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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케이 Jan 21. 2022

나를 위한 세 가지 cp1.

Part1. -10

특별할 것도 없는 1년의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 왠지 너무 허무하고 공허했다. 난 올 한 해 멀 위해서 이렇게 달려온 걸까?라는 생각과 내년에는 올해 했던 일들을 다시 또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새로울 것 하나 없는 2022년을 또 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회사가 가기 싫어진다.


MBTI. MBTI는  개인마다 태도와 인식, 판단 기능에서 각자 선호하는 방식의 차이를 나타내는 4가지 선호 지표로 구성되어 있는 성격유형 검사이다.
 

요즘엔 자기 혈액형보다 MBTI 유형을 모르는 사람이 더 이상한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을 16가지로 나눌 수 있다니. 하하.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란 남자 80억 명 중의 하나뿐이지. 얼마나 맞겠어. 그게??'


'네'.앱솔루리 과학입니다.


 이것은 진심 과학이다. 하나같이 찰떡처럼 한마디 한마디가 그냥 내 존재 그 자체이다.

마이어스와 브릭스(이 두 분이 MBTI를 고안하신 훌륭한 분들이시다) 이 선생님들은 분명 날 아는 분들이시다. 날 모르고서는 절대로 이와 같은 성격유형을 주실 리가 없다.


ESFJ

나다. 그냥 나야 나!!. 사교적인 외교관. 별명 또한 기가 막힌다.

ESFJ의 장단점은 대충 이렇고 한다.


*장점

1. 사람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잘 수행한다.

2. 정직하고 현실적이며 낙천적인 성격이다.

3. 배려심이 많고 예의 바르고 친절하다.

*단점

1. 감정 기복이 심하고 걱정 불안이 많다.

2. 싫은 소리나 쓴소리를 잘 못한다.

3.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이런 애를 데리고. 일탈을 꿈꾸다니. 내 몸뚱이와 정신에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나란 인간은 원래 멀 혼자 못하는 거다. 그냥 다 함께 좋은 게 좋은 거야 하면서 '하하호호' 하며 마시고 놀면서 연말을 시끄럽게 보내줬어야 하는 거다.(코로나 영향도 있긴 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번 실수는 병가의 상사라 했다'

나란 인간을 잘 알았으니 이제 두 번의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회복 프로젝트를 수행하겠다고 계획을 짰다.(ESFJ가 또 계획충.. 밥 먹을 때도 뭐부터 먹을지 계획한다 함.)


 세 가지의 큰 틀을 정말 고민 고민하여 짰다.

 두 번 고민할 것도 없이 새해 계획 원픽은 역시 다이어트다.

이것은 댄스인가..

새해 계획 찐 단골손님이다.

아주 아주 아주 진부하고 특별한 것 없는 그저 그런 목표이기도 하다.

 나름 성공한 적도 중간에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면서 실패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좀 다르다. 회복 프로젝트의 원픽이고 이 다이어트라는 게 상황이 좀 맞아 떨어줘야 한다. 몸도 준비가 되어야겠지만 프로 다이어터인 내가 봤을 때는 8할이 정신적인 상태가 아주 아주 중요하다.


우리가 아프고 힘들 때 왜 살이 빠지는 줄 다 안다. 식욕이 일단 없다. 멀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가 않다. 이미 머리가 다른걸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이다. 의지가 충분하다고 절대 되는 게 아니다. 의지라는 것은 더 큰 의지가 생기면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필요하냐.

'정신적인 학대'

 이것이 나의 다이어트 최고의 무기다. 방법은 한없이 깊은 나락으로 정신을 끌어내리는 것이다. 그것이 바닥임을 확인하면 다시 또 바닥을 파기 시작해야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걱정과 근심이 이어지면 결국 살은 빠진다. 물론 이런 다이어트가 몸 건강은 좋아지겠지만 정신적인 황폐함은 어쩔 수가 없다.

 언제나 트레이드오프(Trade off)다. 정신적인 황폐함은 목표한 체중이 빠지고 정신을 차리고 나면 저절로 성취감으로 바뀐다. 물론 모든 사람한테 다 맞는 것은 아니다. 순전히 비과학적이고 나에게만 잘 들어맞는 처방이다.

 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못 믿겠으면, 지금 한번 1분 안에 울어보시라.


'안되쥬???'

(되시는 분은 개인적으로 연락 바랍니다. 잘 아는 정신과 전문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목표는 마이너스 텐. 물론 10KG을 뺀다고 해도 정상체중은 아니다. 그리고 이 몸뚱이에서 10Kg 다이어트는 그리 어렵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목표가 너무 힘들면 금방 지치는 법. 이 사이즈가 딱 좋다

 방법은 역시 정신적인 학대와 함께 식이요법 그리고 간단한 운동이다. 마트에 가서 먹을만해 보이는 시리얼들을 잔뜩 샀다. 밀가루를 끊어야 다이어트 시 더부룩함이 없기에 밀가루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제품들로 구매를 했다.

 그리고 새해 벽두부터 나는 가족들과 함께 실내 스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실내 테마파크에 갔다.

1월 1일 아침에 10시에 말이다. 첫 타임 할인이 들어가는 것도 한 이유겠지만 아무래도 코로나 시대에 호흡이 거칠어지고 비말이 전달되는 실내 스포츠에서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었다.


 4인 가족이 약 7~8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3시간 동안 실내의 거의 모든 운동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다.

클라이밍, 야구, 골프, 축구, 양궁, 집라인, 농구 등등 거의 모든 실내외 스포츠를 VR과 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었다.

무서워서 도전을 못했다..떨어질까봐가 아니고, 저 동아줄이 내 몸뚱이를 못이기고 끊어질까봐...그래서 물어줘야 할까봐...
비루한 몸뚱이, 처절하다.

클라이밍

먼가에 매달려 잡아당기며 오르기는 난생처음이다. 발끝을 아주 작음 틈 사이로 억지로 구겨 넣고 손은 다음 목표를 위해 힘껏 내뻗었다. 한두 가지 초보자 코스를 하고 나니, 약간 요령이 생긴다. 사진의 몸뚱이를 보면 운동이라고는 담을 쌓고 지낼 것 같지만, 그래도 나름 운동신경은 조금 있다. 다만 살이 쪘을 뿐이다.

아무튼 요령은 다음과 같다.(난생처음 하는 사람의 요령이지, 방법은 아니다)


1. 오르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야 하고 손을 놓쳐 떨어졌을 때도 담대해야 하다는 것이다. 안전장치는 충분하 고 떨어질 때도 나름 재미가 있다. MT에 있는 그 완강기 비슷한 것이 설치되어 있어, 떨어질 때 천천히 떨어진다. 그때 SWAT처럼 발을 벽에 통통 튕겨 주면 된다.


2. 그리고 몸을 최대한 벽에 밀착하는 게 오르는데 조금 편했다. 아무래도 중심이 벽으로 가니 힘도 분산이 안되고 좀 더 수월하게 발을 뻗을 수 있었다.


완전 울트라 초보자의 첫 클라이밍 도전이었다.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응원해 줬고, 꼭대기에 올라 벨을 누르는 그 희열이 꽤 괜찮았던 경험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체중 때문에 그런 건지 근력이 많이 떨어져서 그런 건지 오랫동안은 못할 것 같았다. 나름 경사가 있는 코스도 도전해 보았는데, 악력도 부족하고 긴장을 해서 땀이 나서 그런지 자꾸 미끄러졌다.

꽤 괜찮은 운동이자 도전의식이 아주 아주 충만해질 운동인 것 같아 앞으로 종종 할 것 같다. 하지만 그전에 살을 빼야 할 것 같다. 최소한 지금 몸무게에서 -20kg 정도는 감량을 하고 시작을 해야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러고 나서는 한 30분 동안 신나게 야구배트를 휘둘렀고, 3점 슛 농구를 한 20분 넘게 했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아 오랫동안 할 수 있었다. 신나게 3시간을 보내니, 어느샌가 외투는 벗어던져 있고, 등줄기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역시 돈이 좋아. 운동이 저절로 되네.'

'자 이제 집에 가서 시리얼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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