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에 트라우마가 생겼다. 정확히는 꽃을 사는 일에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꽃에서 애벌레가 나온 상황과 자기 손으로 뺨을 때리고 사무실을 박차고 나간 한 직원의 돌발행동이 동시에 일어났다.
사무실 안에서 그 일을 본 사람들은 오직 나뿐이었다.
정확히 자신의 뺨을 때린 장면을 나만 본 것이다.
다들 그 직원에게 관심이 없었다. 이미 관심을 버린 지 오래였다.
차라리 자기 앞에 있는 화분에 눈길 한 번 더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인 사무실 딴짓이었으니까.
그는 내 옆에 앉은 이유 하나만으로 매일 같이 나에게만 대화를 신청했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치 대단한 것 마냥 온갖 허세와 미사여구를 붙여가며 얘기했다.
가끔 그가 불쌍했다. 외로워 보였고, 조금 한심해 보이기도 했다.
그는 사람과 대화할 줄 몰랐다.
어떻게든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에만 집중했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줄도 모르는 철없는 어른이었다.
그는 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도태되었고, 사무실 안에서 그와 대화를 하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왜 하필 그날 내가 사 온 꽃에서 애벌레가 나왔을까.
그가 안경이 날아갈 듯 때린 뺨에서 내가 놀라 떨어뜨린 꽃을 보았다.
나는 짓밟지 않았으나 그의 뺨은 벌써 시퍼랬다.
꽃의 모가지가 툭 떨어졌고 그는 사무실을 나갔다.
그날을 잊을 수 없는 까닭은 그 인간 때문에 꽃집에 가서 항의를 할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항상 믿고 사던 꽃집의 실수라고 스스로 생각할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다음날 사무실에 출근했을 때 본 꽃잎들이 전날의 충격을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그 이후 한동안 그 녀석을 용서할 수 없었다.
오만한 그의 뒷처리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참을 뜸들여 꽃집을 가게 했기 때문이다.
참 기분 나쁜 트라우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