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충동적으로 독서모임을 열게 됐다.
독서는 아마 열심히 살려고 하는 이들의 필수 덕목인 동시에 의무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 책 좀 읽어야 하는데...). 그 비슷한 마음에서 대학교 3학년 때 대학교 때 독서모임을 열었었는데, 직장 입사 3년 차에 또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독서모임의 룰은 이렇다.
1. 나의 지인들이지만 서로 최대한 모르는 사람들로 구성, 익명(닉네임) 진행
2. 격주에 1번 화요일, 밤 아홉 시 / 2시간 이내
3. 비대면 화상으로 모임, 얼굴은 *입 아래로만* 노출할 것
4. 회원들은 각자 선정한 책의 토론날 사회자를 맡으며, 생각해볼 문제를 사전에 발제/공유
5. 출석률 50% 이하인 회원은 다음 시즌 모임에서 제외
6. 모임 후 주인장(나)이 관련한 짧은 글을 한 편 작성해서 공유
8명이서 시작한 모임은 생각보다 잘 굴러가는 중이다. 매번 가능한 인원만 참여하지만, 소수여도 풀(full) 인원이어도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규칙 6. 에 적힌 대로 매번 모임이 끝나고 그날 나누었던 얘기들을 모아서 글을 한 편씩 쓰고 있는데, 요즘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글쓰기다. 좋은 글을 쓴다는 건 항상 어려운 일이지만, 나의 모임에 정성 들여 참여해 준 회원들에 대한 내 나름 감사의 표시다.
최근 다른 지인 J가 힘든 일을 겪고 있었는데, 무언가 위로가 될 말을 찾기가 어려웠던 적이 있다. 그때 이 독서모임에서 내가 썼던 글 중 하나를 보냈다. 어쩌면 모임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큰 위로는 안될 수 있어도, 그냥 진심을 담아서 쓴 말들이 조금의 긍정적 스파크를 띄우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다행히 J는 감동받은 리액션을 해주었고, 잘은 모르겠지만 의도했던 작은 일렁임 정도의 작용은 성공했던 것 같다.
글을 가끔 쓰다 보면, 아무도 봐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의 글들이 어디선가 예상치 못하게 누군가의 마음에서 쓰이고 있던 경험이 생긴다. 앞으로 수차례의 글들 중 하나 정도는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의 마음에 스파크를 일으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