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밥을 챙겨주는 고양이 중 한 마리가 있다. 6-7개월 정도 되었을 때 만난 삼색이. 봄에 만나, 노란 눈 색이 예뻐 이름은 개나리로 지어주었다. 유달리 나리는 예민하고 경계가 심했다. 정말 하루도 빼먹지 않고 아침, 점심, 저녁 꼬박 밥을 먹으러 오고, 비가 오는 날이면 길 건너 차 밑에서 밥을 달라고 크게 울었다. 그러면 난 밥을 한가득 들고 차 밑에 넣어주기도 했다. 귀찮으면서 귀여운 아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출근 시간에 맞춰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내가 나타나면 에오! 하고 인사를 하며 함께 출근 오르막길을 오르기도 했다. 이름을 부르면 다가오고 헤드번팅도 해주고 턱을 만져주면 그릉그릉 소리를 내며 누워버리는 애교 가득 길고양이다.
1년이라는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가면서 사랑도 커지고 걱정도 커지던 어느 날, 길 고양이 밥을 못 주게 하는 사람을 만났다. 속상하게도, 모두가 길고양이를 사랑하지는 않았다. 얘네들이 바라는 것은 크지 않은데. 한동안 마음이 먹먹했고 괜히 눈물이 났다. 워낙 사람의 손을 안타는 나리를 결국 내가 입양하기로 하고 계획을 세웠다. 결정을 하니 더 떨리고 매일 마음을 졸이며 보냈다. 늘 오던 아이가 혹여나 갑자기 안 오면 어쩌지? 무슨 사고라도 생기면 어쩌지? 하는 불안과 걱정이 무겁게 다가왔다.
포획틀을 사서 연습을 했다. 안에 사료와 좋아하는 트릿을 두고 며칠 연습을 했다. 경계하며 잘 들어가지 않아 쉽진 않았다. 전날부터 내리던 비가 일찍 그친 어느 날, 그날따라 아침 일찍부터 나를 기다리던 나리를 만났고 그날따라 배가 많이 고팠는지 의심 하나 없이 포획틀 안에 둔 밥을 먹으러 들어간 나리는 아주 쉽게, 얼떨떨하게 포획되었다. 다른 고양이 밥을 챙겨주려던 나는 놀라서 얼른 담요로 덮고 이용하는 동물 병원으로 향했다.
건강 검진을 마친 나리의 상태는 갓벽.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나리는 우리 집으로 왔다. 이까지가 지난주의 일이다. 현재 작은 방에서 집냥이가 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곧 있으면 우리 집 박힌냥 1호, 2호와 얼굴을 트는 시기가 온다. 구조가 끝이 아닌 시작, 이제부터가 나리와 함께 살기 시작이다. 두근두근 심장이 떨리고 긴장된다. 난 봄이 되면서 두 마리 집사에서 세 마리 집사가 되었다. 바라는 것은 제발 사이좋게 잘 지내주는 것, 아프지 말고 이제 길 생활은 잊어버리고 여기서 행복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