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 복수

by moonrightsea

'반짝반짝.. 음~~ 아... 쪽쪽..... 사랑.... 해..... 애....'


" 야 일어나라고."

연우가 나를 흔드는 바람에 나는 잠에서 깼다. 하아. 꿈속에서 그렇게 찾던 도서관남을 만나 정말 행복했는데 말이야.... 이런 ㅇㅁ니ㅏ어ㅣㅎㅇㅎ;ㅏㄹㄴ미;ㄴ;ㅁㅇㅁㅇㅁㅇㅁㅇㅁㅇㅇ;


" 아. 왜에에에."

" 너 왜 집에 안 가고 거기 누워 잤어?"


와 적반 하장도 유분수지. 도대체 왜 내가 누구 때문에 집에도 못가고 허리 아프게 이 맨바닥에서 웅크리고 잤는데... 왜 하필 저 타이밍에 내 단잠을 깨우고... 지랄을... 와. .. 우씨.


" 그거야 어제 너무 늦어서 그렇잖아요. 오빠 때문에!"


" 아니 그럼 알람이라도 맞춰야 하잖아. 어서 준비해 나가게. 너 때문에 지각이다. 젠장."


이렇게 말하며 그는 수건으로 머리를 털털 말려댔다. 그러며 내게 고개를 연신 휙휙 돌려댔다.


나는 바닥에서 일어나 터덜터덜 대며 화장실로 가서는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하고 나와 물을 한잔 마시고 그를 노려 봤다.


" 아니. 집에 못 가서 화가 나는 건 난데 왜 나한테 화를 내요?"

" 야. 내가 이리 정신 줄 놓고 있은 적이 없는데... 암튼 운전해. "


" 헐. 어이 없어. 정말. 아주 밤낮으로 부려 먹네."


어제 그를 데려다준 옷 그대로인데 그것도 야구모자에 청바지에 그냥 흰 티에. 여름이 다와 가는 이 시점에 어제 입은 이 옷을 또 입고 학교를 가야 하다니. 그것도 아침부터 대리 기사노릇을 하면서. 나는 씩씩 거리며 현관으로 가 운동화를 신으며 막 구시렁대는데 갑자기 연우가 손을 쓱 내밀었다.

" 뭐에요?"




" 돈"

" 돈? 무슨 돈?"

" 숙박비"

" 응?"


" 무전 취식했으면 돈을 내놔야지. 5만 원. 아 얼른. 나 지각이래도. 내놔."


그렇게 말하며 내게 손을 내민 채 그는 서둘러 신발을 신었고 그런 그를 노려 보며 발딱 일어나 현관문을 잡았다. 그리고 나가려는 그를 막아섰다.


" 아니 어제 줬으면 준 거지 뭘 달라고 그래요?"

" 아 말했잖아. 무. 전. 취. 식. 5만 원."


그렇게 기어이 5만 원을 뺏기고 차에 올라서도 분에 풀리지 않은 나는 운전을 하며 연신 구시렁댔다.


" 아니 숙박비가 3만 원이면 3만 원이지 5만 원은 또 뭐야. 무슨 냉수값을 2만 원이나 받고 말이야. 칼만 안 들었지. 완전 날강도야 날강도. 그래 놓고 뻔뻔하게 아침부터 태워다 달라고 하고 어제는 머 변수가 어쩌고 저쩌고.. 구시렁 구시렁..."


그는 듣는지 마는지 연신 시계를 보며 무표정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러다 그가 근무하는 병원 앞에 도착하자, 내게서 뺏은 5만 원에서 2만 원을 빼서는


" 여기요. 대리기사님.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1만 원은 팁입니다. "


이렇게 말하고는 윙크를 하고 가는 것이 아닌가. 입에서 ㅁㄴ임ㅎ;ㅏㅓㄴ아ㅣㅇㅎ;ㄴ;ㅁ히잏;ㄴㅇ;ㅣㅁ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이 화를 어떻게 감당할지... 으으으으으으으으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는 내 분에 못 이겨 결국 병원 입구에서 조금 벗어나자마자 차를 세우고 차 안에서 고함을 질렀다.




분명 나는 그럴 의도는 없었다.

나는 내 본분을 잊지 않고 있었다. 나는 대리기사고 맞지. 나는 분명 만약에 말이지. 진짜 만약에 불가 항력적으로 차가 정말 정말 꼭 필요한 경우라면 연우에게 전화를 해서 사정을 차근차근 조곤조곤 설명을 하고 그리고 그에게 정중히 부탁을 하고 허락을 받은 후에 그의 차를 빌려서 몰아볼 예정이었다. 특히 오늘처럼 부득이하게 학교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우. 때문에 지각할 때는.


하지만. 분명 그랬는데 분명 그랬거든.


내가. 근데 아침부터 대뜸 화를 내지 않나. 냅다 줬던 돈을 뺏지 않나 대 놓고 나보고 부랑자 취급을 하지 않나 이건 뭐 그래... 전쟁이다 전쟁. 칫.


그렇게 나는 그의 차를 몰고 미친 듯 달렸고 지나가다 마주친 속도위반 카메라마다 이쁘게 브이표를 날리며 달리고 달려 신나게 달려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결국은... 그래 난 수업을 들으러 갔다. 휴우. 내가 갈 곳이 어딨 으랴. 그래 학교뿐이지. 도서관 앞에 주차를 하고 급하게 수업을 듣고 다시 나는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음. 차는 안전하군. 다행이다. '


그리고 다시 도서관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연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 내 차를 아니 내 차는 아니지만 연우차를 긁거나 흠집 내거나 손대는 건 아닌가 음... 응? 잠시만 그렇게 되면 그는 어떻게 할까? 오늘의 반응으로 봐서는 음... 난리가 나겠군. 그럼 그는 아마도 내게 피해보상까지 청구할 수도 있으리라 예상된다. 그의 성격으로는. 안된다. 그건 좀... '


두 손바닥을 창에 붙인 채 뚫어져라 창을 바라보며 혼자 고민에 잠겨 있는데 누군가 곁에서 말을 걸어왔다.


" 누가 쫓아와요?"

" 헙"




이게 누군가. 나 지금 꿈꾸나. 아니지. 내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왜 영화에서는 이런 때 막 꽃비가 내리고 주변이 막 반짝이고 빛이 나고 하지 않던가. 딱 그랬다. 그의 주변으로 햇빛이 반짝이며 쏟아지고 그러니까 연우가 나를 깨우기 전 보았던 그 장면이 막 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여자친구는?"


아 나 미쳤나 보다. 그 순간. 나는 내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왜 그에게 한 첫마디가 저 말이지? 허구많은 말들 중에 왜 생각이란 게 없는지. 내 머리가 고장 난 게 분명했다. 이성적이고 냉철하고 나름은 상황판단이 빠르고 명확하다고 생각해 왔던 나인데 주제파악도 명확하다고 자신해왔던 나인데 그런 나는 도대체 어디를 가고 무슨 낯짝으로 이런 막말을 내뱉은 건가.


그는 내게 방긋 웃어 보이더니 책상 위 올려두었던 내 노트에 전화번호를 적어두고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한마디 말도 더 보태지 않고 등을 보인 채 그냥 그렇게 돌아서 나가버렸다. 하지만 나는 그를 잡을 수 없었다. 아. 이 쪽팔림을 어떻게 만회하지. 내 몸에 남자의 피가 흐르나? 난 누군가.


그가 그렇게 나가고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그대로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가 적어준 전화번호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전화를 하란 말인가. 여자 친구가 없다는 말인가. 도대체 그의 이름은? 그는 어디살까? 대학생? 대학원생? 근데 나는 왜 그딴 걸 물어봤을까? 온갖 생각에 정신이 없는데 전화는 미친 듯 진동한다. 연우다. 무음 모드.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연이은 수업에 리포트에 미친듯 도서관을 지나 본관을 오갔다가 다시 단대를 갔다가 겨우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찌 지나갔는지도 모를 하루가 벌써 저물어 가고 있었다.




오늘 나 정말 대형사고를 정말 가지가지로 저지르고 다니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자알 생각해 보면 분명 나는 아침부터 정신 줄을 놓은 것은 맞는 것 같다. 시계를 보니 다른 때 같으면 알바를 하러 갈 시간인데 아직 구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 돈도 없는데... 범칙금도 갚아야 하는데... 나는 그렇게 차를 도서관 앞에 세워둔 채 학교 앞 상가 거리로 향했다.


한참을 돌고 또 돌고 몇 바퀴를 뒤지다 겨우 편의점 알바 자리를 하나 구했다. 수업을 마치고 바로 알바를 하고 막차를 타고 집으로 가면 되는 자리. 거기에 곧 방학이니 오전에 할 알바를 알아보고 다시 구하면 어쨌든 2학기 등록금까지 걱정은 안 해도 될만한 자리로 다시 알아봐야 했다.


방학 때는 시간이 되니 낮에 조금 더 오래 할 수 있는 자리를 알아봐야 하고 일이 고돼도 돈을 많이 주는 곳이 필요했다. 여느 때 같으면 매학기마다 학교를 다니며 틈틈이 오후알바를 하고 방학 때 풀 알바한 돈과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거의 비슷하게 생활비까지 가능했지만 1학기를 거의 운전연습한다고 온통 날리고 거기에 연우에게 진 빚도 있었다.

게다가 오전에 봤던 그 묘령의 남자한테 한 눈이 팔려 온통 도서관에서 짱 박히는 바람에 돈이 부족한 건 사실이었다.


'무슨 알바를 할까.'


고민하며 걷는데 대학가 앞 한참 이어진 원룸촌 사이 4층 모텔 입구에 '알바구함'이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냉큼 들어가,

" 저 아르바이트비 얼마예요?"


그러자 주인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해 보이시는 아저씨가,

" 누가 할 건데? 설마 아가씨가 할 건 아니지?"


" 제가 하려고요. "

" 안돼. 너무 위험해. "


" 왜요?"

" 아 글쎄. 안된대도. "




그렇게 퇴짜를 맞고 다시 나왔다. 아. 어떻게 하지. 고민하던 차에 핸드폰 불빛이 반짝반짝 거렸다. 전화를 보니 응? 모르는 번호인데?


" 여기 봉천동 파출소인데요. 신고가 접수돼서 연락드립니다."


"하아. "

나는 하늘을 보고 긴 한 숨을 내 쉬었다.


" 네. 죄송합니다. 제 여동생이 바쁘신 분들께 폐를 많이 끼쳤네요. 죄송합니다. "

연우는 연신 죄송하다며 사과를 드렸다. 사연은 그랬다.


연우가 차량 도난 신고를 해서 조사차 내게 전화를 했고 나는 파출소로 달려갔다.


아무리 자초지종을 설명해도 당사자가 와야 한다며 나를 놓아주지 않아서 그렇게 연우가 오고서야 나는 파출소를 나왔다. 파출소 문을 나서며 나는 그에게 키를 주었다. 사실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내가 저지른 일도 있어서 뭐라 할 말은 없기는 했다. 나는 화가 나 물었다.


" 도대체 어디까지가 오빠 시나리오예요?"

" 왜 이제 세상이 좀 무서워 보여?"


나는 순간 머리가 띵했다. 뭐지 이건?

" 가자. 술 한잔 하러."


그렇게 말하며 그는 나를 태우고는 한강으로 갔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맥주와 소주와 종이컵을 사서는 허구 많은 푹신한 잔디밭을 다 놔두고 이쁜 조명에 멋진 야경이 좋은 곳을 다 놔두고 그렇게 시멘트 바닥, 바로 앞에 한강이 보이고 바로 옆에 성수대교가 보이는 자리. 바로 저 다리만 넘어가면 우리 집이 근처인 곳. 그곳에 연우는 자리 잡고 앉았다. 나를 옆에 억지로 앉혀 두고.


' 도대체 뭐하자는 거야?'


그렇게 앉아 그를 열심히 노려봤다. 하지만 그는 나의 이 따가운 시선은 안중에도 없이 한강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슬슬 내 머릿 속에는 연우의 머리에 다 메스를 대서 열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저 머리에는 뭐가 든 것일까. 무슨 생각으로 나를 이 곳에 데려 온 것이지?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인가?'


한참 궁금함이 온통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곧이어 머릿속에 물음표가 동 동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 무심히 앉아 있던 그는 종이컵에 소주 반을 따르고 맥주를 붓고는 나에게 건넸다.


나는 벌컥벌컥 한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러자 연우가 다시 내게 소주 반에 맥주를 채워 주었다. 나는 또다시 한 입에 털어 넣었다. 이런 나를 보더니


" 안 되겠다. 또 필름 끊길라."


그러더니 술을 한강에 부어 버렸다. 그리고는 내게,


" 아직도 분이 안 풀려?"

"...."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이딴 짓으로 하루 종일 나를 괴롭히고 있는지. 왜 나를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목구멍까지 차 올라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었다. 그래서 막 말하려고 어떤 말이라도 하려는 참인데 그가 입을 열었다.


" 내가 근무하는 곳에 있다 보면 가끔 이 곳에서 방금 너처럼 그렇게 술을 먹고 저 한강에 뛰어들어 실려 오거나 아니면 저기 보이지? 저 곳에서 뛰어내려 오는 사람들이 있어. 그럼 그 사람들을 나는 미친 듯 숨이 안 넘어가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쨌든 살리려 들거든. 그러다 운이 나쁘면 어떤 때는 내 그런 간절함과 달리 명운을 달리하는 분들도 계셔.


살아가다 보면 결국에는 돈이고 사람이고 다 길이 있는데 그렇게 정해 진 길이 있는데 말이야.


하루에도 수십 명이 그렇게 허망하게 목숨을 잃기도 하지. 때로는 원하지 않게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누군가에게 해를 당해서도 와. 그런 사람들을 매일매일 사투를 벌이며 치료를 하다 보면 어떤 때는 화도 치밀고 어떤 때는 넋도 나가고 어떤 때는 진도 빠져. 그러다 그런 날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새 그런 소중한 삶도 인생도 그들이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것들. 뭐. 꿈. 돈.... 그게 뭐든.


아무튼 허망한 생명이 안타깝게 보내 버린 하루가 너무 간절함을 아니까 더 나를 독하게 만들거든. 악착같이 만들어. 나 스스로 꿈을 가지고. 중심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도록 말이야. 근데 그것조차 일에 치이고 지치다 보면 자주 잊게 돼. 그래서 세상이 참 무섭더라고. "


" 오빠 무슨 일 있어요?"


" 야. 지금 너 걱정하는 거잖아. 내가. 이 꼬맹아."


" 응?"



내가 이건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 너. 너 말이야. 너는 어떤 사람이든 너무 몰두하는 경향이 있어. 너를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 네가 속을 보여준 그 하나하나 한테 지나치게 몰입하는 경향이 있어서. 정말 앞 뒤 안 가리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이득도 가리지 않고 네가 상처받고 힘든지도 모른 채 말이야. 그렇게 꽁꽁 너 혼자 싸매고 있다고. 알아듣겠어?"


그의 말이 맞기는 맞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그런 줄 아니까 애초에 사람들과의 관계를 피해온 거고 친한 사람들과 관계가 깊어질수록 너무 힘들어졌다. 내 마음이 너무 아팠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 오빠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긴 해요. 뭐 다 맞지는 않지만. "


" 어쭈 꼬맹이 주제에 어른이 진심으로 충고하면 좀 새겨 들어.흐름 좀 끊지 말고."


" 칫. 어른은 무슨. 고작 몇 살 차이 난다고. 그리고 나 꼬맹이 아니거든요? 나 오늘 복수도 했어요."


" 뭐? 보... 복수?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야? 네가 뭔 복수를 해? 니 성격에? 누구한테?"


" 흥. 으흐흐흐."


" 뭐지? "


" 이 히히히히히"


" 뭐야. 설마... 너. "


" 크크크크크크 크큭"


" 그 사람이 나야?"


"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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