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사과샌드위치
긴 장마는 끝이 없다. 요즘의 날씨는 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내가 살고 있는 대구는 높은 확률로 비는 오지 않고 후덥지근하고 습한 흐린 날이 대부분이다. 아침에 일기 예보를 찾아보니 강수 확률 60프로다. 오늘도 아마 비는 오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대로 역시 비는 오지 않았고 구름이 가득 낀 흐린 날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더운 날씨에 습도가 높아 하루종일 몸이 축축 처지고 머리가 멍멍해진다. 마치 미지근한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기분이다. 아무리 차가운 커피나 탄산수를 마셔도 잠시 기분이 시원해질 뿐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요즘 자주 찾는 음식은 아무래도 비빔면이다. 매콤 새콤한 국수는 여름철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 요즘 마트에 가면 여러 종류의 비빔면이 많아 고르는데도 한참 걸린다. 한 묶음에 4개 정도가 들어있어서 올해도 시중에 나와있는 비빔면은 아마 다 맛보지 못할 것 같다. 얼마 전엔 메밀 비빔면을 샀는데 그다지 취향에 맞진 않는다. 오늘도 저녁은 비빔면을 먹을까, 생각했는데 입에 안 맞는 이유 때문인지 오늘은 오랜만에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나의 사랑 샌드위치.
비빔면에 넣으려 했던 양배추를 얇게 채 썰어 전자레인지에 1-2분 정도 데운다. 그러면 양배추의 수분이 빠져나오는데, 물을 빼내고 냉장고에 차가워지게 두면 오독오독한 식감이 된다. 얼마 전에 산 초록 사과도 비슷한 굵기로 썰어 함께 샐러드로 만들었다. 마요네즈와 홀그레인 머스터드, 꿀, 소금, 후추, 레몬즙까지 넣어 새콤한 소스를 만들어 넣었다. 견과류가 듬뿍 들어있는 통밀 식빵을 오븐에 구웠다. 한쪽엔 치즈를 올렸다. 왠지 치즈는 흐린 날 더 먹고 싶다. 바삭해진 식빵에 양배추 사과 샐러드를 듬뿍 얹으면 완성. 여름엔 누가 뭐래도 역시 간단한 샌드위치가 최고다.
오독한 양배추와 아삭한 사과가 잘 어우러진다. 치즈의 짭조름함이 있어 꿀을 넣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원래 햄 같은 고기가 들어있는 샌드위치는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단순하게 재료의 맛이 잘 느껴지는 요리법을 선호하고 여름엔 생야채를 이용한 샌드위치를 더 자주 먹는다. 입맛이 없어도 샌드위치는 술술 잘 넘어간다. 마요네즈와 레몬의 조합은 언제나 환상적이다. 고소하고 느끼한 마요네즈에 상큼한 레몬은 찰떡궁합이어서 늘 추천한다. 양배추에 사과도 좋지만 참외, 복숭아, 자두 등 여름철 과일은 모두 잘 어울린다. 비슷한 듯 다른 식감과 과일 특유의 상큼하고 달콤한 맛은 어떤 조미료보다 최고의 맛을 내어준다.
속재료가 흐르지 않게 샌드위치 끝을 잡고 한입 크게 베어 먹었다.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좋은 여름 샌드위치다. 더운 여름 낮, 샤워를 하고 대나무자리 위에 앉아 선풍기 바람을 쬐며 아이스티와 함께 먹는다면 그 보다 더한 행복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눅눅하고 멍멍한 기분을 양배추를 씹으며 날려버렸다.
사람은 하루종일 다양한 일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 맛있는 걸 먹는 일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하나의 소울푸드가 아닌 상황별로 골라먹을 소울푸드를 여러 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럴 땐 이거, 저럴 땐 저거라는 식으로 다양한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면 나는 무너지지 않고 조금 힘들어도 잘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날씨에 꽤 큰 영향을 받는다. 요즘처럼 비가 자주 와 해를 잘 볼 수 없는 날, 아삭하고 싱그러운 음식으로 눅눅해진 몸과 마음을 잘 달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