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 봐
지니가 한 개도 두 개도 아닌 세 가지나 되는 소원을 들어주겠다 자처한다. 과연 나는 어떤 소원을 말할까?
요즘 뜨는 김우빈 주연 드라마 '다 이루어질 지니'를 보다 문득 든 생각이었다.
1. 40년 동안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온 게 억울하고 또 억울하니
당장, 어서 당장 내 눈을 뜨게 해 줘.
2.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고 으리으리한 아파트를 사서 내 품에 안겨 줘.
3.
3.
3. 과거로 돌아가 이전에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과 옷깃도 스치지 않게, 눈빛도 마주치지 않게, 그래서 나와 절대로 만나지 않게 해 줘.
3. 아니면 송중기를 영원히 내 남자로 만들어 줘.
소원상자에서 크고 작은 온갖 소원들이 쏟아져 나올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단 두 개의 답변 앞에서 나는 우물쭈물 생각에 빠지고 말았다.
순간 조작가는 어떤 답변을 할까 궁금해졌다.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로 당당하게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 조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작가, 지니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면 그대는 무슨 소원을 말할 거야?"
갑자기 던진 생뚱맞은 질문에도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담담히 대답했다.
음... 나는...
1. 내가 죽을 날을 나 스스로 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2. 그리고 절대 살이 찌지 않는 법을 알려 달라고 말할 거야.
내가 예상하지 못한 그녀 다운 답변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내게 나의 소원 세 가지는 뭐냐 물었고 나는 내가 가진 세 가지 소원을 말했다.
그녀가 내게 눈을 뜬다면 뭐가 제일 궁금하냐고 질문을 던졌다.
"난... 내 모습이 어떻게 변했을지가 궁금해, 그리고 내가 볼 수 없었던 세상의 모든 반짝이고 어두운 것들이 궁금하고."
그러자 그녀가 답했다.
"응, 나는 오히려 보이게 되는 게 무서워, 늙어버린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것도 보이지 않던 세상과 대면하는 것도 무서워."라고 했다.
나는 시각장애인들은 모두 눈을 뜨는 게 첫 번째 소원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전화를 끊고 나서도 나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지니가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나는 과연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정말 눈을 뜨는 것 만이, 화려한 아파트 만이 내가 바라는 전부일까?
문득, 보이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이 내가 듣고 느끼고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 자체로 이미 이루어진 소원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