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살면서 맷집 키우기는 필수예요
내가 26살 그리고 m은 20살 때 우리는 교회의 새신 자부에서 처음 만났다. 물론 둘 다 지금은 함께한 1년 이후로 그 교회를 다니지 않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우리의 우정은 지금까지 아주 길고 깊게 쭉 이어가고 있다. 아무렴 독서와 문화예술 생활을 서로 너무 좋아해서 그런지, 여러모로 통하는 게 정말 많았다. 유독 다른 친구들보다 m은 만날 때마다 편지를 자주 써주는 편이었는데 그 편지에서는 '때론 엄마, 언니, 친구 같은 네가 참 좋다.'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어젯밤에 벌써 커서 회사에서 회식을 하고 집에 가던 m과 통화를 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m: 언니 알아요? 언니 진짜 성장캐니까, 삶에 두려움이 없는 것 같아. 고통이나 아픔이 와도 항상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흡수해서 성장하는 것 같아. 그게 바로 인생을 더 크게 사는 거야. 한번 사는 인생인데 더 많은 감정을 느끼고 사는 거 내가 생각하기엔 이상적이에요. 가성비 쩔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경험을 해도 많이 경험해도 더 많이 흡수하는 거잖아. 힘든 감정일지라도 그것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건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법을 안 다는 거니까. 힘든 것들이 이미 자신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좋다는 것을 아니까 언니의 삶의 깊이는 정말 달라요. 도중에 어렵고 힘들다고 피하는 사람들과 언니는 정말 달라요. 항상 그랬어요.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고 온전히 받아들이잖아.
나: 그런가? 근데 이렇게 고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너무 감정적으로는 피곤하고 힘들긴 한데, 또 모두 느껴지는 감정을 피할 수 없는 사람인가 봐. 지금은 심장에 고름이 수백 개가 잔뜩 난 것 같아. 그걸 스스로 바늘로 터뜨려서 짜내고 있는 과정이고, 이제 부분이라도 소독약을 바르려도 해. 아프긴 하지만 매 순간 영감을 얻는 하루들이야, 그런 하루 평소에 느끼기 힘든데 매일 영감이 있는 건 참으로 복이지.
m: 뭐야 언니 완전 잘하고 있네, 이왕 사는 거 다 겪어봐야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게 진짜 영감 없는 삶이죠. 이것저것 하다 보면 맷집이 온몸에 생길 것 같은데요?
나: 맞아! 지금 나에게 가장 큰 변화는 갈등을 다루는 역량을 키우고 있는 것 같아. 마치 레슬링 같은 거지. 언제나 관계 안에서는 링 안에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 항상 견디는 인내의 맷집은 있는 것 같아. 관계라는 게 언제나 가까이하면 욕구와 욕구는 충돌될 수 있잖아. 때마다 다양한 이들을 만나며 어떻게 각각의 사람들이 서로를 상처 주지 않고 공간을 지키는지를 계속 배워 가는 거 같아. 근데 여전히 어렵다. 아휴
아직도 내가 뭘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m이 보기에는 성장캐라는데 성장캐가 이렇게 힘들다면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다. 그래도 또 포기 같은 거 절대 안 하는 게 나란 인간이지 않은가. 관계 속에서도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고 다시 세워가면 된다. 누구를 만나도 각자가 절대 건드리면 안 될 것들이 있다. 그 부분을 위해 몇 개의 더 필요하다면 많은 규칙을 세우고 우리 안의 서로의 지키는 것이 관계라는 것을 또 배운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욱이 지켜야 할게 많고 어려울 뿐인데 그것도 하나하나 배워가면 된다. 매일이 처음 사는 인생 아닌가. 그래도 잘하고 있는 건 매일 삶에서 배움의 자세와 태도를 지니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지킬 굳은 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