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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주 Oct 02. 2022

너희들의 마음을 알고 싶어

공감이 어려운 우리에게


대망의 예술로 플러스 2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이들과 만나기를 오랜 시간 기다려온 터라 마냥 반갑고 행복한 마음이 컸다. 우리 팀은 1학기와 2학기 모두 동일한 학교로 지정이 되었고, 1학기에 돈독하게 쌓아놓은 라포만큼 다시 2학기에 만나니 담임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들어오자마자 마치 연예인을 만났다는 느낌을 받게 해 줄 만큼 큰 호응과 눈빛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이번 학기는 무엇보다 '국어'라는 과목과 함께 예술의 통합교육이었기에 어떤 시너지를 낼지 궁금했다.


즐겁게 활동하는 아이들

첫 번째 활동에서는 그림책 이미지를 보고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떠오르는지 생각보다 굉장히 집중해서 자유롭고 자세히 관찰하는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학기만에 굉장히 언어의 표현이 풍성해졌기에 아이들도 방학 동안에 정말 성장한 걸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포스트잇의 한 문장은 '편안하고 후회된다'라는 말이었다. 편안하고 후회된다는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의미를 쓸 줄 아는 아이들이 너무 신기하기도 했고, 대견하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단편적인 감정보다 훨씬 더 깊이 사고할 줄 아는 아이들이 때론 천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구글

두 번째 활동은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알사탕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아무렴 교육 경험이 짧은 나에게 '보이는 라디오'는 조금 생소했지만 함께하는 동료 선생님이 시연하는 걸 보고 너무 좋아서 입을 벌리면서 봤던 게 아직도 기억에서 선명하다. 보이는 라디오란 잠시나마 DJ가 되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라디오처럼 읽어주는 시간이었다. 이미 '알사탕'은 너무 유명하기에 많은 친구들이 봐서 지루해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색다른 방법으로 또 동화책을 읽어주니 일곱 학급의 모든 아이들 너무 재밌게 듣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5학년도 아직 어린이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림책을 감상하며 어떻게 ‘공감’의 필요성을 아이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그림책 가운데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되어보며 역할놀이를 진행해보았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처지를 어떻게 고려하고 진정으로 공감하는 대화는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성인인 나에게도 책 속의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아빠가 주인공인 동동이에게 잔소리를 하는 장면이었다. '밥은 먹었냐, 숙제는 했냐 등' 내가 어렸을 적 들었던 폭풍 잔소리를 아빠가 하는 모습이었는데, 그 장면의 글이 결국 뒷장에서는 'ㅅㄹㅅㄹㅅㄹ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로 바뀐다. 예전에만 해도 '나를 괴롭히는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 그 말이 '사랑해'라는 말이라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싶다. 아직 부모님의 마음을 전부 헤아릴 수 없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나도 많은 것을 배워간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대화를 하는 게 어른인 나에게도 큰 숙제처럼 느껴지며 공감은 무엇보다 나와 다른 타인을 존중하면서 생기는 태도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아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잠시나마 수업에서 연습해보고, 이해하기도 하고, 싸워보기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아이들이 좋은 감정들은 잘 고스란히 받아들이지만 본인에게 힘든 것들이 있으면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라는 말이 있듯이 누구보다 자신의 모든 감정들과 마음들을 잘 공감하며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서로 의견이 다르면 내 마음을 말해도 돼요. 사람은 솔직할 때가 제일 잘 통합니다. 우리 안에는 기쁜 마음, 슬픈 마음, 속상한 마음, 화나는 마음이 다 있어요. 표현할 때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 하면 됩니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조심스럽고 진솔하게 내 마음을 표현했는데 상대가 언짢아하면, 그건 그 사람 문제예요. 그것까지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 오은영의 <화해> 중에서


공감 알사탕 만들기

마지막 활동은 아이들의 최상의 집중도를 끌어올려 공감 알사탕 만들기를 진행하였다. 아무렴 시각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이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손으로 직접 만지면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있는 것 같다. 특히 지난 학기에 시각 수업을 어려워하던 친구들이 수월하게 시각 수업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대견함을 느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 또한 확장됨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은 '노을 맛 사탕'이라는 제목과  '길에 나뒹구는 고양이들과 세상을 떠난 고양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탕이며 노을이 질 때 떠난 양이들을 위로하자'라고 제품 소개가 되어있었다. 사랑하던 고양이를 떠나보내면서 마음이 아팠는지 발표를 하는데 그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절절함에 또 한 번 감동받았다. 그리고 정말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공감 알사탕을 소개하는 시간에 서로 자신의 알사탕을 발표하고 싶어 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한 학기 동안 아이들의 성장한 모습을 보니 절로 마음이 뿌듯해졌다.


한 아이의 작은 선물

그렇게 수업은 아름답게 마무리되었지만 여전히 공감은 나에게도 숙제와 같이 남아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진짜 마음이 어떤 건지 헤아리기가 참 어렵다. 어른이 될수록 솔직해지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숨기기에 급급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대화를 할 수 있을지, 내 마음을 숨기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을 고려하고 공감하면서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직도 서투르고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공감' 수업을 하고 나니 아이들에게 '꼭 해줘야 할 것이 있지만 하지 않아야 할 것들도 분별력 있게 바라보는 시선이 참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2학기에도 정말 많은 사랑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한 아이가 수업이 끝난 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와 동료 선생님을 자신의 메모장에 그려 선물해주었다. 아이의 그림을 자세히 보니 왼쪽에 있는 스트라이프 옷이 나임이 분명한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손에 작은 하트를 깨알 같이 그려주었다. 아 - 이걸 받고 얼마나 코끝이 찡했는지 모른다.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수업은 나에게 사랑이며 살아갈 힘을 준다.


'그래, 더 많은 아이들을 공감하고 사랑하고 살자'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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