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길, 두 번째 이야기
나의 생일
어느 때와 다를 것 없이 평범한 아침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다
어젯밤 비가 와서 약간의 비릿한 냄새와
살짝 코끝이 시린 날씨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오전 8:20분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스치면
잠을 당장 깰 것만 같은데
깨고 싶지 않은 잠을 옷을 꽁꽁
싸매 입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래, 이렇게 추운 날 내가 태어났겠지
지난 생의 시간들을 생각한다
산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잘 견뎌왔다
그래 이렇게 추운 날 내가 태어났다
그래도 태어났으니 사는 법을
배우고 잘 살아왔는데
이제 더 이상 사는 법을 알고 싶지 않다
그냥 태어난 대로 살고 싶다
숨 쉬고 있으면 그만 일 것을
저 멀리 희미한 안개처럼 살고 있는
하르데비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배워가면 그만인 것을
안녕 하르데비,
오늘은 너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 졌어. 마냥 환하게 웃으며 수줍은 얼굴로 바라보던 게 생각나. 빠글빠글한 곱슬머리, 부끄러움에 가득 찼던 얼굴, 한 마디도 하지 못하던 너.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던 나.
낯을 가려서 일곱 살 때까지 다섯 손가락 정도의 친구만 있었던 나의 어린 시절이 덜컥 떠올라버렸어. 그중 가장 친했던 친구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네 살 즈음에 지영이라고 백혈병에 걸려 있어 매일이 삶과 죽음의 문턱에 있던 친구였어. 항상 몇 개 안 되는 머리카락에 매일 바뀌는 어여쁜 머리띠를 하곤 했어. 세상에 나가는 게 너무 부끄럽고 무서웠던 나에게는 언제나 나를 환하게 받아주던 유일한 단짝이었지. 너를 보니 그 친구도 보고 싶고, 그때의 내 모습도 너무 보고 싶더라.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자신을 잃어버린 채 광대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어. 사는 법을 배우려고 움켜줬던 오른쪽 주먹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는 거 같아. 너무 가늘어 부러질듯한 나의 손목은 어딜 지탱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방황하고 있었지. 그런 나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너에게 부끄럽지만, 이렇게 사는 법을 배워왔어.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아.
그냥 숨 쉬고 싶어.
자연스레.
잘 숨 쉬고 있어서 고맙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