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꿈
언제부터였을까?
다큐멘터리를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아마도 '사마에게'를 처음 보고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아주 거창한 꿈이 생겨버린 것 같다. 기존에 내가 알던 다큐멘터리 영화의 틀을 깨 주고 '사실' 그 자체의 힘과 '영화'라는 장르의 힘을 크게 빌려 어마 무시하게 세계적인 파급력을 일으킨 영화인 '사마에게'.
영화의 첫 시작은 어린 사마가 나오면서 정반대의 이미지인 전쟁의 폭격음과 함께 시작한다. 병원에서 수동 인공호흡기를 쓰고 겨우 살고 있는 사람들, 모든 순간이 믿을 수 없다. 그리고 잠잠히 밥을 먹고 있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마. 태어나서 본 게 전쟁밖에 없는 사마.
사마,
넌 우리 삶의 단비였다.
하지만 널 이런 곳에서 낳다니.
네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엄마를 용서해 줄래?
영화는 촬영 배경의 5년 전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2016년 7월을 시작 알레포 대학 중 아사드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에 함께했고 이후 끊임없는 독재정권에 의한 전쟁으로 카메라를 끝까지 놓지 않고 촬영에 임하는 감독이자 주인공인 와드. 그리고 자신의 도시를 위해 함께 싸우던 의사인 '함자'를 만나 부부가 되어 그들의 딸 사마를 낳게 된다. 알레포의 부정부패에서 싸움 무정부 상태에서 산다는 것은 어떠할까 학교도 응급실도 병원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함께 병원을 세웠다. 와드는 계속해서 촬영을 이곳에 남을 이유가 분명히 있기에 멈추지 않고 한다. 러시아 폭격기가 들릴 때마다 '심장이 천 갈래로 떨어진다.'라고 표현하는데 정말이지 모든 게 극 사실주의인 장면을 통해 전쟁의 실상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무엇보다 전쟁에서 가장 고통받는 건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전쟁을 겪어야 했고 전쟁 중 가족이나 친구들이 죽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 안에서 한 아이는 '포위는 괜찮지만 너무나 친구들이 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갇혀있는 건 버틸만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이 떠나는 아픔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건네주면 좋을지 모르는 어른들의 마음 또한 공감이 가서 마음이 참 아팠다.
사마 난 숨이 막힌다.
그 아이가 너 같고
그 어머니가 나 같다
함자에겐 말 못 한다
혼자서 되뇌기도 어려운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생활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도록 전쟁으로 버려진 폐버스에 함께 페인트 칠을 하며 버스를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으로 바꾼다. 폐허가 된 상황에도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려고 노력하는 어른들이 있기에 아이들이 전쟁을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 장면을 보면서 찬드라반 아이들과 빈 양계장에 놀이터를 함께 영상을 함께 만들었던 시간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그 순간에 가득 미소를 지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에 인도를 가게 되더라도 '무슨 일이든 아이들이 행복한 일을 하자.'라는 마음을 먹는 계기가 되었다.
삶을 준다면 다른 고통은 모두 감내한다는 사람들. 정말이지 처참한 상황에서 용기를 잃지 않았다. 도망치지 않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때론 울고, 웃고, 모든 어려움들을 함께 했다. 특히 만삭의 임산부가 공습해서 크게 다쳤음에도 아기와 함께 둘 다 살아난 장면이 있는데 마치 기적 같았고 이 일로 알레포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나 또한 삶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난 알레포와 함께 모든 걸 잃은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이는 고향처럼 포근하다.
내겐 영상도 있다.
내가 찍은 이들은 영원히 남는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난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아직 남은 상처가 날 괴롭히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사마
너도 자라면 네 감정을 말해 주겠지
우린 가장 중요한 것을
쟁취하기 위해 싸웠다
너 같은 아이들이 더는 고통받지 않도록
우리 싸움은 전부 널 위해서였다
바로 너 사마
사마의 이름 뜻은 하늘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공군도 공습도 없는 깨끗한 하늘, 태양과 구름이 떠 있고 새가 지저 기는 하늘. 간절하게 그런 하늘을 보길 원했던 알레포 사람들. 하지만 병원까지 폭격하자 희망을 잃었다. 자신의 도시에 쫓겨나야 하는 현실, 돌아올 거라고 약속하는 모습들, 서로가 있어 힘을 내는 모습들, 그리고 눈 내리는 날 모두 살아서 떠나는 모습들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 비록 알레포의 잃었지만 지금까지 찍었던 영상들을 통해 모든 알레포 사람들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와드. 비록 알레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왔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영화를 만들었고 결국 알레포는 세상이 알게 되어, 세상이 지키고자 하는 도시가 되었다.
어떤 사랑은 증명을 통해서만 구체화되고 힘을 얻는다. 만일 그 사랑이 한 사람을 향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나 환경,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역사적 시간에 대한 것이라면, 그래서 그 사랑이 이해이고 공감이고 연대라면, 그것은 분명히 증명되어야 한다. 다큐멘터리는 그 사랑을 '포기하지 않음'으로 증명한다.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 집요한 시선,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용기,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말이다. 비록 촬영된 시간은 전부가 아니며, 편집되어 보이는 시간은 더욱 짧은 순간일지라도 다큐멘터리는 그것과 함께 머문다. 함께 머무르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용기이고 응원이고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머무르는 시간 동안 새겨진 현장의 바람, 목소리, 눈물은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몸을 얻어 관객들을 만나는 순간 저마다의 이야기로 다시 피어난다. 이것이 다큐멘터리가 가진 힘이고 사랑이다.
- 책, <다큐 하는 마음> 중에서
이 영화를 두 번째 본다. 일 년 반쯤 이 영화를 보면서 두 번은 너무 슬퍼서 두 번은 못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다큐멘터리 촬영을 해야 하니 마음을 다잡고 한번 더 보게 되었다. 역시나, 너무도 아팠지만 너무도 좋은 영화임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때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를 가장 크게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음'이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지금 인도 찬드라반 마을과 함께한 지 인연이 벌써 10년째이다. 아마 이번에 가면 더 많이 울고 웃을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들에 대한 나의 마음은 늘 한결같다. 그들의 삶에 이 다큐멘터리가 어떤 변화와 영향을 줄 것인지 차마 나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함께 꿈꿨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결국에 가서는 우리가 서로 얼마나 애틋하게 사랑했는지 그리고 서로 얼마나 정성스레 보살폈는지, 이것이 우리 세상과 인간의 생존을 결정짓는 지점이 될 것이다.
- 제임스 도티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