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 우리 모두가 갈 세계
# 장면 하나
더위가 엄청나게 위세를 떨쳤던 지난여름에 있었던 일입니다.
아침 일찍 읍내에 나가는데 버스 정류장에 할머니 한 분이 앉아 있었습니다.
읍내로 가는 외길이니 그 할머니의 목적지는 읍내가 틀림없었습니다.
차를 세우고 모셔 드리겠다고 했더니 고맙다며 차에 타셨습니다.
"이른 아침에 어딜 가세요?"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병원."
"병원요? 이 시간에 병원이 문을 열어요?"
"늦었어. 6시부터 오는 할마이들도 많어...."
6시부터 복작거리는 병원?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젊어 그런지,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는가 보았습니다.
# 장면 둘
읍내에 나가면 지인의 가게에 들러 커피도 얻어 마시고, 한동안 노닥거리다가 올 때가 있습니다.
가게 앞이 버스 정류장이라 늘 사람들이 붐볐는데, 버스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70퍼센트 이상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입니다.
운전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옛날 사람들인 셈입니다.
역시 올여름에 있었던 일입니다.
가게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정류장 의자에 줄기차게 앉아 있었습니다.
그 사이 여러 대의 버스가 지나갔는데도 말입니다.
궁금한 생각에 밖으로 나가 물어보았습니다.
“할머니 어디가셔요?”
“저기... 어쩌구 저쩌구...”
“몇 시 버스 기다리는데요?”
“1시 반 버스야.”
“잉?”
그때가 12시가 조금 넘었을 때입니다.
“1시 반 버스를 지금부터 기다리세요?”
“뭐 집에 가 봤자 별 할 일도 없고, 심심허구...”
아직은 젊어 그런지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나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도 들어갈 그 세계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