀어헤치고 진지하게 진짜 마음에서 울리는 소리를 정리해본다. 그러면서 진짜 사랑한다는 건 어떤 감정일지 질문을 하며 반복해서 고찰해본 자. 모두가 같은 사랑을 하지 않고 그 형태는 정말 다양하다. 그 가운데 서로를 존중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가는데 인생의 여정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꿈을 꾸는 사람

춤을 추는 빨간 머리 앤


'진짜 세상은 넓다는 사실을 나는 기억해냈다. 희망과 불안 감동과 흥분으로 들끓는 다채로운 삶의 현장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 넓은 곳으로 나아가 진정한 삶의 지식을 찾는 사람을 기다린다는 것을.'


그다음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꿈'에 관한 것이다. 꿈은 누구나 생각으로 마음껏 꿀 수 있지만 꾸준히 자기 자신이 하는 일을 노력하는 자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갑자기 하늘에서 번쩍 내려오는 천운이 꿈이기라기보다는 꾸준히 해 오던 것들 중에 무언가 걷잡을 수 없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을 꿈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삶을 정말 잘 살아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땐 무엇을 길잡이로 삼아야 할지 내면의 고민이 분명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럴 때 마음 안에 강하게 들리는 소리를 들어본다. '어떤 야망과 포부가 내 안에 길을 내고 있을까? 무엇이 나를 자꾸 움직이게 만드는 것일까?' 끊임없이 궁금해진다. 하지만 분명한 건 끊임없이 나의 열정이 이끄는 곳으로 간다면 남들이 말하는 성공이 아니라 내가 정의한 성공이 내 눈앞에 펼쳐지리라는 확신이 내 안에 있다. 내가 살면서 가슴 설렜던 순간들을 하나하나씩 꼽아본다. '붓을 잡을 때, 광활한 자연 안에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과 낭만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 공항으로 떠나는 힘찬 발걸음을 느낄 때, 포근한 이불에서 가만히 영화를 볼 때 등등' 꼽을 수 없이 너무 많은 순간이 나에게 심어진 열정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인생에 전환점은 언제나 그렇듯이 인도 찬드라반 마을에 떠났을 때마다 생겼었다. 그때마다 새로운 인생, 아니 새 삶을 시작하는 듯하였고 정말 내가 원하고 선택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스스로 원하는 삶을 선택할 줄 안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길게 두고 봤을 때 분명 옳은 선택일 것이라는 믿음, 그 안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상상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지금처럼 오래오래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



'진심으로 행복하려면 슬픔도 알아야 하는 법이야. 가장 높은 곳까지 날아오를 수 있는 사람은 가장 깊은 곳으로 떨어질 수도 있어.'


마지막으로 내가 깨닫게 된 건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가진 앤의 가치관에서 배울 점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이었다. 세상에서 말하는 균형과 앤이 말하는 균형은 정말 다르게 느껴졌다. 우리는 너무 지나치지 않게 자신의 마음을 조절하고 때로는 숨기며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앤에게 균형은 실수가 없길 바라는 인생이 아니었다. 앤은 숨기에 너무 용감했고 자신의 직관을 믿고 즉시 두 발로 세상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렇게 겁 없이 뛰어든 자에게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누군가에게 잘못하는 일이 항상 벌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낮추고 먼저 사과를 하며 용서를 구한다. 결국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길 바라며 많은 일들 중 특히 자신의 연약함과 한계를 극복하고, 견디는 것이 앤의 성공의 비결이지 않을까 싶다.  눈으로 새로운 것들을 찾고 가슴을 활짝 여는 용감한 앤을 바라보며 세상에 모험할 것들이 얼마나 많을지에 대한 호기심과 즐거움이 생기게 되었다. 마치 생의 파도를 서핑 타듯이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변화는 불편합니다. 미래는 불확실하니까요. 하지만 미래는 급속히 다가옵니다. 기차처럼요. 그리고 저는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준비시키기 위해 여기 왔습니다. 왜 스스로 생각하도록 장려하지 않나요? 꿈꾸는 사람이 세상을 바꿉니다. 가르쳐주시면 기억합니다. 참여하게 해 주시면 배웁니다.'


특히 앤이 학교에서 좋은 스승인 스테이시 그리고 그 외 친구들을 만나며 성장하는 과정은 정말이지 나의 대학시절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지금 좋은 가르침이 무엇인지 질문하며 고민하는 나에게 위의 문장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상기시켜주는 정말 좋은 기회였다. 변화는 언제나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더욱이 빛나는 미래를 위해서라면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참여하는 교육을 받은 앤, 그리고 대학시절의 나를 떠오르며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좋은 교육은 무엇보다 세상이 내게 무엇을 주는지가 아니라 내가 세상에 무엇을 주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그러려면 생각을 흐르게 하고 탁 트인 곳에 가서 매번 한 숨을 크게 쉬어줘야 한다. 잘 쉬는 만큼 머리가 돌아가니까 말이다. 그리고 친구에 관해서도 나오는데, 앤은 다이에나라는 절친이 있는데 길가면서 집시인 아저씨에게 다이에나를 위한 물건을 샀다. 그러면서 '제 절친에게 이런 걸 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망가진 물건은 슬프고도 아름답죠. 그 오랜 시절의 많은 사연과 승리와 비극이 녹아있으니 아직 살아보지 못한 새 물건보다 훨씬 낭만적일 수 있어요.'라는 말을 한다. 오래된 것들 그리고 낡은 것들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너무나 큰 희망적인 문장이었다. 오래된 것들에는 언제나 그렇듯 사연이 있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살아갈수록 관계 안에서 많은 사건이 다가오며 그 가운데 상처를 받기도 하고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살아가면서 화해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잘 살기 위한 방식 중 하나이다. 우린 서로 다름으로 써 계속해서 싸우지만 다르다는 건 잘못된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그저 같지 않을 뿐이며 사물을 보는 다른 방식은 언제나 존재한다.


'길이 아예 없을 때도 있어서 가려는 곳으로 가려면 벽을 허물고 칼을 휘둘러 나무를 베면서 숲을 뚫어야 하기도 하지. 무슨 일이 닥쳐도 가족으로 맞서자.'


요즘 나는 나의 원가족에 대해 계속해서 돌아보고 있다. 우리 가족의 어려움과 나약함을 끊임없이 느끼며 살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의지로써 해체하지 않고 함께 하다 보니 지금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인지 요즘 더욱이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매 순간 느끼고 있다. 내가 하는 엉뚱한 일들을 겉으로는 정말 응원하지 못하더라도 그저 바라봐주고 기다려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무엇보다 요즘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정말이지 무슨 일이 닥쳐도 가족으로 맞서는 회복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앤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것처럼 나도 매번 다른 상황 속에서 우리 가족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있다. 가족을 넘어 친척 전체를 바라보고 또 넘어서 주위의 내 곁에 있는 친구들을 생각한다. '정말 많이 사랑받았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구나. 내가 이토록 많이 받은 사랑을 내가 몰라줬네. 자 이제 이 넘치는 사랑을 잘 느끼고 소화할 차례인가 보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이 든다. 그 기회만이 더욱 단단한 사람으로 공동체로 만들어준다. 주위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지금의 내 모습, 미래의 내 모습, 내 멋대로 인생을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곁에 나와 함께 해주는 이들에게 감사하며 지금 이 순간을 살자. 넘치는 공감력과 편견에 자유롭기에 피곤한 인생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들의 삶을 이해할 때 이만큼 좋은 것도 없다는 것도 인정하며 나 자신을 빨간 머리 앤 안에서 다시 바라보자.


그리고 많은 이들이 빨간 머리 앤처럼 사랑하고 꿈꾸며 자신의 시야를 넓혀가는데 인생의 시간을 쓰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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