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적응기 14주차

나는 왜 결혼했을까? -1

by 무른 감자

주변의 친구들이 물어본다 결혼하면 뭐가 더 좋아? 더 행복해? 결혼생활은 어때?

이렇게 물어보면 '그냥 똑같아, 별로 다른게 없어'라고 늘 비슷하게 대답한다.


그 대답에는 반쯤 진심이 섞여 있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게 왠지 낯부끄럽기도 하고, 사실 결혼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행복의 결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러면 나는 예전에도 행복했는데, 결혼을 왜 하고 싶었을까?


사실 아주 사실은 남자친구를 처음 만날 때부터 결혼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엄마의 입김이 한 몫했다.

엄마는 그래서 결혼하재? 결혼은 언제해? 결혼하자고 안하면 이상한 놈이야라는 말들을 거리낌 없이 하였다.

그 때의 나의 무의식에 그런 말들이 꽤나 영향을 준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엄마와 분리되어 엄마의 생각이 내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선을 긋지만 그 때는 아니였던 것 같다.


그리고 원래도 지금의 남편, 그 때의 남자친구랑 결혼한다면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도 했다. 나를 너무 사랑해주고 나를 귀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또 솔직히 말하면 일찍 결혼한다는 게 그때의 내겐 멋져 보였다. 누군가 남자친구 있으세요라고 물을 때, “아뇨, 결혼했어요”라고 말하는 게 더 근사해 보였다. 나는 실제로 인터넷에 “결혼은 어떻게 하나요”를 검색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27살이 되던 해, 나는 결국 남자친구에게 먼저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회사에 있던 날, 카톡으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나, 결혼할래. 오빠는 어때?”

남자친구는 잠시 후 답했다.

“나도 좋아.”


그리고 우린 싸웠다. 내 딴에는 엄청난 고민을 하고 말한건데, 남자친구는 그저 나도 좋아하고 말한 것에 화가 났다. 이런 진지한 이야기 뒤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말해야하는데 전혀 그런 기미 조차 없었던 것이다.

나는 남자친구에게 실망했고 남자친구는 본인은 목표한 저축액을 모아야지 결혼이라는 것을 말하려고 했다고 했다. 그 때의 남자친구는 아직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도 없다보니까 결혼이 아직은 와닿지가 않는다고 말했고 하지만 나랑 천천히 이야기 해나가면서 목표를 하나씩 정하자고 했다.

그떄의 나는 사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척했다.

그래 남자들은 원래 결혼에 대한 부담감이 심하다고..하는 글들을 보면서 애써 이해해보려고 했고

남자친구의 마음을 헤아리는 척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와 생각이 다른 남자친구를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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