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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을 느끼듯이,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영화 추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하여

by 우란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Taipei Exchanges 2010

대만 / 드라마 / 82분

감독: 샤오 야 췐




순풍을 느끼듯이,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을 둬얼의 언어로 바꾸면 이렇다.

‘내가 하는 일에 어떠한 태클도 용납하지 않겠다!’

그녀의 심리적 가치관이 변하기 전의 얘기다. 카페를 열기 위해 직장에 사표를 낸 둬얼에게 꿈은, 더 이상 왔다 갔다 하는 갈대 따위가 아니었다. 더구나 성격은 물론 취향까지 안 맞는 동생(창얼)을 서빙 매니저로 고용했으니, 그녀는 반드시 좋은 결과로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아야만 했다.


문제의 발단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얻은 꽃들이었다. 카라꽃은 카페에 쓸모없는 물건들을 채우게 했고, 창얼의 심기를 건들었으며 결과적으로 둬얼의 ‘우아한 카페’를 ‘특이한 카페’로 소문나게 했다. 잘 가꾼 재능으로 현실적인 결과(수입)와 정서적인 만족을 원했던 그녀의 계획은 처참히 무너지고 만다.

2.jpg 출처: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스틸컷 / 다음 영화

우린 인간이기에 이미 벌어진 일을 입맛대로 되돌릴 힘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결국 둬얼이 골칫덩이들을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일은 딱 하나뿐이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것이며, 과감히 다음 스텝을 밟을 것이냐다.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기에 살아볼 만하다. 한 번씩 행운과 기회가 인생 도처를 맴돌다 찾아오기 때문이다.

창얼이 만든 카페 내 물물 교환 규칙이 점점 더 많은 손님을 불러오는 것처럼,

둬얼에게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 것처럼, 그로서 그녀의 시야가 더 넓고 깊어지게 되는 것처럼.

6.jpg 출처: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스틸컷 / 다음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는 잔잔한 파도 위에 떠 있는 작은 돛단배를 떠올리게 한다.


겉으로 보기엔 ‘서로 안 맞는 자매의 우당탕 카페 운영기’로 지루하고 나른할 것 같지만, 배려와 위트가 참 잘 배합된 작품이다. 두 딸을 거침없이 지적하는 엄마의 말에 한 번, 티격태격하면서도 손님들을 대하는 센스가 느는 자매에 두 번, 밋밋할 수 있는 이야기에 약간의 달달하고 솔깃한 디저트를 얹는 방식에 세 번. 중간중간 영화가 건네는 질문도 빠트릴 수 없다. 물음표 안에 숨겨진 귀중한 의미를 알아차리는 일이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가 우리에게 원하는 물물 교환의 조건이니까.

5.jpg 출처: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스틸컷 / 다음 영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내밀한 가치관이 존재하며, 거기엔 튼튼한 날개와 힘찬 두 발이 달려있다.

그 점만 잊지 않는다면, 우리의 물물 교환엔 늘 순풍이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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