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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gi Nov 02. 2023

지난 10월

 11월이 되었다. 지난 10월을 돌이켜보았다. 뭔가 되게 힘든 한 달이 지나간 듯하다. 추석 황금연휴로 시작한 10월은 굉장히 어수선하게 시작되어서 마음이 붕 뜬 채로 끝났다.


 10월 첫날부터 오래된 친구들과 다툼이 있었다. 욱함과 그동안의 서운함이 터져 나왔다. 오래되면 될수록 서로를 이해하기보단 더 많은 것들이 마음에 쌓인 다는 것을 알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늘어가고 그걸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져 갔다. 조금은 서로 이기적이었을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생각보다 많이 생각은 안 나고 후회도 어릴 적보다 덜 한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요즘이라 그런 거 같은데 그걸 느낄 때면 조금 쓸쓸하기도 했다.


 가게에서 밥 주는 고양이가 고양이별로 돌아갔다. 길거리 생활을 하던 그 아이는 11월이면 만난 지 1년이 된다. 그 1년을 기억해서 작은 축하를 해야지, 했는데 먼저 떠나버렸다. 주변이의 도움으로 마지막을 보내 줄 수 있었고, 그래서 참 다행이고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잘해주었으면 좋았을까, 내가 퇴근을 늦게 했다면 미래가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보고 후회도 가득 밀려왔다. 항상 출근 시간에 맞춰 가게 앞에서 기다리던 그 아이가 없는 곳으로 출근을 하는 길이 지옥이었다. 출퇴근마다 울며 그리워했다. 야속하게도 없는 삶은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잊지는 않았지만 괜찮아져 가는 게 되게 미안했다. 난 널 잊지 않았어! 다만 넌 여기서의 힘듦은 잊고 고양이별에서 즐겁게 살아가길 바라.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동종업계의 여러 사람들. 이때껏 사람들과 교류가 적었던 나여서 이런 일은 참 흔치 않았고 되게 어색했다.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힘든 점과 고민을 나누었다. 다 비슷한 고민과 힘듦이 있다는 것에 안심이 들다가도 각자 멋진 이벤트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이 멋져 보이고 부러웠다. 나에겐 좋은 자극이 되는 만남이었다. 이런 모임을 할 때면, 순수하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 꼭꼭 숨어있어서 잘 만나기 힘든데 이렇게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잘 이어져나가길 바란다.


 그러면서도 여러 사람들을 만났는데, 좋은 사람 10명에 1명이 별로여도 우울하고 피곤한 마음이 길게 간다는 사실. 얼른 마음을 튼튼히 먹자.


 고양이가 떠나고 되게 많은 사람들이 그 아이를 그리워해주었다. 나의 상상이상으로. 다들 각자 이곳에서 내가 모르는 고양이와의 작은 추억이 있겠지. 이런 좋은 기억은 우리도, 고양이도 잊지 않고 잘 간직하길 바란다.


 아무튼, 11월도 잘 부탁해,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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