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나 할까?
외할머니의 마당에는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것들이 많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외할머니가 집에 가기 위해 준비 중인 엄마의 손에 배추를 쥐어줬다.
배추의 속은 꽉 차 보였다. 엄마는 만족했고, 할머니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며 목소리를 높이셨다.
하지만 나는 그날따라 할머니와 전날 밤새 수다를 많이 나눴던 터라, 옆집 할머니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옆집 할머니가 키우는 개가 그날따라 새벽부터 미친 듯이 짖어대, 외할머니는 잠을 한숨도 잘 수 없었다. 할머니는 7시가 되자마자 김치 한 포기를 들고 옆집의 문을 두들겼다.
그래도 나는 교양 있는 사람임을 강조하고자, 들고 간 김치였다.
옆집 할머니는 아침 일찍 찾아온 외할머니에게 김치를 받아 들고, 마당에 있는 해바라기 꽃 한 송이를 건넸다.
"뭔 아침부터 김치예요. 내가 줄 건 없고, 마당에 있는 해바라기 한 송이 줄게. 아들이 보기 좋으라고 4년 전에 심은 건데, 이제야 꼿꼿이 자라서 폈다니까. 나는 집에서 마당 보는 재미로 살아!"
하필 내가 가기 전날에 일어난 일이었고, 우리 교양 있는 할머니는 그대로 해바라기를 들고 와 집 앞 신발장에 던져버렸다.
할머니의 하소연에 엄마가 한 마디 툭 던졌다.
"아니 엄마, 뭘 새삼스럽게 그래. 여기 개만 있어? 고양이 천지잖아. 엄마 집 개장에도 개가 3마리나 있어~ 그냥 어제 엄마가 너무 안 맞았나 보지! 그나저나, 엄마 해바라기 참 예쁘네! 좀 병에 꽂아 놔~."
할머니의 입꼬리는 이미 잔뜩 성아니 삐죽거렸고, 나를 데리고 밭으로 나가시며 말했다.
"그냥 이왕 간 거 김치나 한 포기가 아니라, 몇 상자 줄 걸 그랬다!"
나와 함께 밭을 내려가는 와중에 한 마디 덧붙였다.
"네가 가져갈 거 까지!!"
엄마 역시 지지 않았다.
"엄마! 좀! 속 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