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적응기 5주차(신혼여행편)

쓰다 보니 신혼여행 이야기는 1도 없는 글이 되었다

by 무른 감자

약 한달 반전 다녀온 유럽 신혼여행 사진을 다시 보며

이 때 이랬었지 추억에 잠겼다.


우리는 프랑스, 영국으로 신혼여행을 갔었고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풍경

건축물, 맛있는 음식으로 행복해했다.


그런데 막상 돌아와서 가장 인상 깊었고 계속 생각나는 것은

여행기간 동안 받은 사람들의 순수한 호의였다.


우리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지만

어떤 외국인 아주머니는 우리가 기차를 놓칠까 함께 뛰어주었고
우리는 처음 본 사이였지만

어떤 외국인 아저씨는 우리의 무거운 캐리어를 별말없이 옮겨주었다.

또 다른 아저씨는 길을 헤매는 우리가 신경 쓰여 다시 돌아와 길을 안내해주었다.

(그건 잘못된 길이긴했지만..ㅋㅋ)

한국인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방을 업그레이드해주던 호텔 주인 아주머니의 마음까지
정말 고맙고 감사했다.


우리는 서로 이름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모르고, 다시 마주칠 일도 없겠지만

그저 그 순간을 공유했다는 것만으로도 친밀함을 나눌 수 있다.

이렇게 작고 큰 호의를 받으면

나의 기억에 머물다 따뜻한 온기로 저장되고

그리고 그 온기는 또 다른 이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나는 이 따뜻한 선순환을 믿는다


프랑스 여행 중 어떤 외국인이 우리에게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을 찍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

우리가 들고 있는 폴라로이드 사진이 얼마인지도 궁금해했다.

나는 그가 지인들과 그 곳에서 추억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 같아, 한 장 찍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경계심이 많은 숭이는 미안하다며 그냥 가자고 했다.

처음 본 사이라면 대뜸 얼마냐고 물어보는 것이 자칫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인 것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나는 그 외국인의 말보다는 그 안에 담긴 마음이 느껴졌기에
그 상황이 더 아쉽고 마음에 남았다.

사진 한 장으로 우리는 서로를 기억할 수도 있고

기억하지 않더라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을텐데 그게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꼭 사진 한 장 ,조그만 호의라도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숭이에게도 잘 설명해주고싶다.


이렇게 여행을 통해 많은 걸 느꼈지만,
제일 느꼈던 것은 사람들의 따뜻함과 호의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마음이다.


나는 몇 년 전 해외여행에서는 인종차별적인 말이나 시선도 겪었지만
이번엔 그런 것들이 이상하게도 잘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그때보다 조금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서 그랬던걸까

세상은,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따뜻하게 바라보면 따뜻한 것들이 보인다.
나는 이제 사람들의 따뜻함이 보인다.


요즘은 누구나 너무 쉽게 혐오하고, 쉽게 미워한다.
세대, 남녀, 이념, 취향…
조금만 다르면 마치 사람이 아닌 것처럼 대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솔직히 나도 사회생활을 하며 가끔 '사람들 진짜 너무하다'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들이 진짜 본성 자체가 나쁜 사람일까?
정말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대부분은 아닐 것이다.

어느 상황, 어느 순간 속에서 내가 그렇게 느끼고 판단한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사람은 모두 부족함 면이 있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오해하고 미워한다.
그래서 더더욱 서로를 이해해보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 안에 있는 진심은 대부분, 사실 순수할 것이기 때문에

나는 믿기로 한다.

작은 호의 하나가, 따뜻한 시선 하나가,
세상을 조금 더 괜찮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그건 아주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그냥 그 순간, 내 앞의 사람을 따뜻하게 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세상을 너무 따뜻하게만 보는거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래도, 손해 볼 것 없으니까요”

그게 내 인생에 큰 손해가 아니라면,
그냥 한 번 해보면 좋겠다.
따뜻한 시선으로 한번 바라보면
그게 어떤 감정을 남기는지,
그 따뜻함이 나한테도 돌아오는 마음을
느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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