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2022.11.22 (화)
조금 은밀한 독서모임 12회가 끝났습니다.
글을 쓰는 작업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물과의 거리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오늘 글은 생각하면 할수록, 하루키가 말한 대로 '정직하게 쓰려고 하면 할수록 정직하지 않은 문장이 되어' 갔어요.
그래서 조금 형식을 달리해서, 최대한 주관을 배제하고 아래 문장들을 쭉 적어봤습니다. 읽으면서 우리의 열두 번째 모임을 떠올리고 또 각자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어두운 마음을 가진 사람은 어두운 꿈만 꾼다. 더욱 어두운 마음을 가진 사람은 꿈조차 꾸지 않는다.
2. 누군가에게는 라디오 사연으로 보낼 만큼 인상적이었던 일이, 상대에게는 끄집어내야만 간신히 기억나는 일이다.
3. 인간관계에서, 거짓은 자주 우리에게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4. 그러나 때로 진실보다는 약 70% 정도의 진실을 활용한 비유나 변형된 이야기가 더욱 효과적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사실 그대로 소설에 쓰면 재미가 없듯이.
5.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람들을 쉽게 떠나보낸다. 멀어졌다가도 가까워지는 관계가 신기하면서 편안할 때가 있다.
6. 많은 것에 무뎌진 나 자신을 보면서 어른이 되어간다고 느낀다. 반대로 많은 것을 철저히 계산하는 나를 보면서도.
7. 때로는 나의 하루가, 지난 연애가, 어떠한 순간과 사진이 아닌 느낌과 흐름으로 남는다. 그 흐름은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8. 그런 의미에서 SNS는 나와 다른 이들의 순간들만을 포착한다. 순간으로는 그 누구도 서로를 알 수 없다.
9. 그런 의미에서 독서모임은 흘러가는 우리의 시간과 생각과 대화들을 잔잔하게 공기 중에 퍼뜨린다.
10. 사람은 가만히 놔둬도 섹스와 죽음 같은 것들을 겪는다.
11. 하지만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것이 내 글에 어떻게 담기는지는 하루키처럼 수없이 성찰을 거칠 수 있다. 이 과정은 나도, 쥐도 변화시키며 내 세계의 외연을 넓혀가게 한다.
12. 다시 한번, 정직한 문장만 쓰려고 할수록 정직하지 않은 문장이 된다.
*위 글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발췌한 구절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