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적응기 2주차

그동안 망설이느라 하지 못했던 것들을 모두 하는 날

by 무른 감자

어제는 오랜만에 숭이와 데이트를 했다.

숭이와 4년 전 딱 이맘때쯤 갔었던 행궁동에서, 그때와 똑같이 데이트를 했다.


데이트 부제는 [그동안 망설이느라 하지 못했던 것들을 모두 하는 날]


우리가 처음 사귈 무렵, 행궁동에서 카페도 가고, 야간개장도 함께 봤었다.
그땐 숭이에 대해 깊이 알지 못했어서
“원래 다들 이렇게 데이트하나?” 싶었던 기억이 난다.


특별히 재미가 있다기보다는 소소하고 따뜻한 감정들.
나를 많이 좋아해 보이는 숭이의 발그스레한 표정과
지금 나와 같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말들, 그런 것들이 떠오른다.
너무 행복하다는 말이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졌던 감정,

좋은 여자친구로 보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던 걱정들 뭐 그런 것들.


그때 나는 ‘플라잉 수원’이라는 것을 꼭 타고 싶었었다.
플라잉 수원은 수원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열기구인데,

연인들의 증표 같은 거라고 생각했던 그때 나는 그걸 꼭 타고 싶었다.

하지만 숭이는 긴 줄과 꽤 비싼 요금에 살짝 당황했던 것 같고, 결국 못 타고 돌아섰다.


내가 결제하겠다고도 했지만, 긴 줄에 결국 나중을 기약하며 돌아섰다

그날 집에 돌아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었다.


“나를 많이 좋아하지 않는 건가?” 하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정말 타고 싶다는 말을 좀 더 솔직히 했다면 숭이는 분명 타자고 했을 텐데(아닌가...?)
내 솔직한 마음을 말하지 못했던 그때의 내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숭이한테 4년이 지나서야 내가 그랬었다고 털어놓으니,
숭이는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같이 타겠다고 했다.
그때 내가 타지 못해서 아쉬웠던 감정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하니 그걸 꼭 풀어주고 싶다고 했다.

참 킹받지만 귀여운 숭이다.


4년 만에야 플라잉 수원을 타고 하늘을 나니,
솔직히 엄청 뭐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 시절, 연애가 처음이라 전전긍긍했던 내가 떠올랐고

지금의 숭이에게 고맙고, 또 다시 생각해도 숭이에게 왜 그랬냐며 괜히 다시 짜증이 났다(ㅋㅋㅋㅋㅋㅋ)


4년이 지나서 다시 야간개장하는 곳에 가보니 모든게 똑같았다.
그때는 연애 초반이었고 지금은 우리가 부부로서 데이트를 한다는 사실만 제외하고 모든 게 똑같았다.

그때 숭이가 나를 데리러 오고, 나를 데려다주었을 때 감정들이 생각이 났다.
마음이 따뜻한 것들로 가득 채워지는 느낌. 그래서 몽글몽글해지는 느낌.
우린 그때의 감정들에 대해 오래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때 차가 너무 많아서 먹지 못했던 통닭거리를 다시 갔다.

밤이 늦어서 대부분의 통닭집이 마감을 하고 있었는데, ‘장안통닭’이라는 집만 열려 있었다.

“더는 손님을 받지 말라”는 말에 아쉬워하던 찰나,
서빙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이 손님들만 받자”고 해주셨다.
그 순간 아주머니는 내 눈에 천사처럼 보였다.

그 작은 배려 덕분에
이 하루가 더 특별해졌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그날의 부제를 완성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망설이던 것들을 하나씩 해낸 나 자신에게도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다.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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