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가을의 교토 1
벌써 5년 전인 2017년 가을
홀로 불쑥 떠난 교토 여행
이 여행 이후론 혼자 여행을 가지 못해 마지막 여행이 기억에 계속 남아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부지런히 다닐 것을
어서 다음 여행 갈 날을 기다리며
일본 만화나 영화를 보면 한 번쯤 보는 것이 열차 안에서 예쁜 도시락을 먹는 장면이다. 어릴 때 본 만화에선 여행을 가는 기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는 장면이었다. 실제로 역 안엔 도시락 전문점이 있을 정도로 도시락 문화가 발달되어있다. 대학생 때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가서 함께 도시락을 사서 기차에서 먹어 본 적이 있는데 기대를 너무 했던 탓인지 보통의 도시락의 맛에 조금 실망을 했었다. 하지만 도시락은 예뻤고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를 하나 이루는 날이 되었다. 일본이든 우리나라든 여행의 시작에 먹는 도시락만큼 설렘 가득한 맛은 없을 것이다.
난 이때 한창 타마고 산도(계란 샌드위치)에 빠져있었다. 그래서 일본 여행을 앞두고 타마고 산도 맛집들을 다 알아보고 출발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바로 세븐일레븐 계란 샌드위치였다. 편의점 샌드위치가 왜 그렇게 유명한지 궁금하기도 했고, 일본 편의점 음식은 대체로 맛있으니 꽤 기대가 컸다. 공항에 도착해 샌드위치와 마실 것을 사서 교토로 가는 열차를 탔다. 약 2000원 하는 샌드위치는 아침부터 피곤했던 나에게 묵직한 첫인상을 안겨주었다. 촉촉하고 부드럽지만 농후한 으깬 계란이 들어간 샌드위치는 순식간에 내 위로 사라졌다. 진한 맛에 비해 고소하기도 해서 함께 산 밀크티와도 잘 어울렸다. 작은 샌드위치로 이렇게 만족감을 느끼게 되어서 이 여행이 더 기대되는 시작이었다.
숙소 가는 길
혼자 하는 여행이었기에 에어비앤비가 아닌 호스텔로 예약을 했다. 캐리어를 드르륵드르륵 끌며 숙소를 찾아가는 길, 숙소가 동네에 있어서 구경을 하며 걸었다. 앞으로 내가 묵을(고작 3박이지만) 이 동네를 구경하고 있으니 꼭 이사 온 듯 설레고 두근거렸다.
저녁으론 작은 장어 덮밥을 먹었다. 주문을 하려고 보니 오후 6시까지 할인 메뉴가 있었다. 주문 당시 시간은 5시 50분 정도였기에 가능한지 물어보자 시계를 보시곤 바로 가능하다 해주셨다. 주문을 하자 주방에서 아직도 6시가 안 되었다며 웃음 가득한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오래전 여행이라 맥주와 덮밥 작은 사이즈 세트 메뉴인지 그냥 금액 할인이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마트 타임세일을 맞춘 것 같은 이런 행운! 여행 첫날에 이런 행운이 함께하면 뭔가 여행의 요정이 나의 여행을 응원해 주는 것 같다. 깨알 같은 일본어를 할 수 있어 좋았다. 과거의 나를 스스로 대견해하고 칭찬하며 즐거운 저녁 식사를 즐겼다. 이날의 첫 밥이었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었고, 시원한 생맥주가 함께이니,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었다. 식사를 마칠 때까지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은 하루였다.
교토역
숙소 가는 길에 있던 동네 카페
작은 화분들과 자전거까지, 완벽한 동네 카페다.
캐리어와 호스텔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
나의 장어 덮밥
상점가의 한 잡화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