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적응기 4주차

아빠가 항상 보고싶은 철없는 막내딸

by 무른 감자

오랜만에 남편 숭이,우리 엄마,아빠,친오빠와 다같이 식사를 했다.


엄마는 아빠가 나에게 항상 예스로 키웠다고 , 유독 나한테는

내 모든걸 오케이해주었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반면 엄마랑 오빠는 현실적으로 나를 생각하며 길렀다고


나는 엄마의 말에 "맞아, 내가 가족들한테 퇴근하고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아빠는 항상 나를 데리러와줬는데

엄마랑 오빠는 항상 택시타고 오라고 했어"라며 웃어댔다.

이 말을 뱉고 혹시 엄마랑 오빠가 신경쓰일까봐,

"근데 2대 2라서 괜찮았어"라고 철없는 막내딸의 모먼트도 잊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우리 아빠는 어릴 때부터 예스맨이였다

"아빠, 나 좀 데리러 와줘" "아빠,나 이거 안돼 .고 쳐줘" " "아빠,나 뭐 사줘" "아빠,아빠.."

나의 수많은 부름에 아빠는 단 한 번도 나중에, 안돼라는 대답이 없었다.


아빠는 항상 슈퍼맨처럼 나에게 달려왔고

내가 요청하는 모든 걸 들어줬다.

나는 아빠를 귀찮게 하는 손이 많이 가는 딸이였고

아빠는 나의 슈퍼맨이였다.


초등학교 운동회 하루 전, 아빠는 신발이 부끄럽다는 내 말에

그 늦은 시간 운동화를 사러 돌아다녔고

기어코 운동화를 내 품에 안겨주었다.


밤 늦은 시간 학원에 다녀온 고등학생 딸이

걱정된 아빠는 나를 꼭 데리러 왔다.

내 친구는 항상 데리러 오는 우리 아빠가 신기했는지

연신 부럽다고 말했다.


백수가 된 20대 후반의 딸에게는

아빠는 용돈이랍시고 몇 십만원을 건넸다.

"아빠는 우리 딸이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아빠가 너 하나쯤은 먹여살리지 못 먹여살리겠어

기죽을 필요 없어. 괜찮아"


이런 아빠 밑에서 나는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랄 수 밖에 없었다.

내 뒤에는 아빠가 있었고

나의 가장 큰 안전망이 든든했다.

그리고 나는 아직 다 자라지 못했다.


결혼한 지금도 나는 아빠의 품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내 친구는

결혼은 부모랑 독립되어 각자 알아서 잘 사는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아직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도 아빠의 품에서 벗어날 때가 오겠지

가끔 상상해본다.

할아버지가, 큰 아빠가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던 것처럼

아빠도 내 생각보다 더 일찍 내 품을 떠날 수 있지않을까

이런 생각을 자주 하면 정말 그 날이 왔을 때

내가 덜 아프지 않을까 하며.


그래도 내가 좀 자랐나 느꼈던 순간은

'아빠가 내 곁에 없는 거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아'에서

'그래도 나는 그동안 자라며 받은 사랑들이 있잖아. 그것만으로도 난 축복받은 거야'

라고 생각했을 때.


아마 나는 그 순간이 오면

너무나 아프고, 힘들고, 죽을 것 같겠지만

아빠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았던 나의 기억들을

다시 하나하나 떠올리며

나는 잘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가장 큰 울타리가 낡아져도

나는 그 울타리의 기억을 가지며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인내하고 버텨낼 것이다.

나만의 울타리를 새롭게 다지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빠가 보고 싶다.

폭싹 속았수다의 관식이의 대사가 아빠 목소리와 겹치는 듯 하다.

"아빠 여기 있어, 수틀리면 언제든 빠꾸해 아빠 항상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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