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을 기다려요

치즈 잼 토스트

by Nari

'으허..' 하는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5시 알람을 가볍게 무시하고 일어난 시간은 5시 48분이었다. '아, 오늘도 못 하겠네..' 하며 일어나자마자 처음 든 생각은 나의 아침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한동안 열심히 하다가 역시나 체력이 떨어지는 때가 되면 늘 그렇듯 잠이 많아진다. 한 시간 더 자는 대가로 오늘도 내가 생각하는 멋진 나, 에게서 한발 멀어졌다.


어젯밤도 가게에서 사용하는 과일 청을 만들어서 늦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일 중독자처럼 일을 하고 남는 시간을 빠듯하게 사는 데 조금 재미를 붙이는 바람에 몸이 피로함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요즘 늘 피곤해서 휴일까지 조금만 더 버텨야 한다며 영혼까지 끌어올려 버티자! 하는 말이 습관이 되었다.


겨우 일어나 고양이들 밥을 챙겨주고 씻고 나도 모르게 다시 누웠다. 그러다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이불 정리를 하며 다시 누웠다 일어나고, 아침 사냥놀이를 해 주다 다시 눕고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오늘처럼 아침을 더디게 보내는 날도 참 드물었다. 오늘은 참 이런 날인가 보다.


하늘이 끄물끄물했다. 굉장히 습하고 어두운 날이었다. 밤엔 비 소식이 있다. 2주 전부터 시작된 장마로 인해 일기예보는 사실 비구름으로 도배되어 있으나 내릴 듯 말 듯 어둡고 습한 날씨만 지속되고 있다. 오늘은 출근을 해 얼른 준비를 마치고 따뜻한 커피를 내리고 식빵을 구워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식빵을 구운 다음 그 위엔 저번에 산 부드러운 치즈를 한 장 깔고, 블루베리 잼을 듬뿍 발라먹어야지!' 하는 마음속으로 작은 계획을 세웠다. 지겹고 우울한 계획이 아닌 나만의 작고 설레는 계획이었다.

뜨겁게 예열한 오븐에 식빵을 한 장 넣고 굽는다. 노릇해지면 꺼내 식힘망에 얹고 그 위에 바로 치즈를 얹는다. 뜨거운 빵에 치즈가 살짝 녹아 빵에 착 달라붙는다. 방이 적당히 식었다면 좋아하는 잼이나 콩포트, 스프레드를 발라 완성. 달콤한 빵은 우유가 제격이니 따뜻한 카페오레를 만들어 먹었다. 치즈 대신 버터를 두껍게 발라도 좋고 생크림이나 리코타 치즈도 잼과 너무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최근에 리코타치즈와 블루베리 잼의 토스트가 먹고 싶어 져 주문한 블루베리 잼은 은은한 달콤함과 꽤 많은 알갱이에 너무 만족스러운 잼이었고, 심지어 패키지까지 맘에 든다.


나의 음식 습관이 하나 있다면, 꼭 흐린 날엔 달콤한 토스트나 샌드위치를 즐긴다는 것이었다. 노릇하게 구운 식빵에 잼이나 버터를 듬뿍 바르는 그 사치스러운 행위에 기분이 좋아진다. 우유나 두유를 넣은 커피나 밀크티와 함께 먹으면 축 쳐진 몸과 마음에 달콤함이 천천히 스며들어온다. 머리가 띵 해 질 정도의 단 맛보단 은은한 단맛을 선호하고 약간의 상큼함이 곁들여지면 더욱 좋다. 추천하는 조합은 리코타치즈와 블루베리 잼, 치즈와 살구 잼이다.


빵과 잼으로 그날의 기분이 좋아지는 일은 내가 생각해도 참 멋지다. 세상엔 수많은 빵과 잼이 가득하고 아마 절대 이 생이 끝나는 날까지 모두 먹어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살면서 흐린 날은 무수히 많을 테고, 그럴 때마다 맛있는 빵에 잼을 발라 먹을 상상만으로 이미 기분이 좋아진다. 오히려 새로운 빵을 발견하면,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흐린 날을 기다릴지도 모르겠다. 난 맑은 날보다 흐린 날에 먹는 것을 더 좋아하니깐.


통밀식빵 치즈 블루베리 잼



우유 식빵 치즈 파인애플 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