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 가진 빛나는 나의 오늘 이 순간

너와의 모든 지금 소소한 행복 한아름

by 혜림



작은 왕관, 큰 위로


수영 덕분에 카페 덕분에 노래 덕분에

오늘도 잘 살았다.

살아냈다.







내가 했겠니?


그래서 넌 뭘 하고 싶은데?






정확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상사라는 것을 알고 난 뒤, 실수하지 않기 위해

더 조심스러워졌다.


혹시라도 실례가 될까 봐

조심스레 물어보면,

되돌아오는 말투는

툭 내뱉듯 날카롭고 차갑기만 했다.


묻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묻지 않으면

또 그걸로 뭐라 할 것을 아니까 —


오늘도 괜히 입을 열었다가

스스로를 탓했다.


‘내가 왜 또 물어봤지.’



기분이 안 좋아 보일 때는

아무 말도 못 하겠다.

하지만 어떤 말을 듣게 되더라도,

물어보고 실행하는 편이 낫다.


그렇지 않으면 내 마음대로 했다가

또 지적당할 테니까.



그 사람의 움츠러드는 말투를 들으면, 잘하던 일도 갑자기 의욕이 사라진다.


하나의 상처가 다음 실수로 연결되고,

마치 연쇄 반응처럼

하루를 무겁게 만든다.



그런데도 정작 본인은 모르겠지.



혼자 기분이 풀리면

아무렇지 않게 다시 말을 걸어온다.



그럴 때면 속으로 생각한다.


‘대단하다. 저 사람은 저래놓고 퇴근하면 혼자 맛있는 거 먹을 생각을 하겠지.’




‘그냥 저런 사람이려니’


애써 가볍게 넘기며 지내온 지난 나날들.
오늘도 ‘오늘도 그러려나’ 하는 마음으로 출근길에 나섰다.




하지만 장마철 빗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오늘,
내 어깨는 더 무겁게 느껴진다.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연차 이야기도 쉽게 꺼내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낸다.




퇴근하며 들은 "고생했다"

말 한마디조차 공허했다.


전혀 와닿지 않았다.




'이러고 살아야 하나.'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은

수영장 물속을 헤엄치며

조금은 씻겨 내려갔지만,
한 주먹만큼의 찌꺼기는

마음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할인 쿠폰으로 할리스 커피에 들렀다.
바닐라 딜라이트를 포장하려는데,

사장님이 물으셨다.



“바로 드세요?”



“아니요, 나중에 마실 거예요.”
내 대답에 사장님은 커피 입구를

조심스럽게 막아주셨다.



빨간색 왕관 모양의 장식.

할리스 커피의 로고였다.



그 순간,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말했다.


“아! 너무 예뻐요.”


๑′ᴗ‵๑



내 한 마디에 사장님도 미소 지으셨다.
보통은 그냥 컵 홀더만 주는데,

굳이 입구까지 막아준

그 배려가 고맙고 따뜻했다.


내가 먼저 부탁한 것도 아닌데,

먼저 손 내밀어준 그 섬세함이
오늘 하루, 아니

요즘의 무거운 마음을 잠시 놓게 해줬다.



차 안에서 바닐라 딜라이트를

한 모금, 아니 두 모금 꿀꺽 마셨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입안에 퍼지며 마음까지 녹아내렸다.
이 작은 음료 한 잔에

이렇게 위로받을 줄은 몰랐다.








집에 도착해서 커피를 조심히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음, 맛있다.”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소소하지만 분명한 행복이었다.





TV를 켰다.


청룡시리즈 어워즈 시상식이 흘러나왔다.
조명이 반짝이고,

축하무대 위의 음악이 공간을 채웠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재쓰비의 「너와의 모든 지금」

한때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들었던 노래였다.
요즘 너무 바빠서,

또 너무 지쳐서 잊고 있던 곡.




그 노래가 다시 나를 찾아왔다.
가사 속 목소리가 속삭이듯

내 마음에 들어왔다.








내게 언제의 나를
사랑하냐고 물으면 바로 지금
날 알아보고 날 믿어주는
너와의 모든 지금

아무것도 아닌 건
아무것도 없었어
지나간 모든 순간들

이루지 못한 그 모든 꿈을
또 한 번 모아서
안되면 그냥 웃어버리고
또 하면 되지 뭐

쏟아지는 별빛들보다
눈부시게 빛나고 있어
넌 다른 나 나 나 나 나야


피할 수가 없는 날이면
하루쯤은 그냥 구겨 던져버려
온몸으로 막아도
내일은 올 테니까


넌 너를 그냥 믿어
도무지 너를 모르겠다면
네 곁에 나를 믿어

아무것도 아닌 건
아무것도 없댔어
우리의 모든 순간들







지금 이 순간,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소소한 것들이 모여

삶을 지탱해 주는 거라고.
비록 상처받고 지친 하루였지만,
커피 한 잔, 예쁜 왕관 모양의 장식,
그리고 익숙한 노래 한 곡이

나를 조금씩 일으켜 세워주었다.





하루는 참 길고, 때로는 버겁다.

하지만 그 안에도 분명히,

빛나는 순간은 있다.



오늘, 나는 왕관을 받았다.
누구도 몰랐을 내 마음속 상처 위에,
작지만 반짝이는, 나만의 왕관 하나.




그리고 그 왕관은


“지금 이 순간,

나는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다.











안되면 그냥 웃어버리고, 또 하면 돼.
내일은 오니까.
피할 수 없는 날이라면,

하루쯤은 그냥 구겨서 던져버려도 괜찮아.



쏟아지는 별빛들보다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너.
넌 또 다른 나.

씩씩하고, 누구보다 소중한 혜림아 —


스마일.


아무것도 아닌 존재 때문에
빛나는 너의 하루를 망칠 수는 없어.




많이 힘들었지.


오늘도 애쓰느라 고생했어.


너만의 스타일로,
사랑스럽게 살아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