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공간, <콜럼버스>

나를 치유하는 힘, 공간, 가족. 그리고 낯선 타인. 영화 추천.

by 우란

콜럼버스 Columbus, 2017 제작

감독: 코고나다


치유의 공간, <콜럼버스>

585d836e7e9f5aa5ce2da48306f5244ad0aa0b8f.jpg 출처: 영화 <콜럼버스> 스틸컷 (다음)


나에게 광활한 저수지와 작은 숲길을 앞마당으로 삼은 시골집이 있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나’만의 공간이 존재한다. 그곳은 시간의 궤도에서 벗어나 영원히 멈춰있는 것 같지만, 언제 가도 늘 새롭다. 평범한 공간이 개인적이고 특별한 공간으로 인식되는 순간부터, 공간의 주체는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되기 때문이다. 똑같은 장소에서 매번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그곳. 언제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과 용기를 주는 곳. 나만의 공간.


<콜럼버스>는 그곳을 ‘치유의 공간’이라 말한다.


c5d5352a40003ef4dc2f79791b2bc4609e111c80.jpg 출처: 영화 <콜럼버스> 스틸컷 (다음)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보기 위해 하던 일을 제쳐두고 콜럼버스에 온 진. 그러나 그는 아버지와의 만남이 달갑지 않다. 대화는 물론 서로의 안부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부자 사이를, 가족 구성원의 아픔을 계기로 회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진은 아버지의 병실을 포함해 아버지의 숙소와 아버지가 사랑하는 콜럼버스도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그런 진에게 정반대의 가치관을 가진 카산드라가 다가온다. 자신의 현실에 순응하며, 어떻게든 현재에 만족하며 살려는 그녀에게서 진은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익숙한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진과 카산드라.

건축에 흥미가 없는 그와 건축에 미래를 던져보고 싶은 그녀.

하루빨리 떠나고 싶은 자와 어떻게든 남으려는 자.

서로 다른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서 번번이 충돌한다. 그리고 조금씩 변화한다. 각자의 기준에서 한 걸음 떨어져, 천천히 상대를 이해하게 되자 그들은 비로소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는다.


045b511e755ceef0c8a7b57dba794b56417cd8ee.jpg 출처: 영화 <콜럼버스> 스틸컷 (다음)


<콜럼버스>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충만한 작품이다. 카산드라의 공간을 통해 변한 진과 그로 인해 새로운 시작을 앞둔 카산드라의 이야기가 전제되었기에 더 귀중하고 매력적이다.


타인을 이해함으로써 나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일. 그 일에 건축의 전문 지식은 필요치 않다.

그 공간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면, 내가 직접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면, 언제든 비대칭 속에서 균형과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눈앞에 칼을 들이밀고 경로를 변경하라 재촉한다.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견디기 힘들 때면 그곳으로 가자.

내 마음을 움직인, 나만의 공간으로.


09f8ff8061b84f790cd141f59069bf3f7905abb3.jpg 출처: 영화 <콜럼버스> 스틸컷 (다음)


<콜럼버스>의 말처럼, 치유의 자리는 우리에게서 멀리 있지 않다.













p.s

이 글은 전주독립영화관 소식지, "2021년 7월, 138호"에 실린 글입니다.

관객동아리 '씨네몽'은 매달 독립영화관 1층 자료실(DVD)에 비치된, 작품을 골라 회원이 돌아가면서 영화 추천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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