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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gi Mar 07. 2024

고양이와 비닐

  바스락바스락

고양이가 좋아하는 소리 중 하나, 비닐 소리다. 고양이들은 원래 비닐 소리를 좋아하고 우리 집 고양이들도 예외 없이 좋아한다. 특히 첫째 치즈냥인 제리는 다른 장난감에 비해 비닐봉지를 더 좋아한다. 둘째 미우는 어떤 장난감을 들기만 해도 궁둥이를 좌우로 흔들며 사냥 놀이를 하고, 일주일 내내 같은 장난감으로 놀아주는 것을 좋아할 정도로 하나에 빠지면 오래가는 것에 비해 제리는 모든 장난감이 일회용으로 쉽게 질리고 흥미를 끌기 쉽지 않은데, 비닐은 제리가 언제나 좋아하는 항상 격한 반응을 보여주어 나에게 있어서 효자템이다.


 애들의 최애는 커다란 비닐이다. 쓰레기봉투 정도의 크기와 두께를 가장 선호한다. 내가 쓰레기를 버리고 봉투를 새로 꺼내면 일단 달려든다. 귀엽다고 그냥 놀게 두면 봉투가 발톱에 의해 다 찢어져 쓸 수 없게 되어버려 그냥 애들 놀이용 비닐봉지로 되어버리고 만다. 코인 세탁소를 갔다가 빨랫감을 담아 온 큰 봉투도 좋아한다. 쓰레기봉투보다 크고 더 두툼해서 나도 만족스럽다. 코인 세탁소의 봉투는 제리보다 미우가 더 좋아하는데, 뭔가 둘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인간인 나와 같이 고양이들도 비닐을 구분하고 비닐 취향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고양이별엔 비닐을 파는 상점 같은 게 있어서 취향껏 비닐을 고르진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 봤다. 제리는 자기보다 2배 정도의 크고 중간 정도의 바스락을, 미우는 더 크고 튼튼한 비닐을 찾으러 여기저기 다니겠지..


 비닐 속에 있을 때 공을 굴려주거나 낚싯대로 놀아주면 반응이 좋다. 소리도 경쾌하게 파삭! 파사삭! 거리는데, 아무래도 진짜 자연에 있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둘이서도 곧잘 놀지만 한눈을 팔면 비닐을 뜯어먹으려 드니 늘 감시하고 있다. 재밌게 놀다가 병원 가는 일은 정말이지 사양하고 싶다. 오늘도 무사히 비닐덕에 잘 놀고 기분 좋아진 애들을 보니 참 뿌듯하다. 세상의 좋은 비닐을 모으던가 해야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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