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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병아리 Feb 07. 2023

언어의 무게

말에도 무게가 있다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혹은 인사치레로 '한 번 보자.',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을 즐겨 한다.


  몇 년 동안 안부전화 한 통 없이 지낸 사이였음에도 필요한 용건이 끝나면 으레 "밥 한 번 먹자.", "언제 얼굴 한 번 보자."라는 말로 마무리를 짓곤 한다.     


  '그냥 한 번 해 본 말이야.'처럼 무게감 없이 아무렇게나 툭 내뱉어 버리는 이 의미 없고 가벼운 말을 나는 무척이나 싫어한다.     


  궁금한 용건이 해소되었으니 더는 내게 연락을 해 오지 않으리란 것과, 나 또한 특별한 용건 없이는 먼저 연락을 하지 않으리란 것을 상대방도 나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차라리 "다음에 만날 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 라는 담백하고 깔끔한 문장으로 말해 주는 사람이 좋다, 그 편이 듣는 사람 기준에선 찜찜함이 덜 하니까.     


  가까운 사이가 아니거나 빠른 시간 내에 정말로 밥을 먹을 계획이 없다면 나는 그런 허튼 약속 따윈 하지 않는다. 지키지도 않을 계획들과 돌아서면 잊어버릴 약속들을 무수히 쏟아내는 무게감 없고 의미 없는 언어의 덩어리들을 정말이지 싫어하니까.     


  가벼운 언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경향이 있다.     


  본인의 기분이 좋을 때에는 "내가 도와줄게, 그까짓 거 아무 것도 아니지 걱정 마 내가 해 줄게."     


  단숨에 내가 처한 어려운 상황들을 모조리 날려 보내 줄 것처럼 너무도 가볍게 말을 훅 내뱉는다. 그러고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를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이 상대방에게 무례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말도 약속의 종류 중 하나이다. 구두로 하는 약속이라 하여 아무렇게나 남발하고 그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고는 결코 생각지 않는다.     


  언어에도 무게가 있다, 말에도 무게가 있다는 뜻이다.

  자신의 말에 무게감을 두고 결과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 진지한 자세로 상대방과의 대화에 임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싶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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