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와 감시의 차이
서우는 말끝을 흐렸고 그런 그녀를 나는 운전을 하다 흘깃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은 듯
몇 번째 방문인지 이제는 손에 꼽히지도 않겠지만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녀의 향기다.
집 입구부터 은은히 풍겨져 오는 그녀만의 향기는 집안으로 들어서면 더 선명히 느껴지곤 했다. 마치 꽃 향기 같은 그녀의 향기는 가끔 침대에 누우면 포근히 온몸을 감싸기도 하고 때로는 식탁에서 편안한 마음이 들어 한껏 여유도 부리게 만든다. 그래서 금방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공간.
어느새 쾌쾌했던 내 캠핑카의 그 내음들이 뇌리에서 잊힐 만큼 그녀의 향기는 내 머릿속에 깊이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 후훗. "
마치 어제 여기서 자고 나온 사람 마냥 익숙하게 샤워를 한 후 서우가 건네준 여름 반바지 수영복을 입고 그녀가 건네준 미군용 티를 입고 나는 식탁에 앉았다. 어느새 식탁에는 맥주와 소주 그리고 치킨이 올려져 있었다.
" 이런 날은 치맥이라면서요?"
먼 길을 운전 한 덕에 그새 점심 겸 저녁으로 먹었던 곱창은 어느새 눈 녹듯 뱃속에서 사라진 뒤였고 어떻게 내가 출출할지 알고 시켜뒀는지 역시 밤에 먹는 치킨은 진리였다. 혼자 먹으라는 말도 없이 허겁지겁 먹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서우는
" 항상 느끼지만 음식을 참 맛있게 드시네요?"
" 아 어렸을 때 항상 다리는 형차지였어요. 집안의 기둥이니 뭐니 해서 아버지 드리고 형 먹고 나면 저는 늘 날개나 뭐 그런 거 먹어야 했거든요. 그래서 제 손으로 치킨을 사 먹기 시작해서는 늘 다리부터 뜯죠. 치킨은 다리가 제맛이잖아요?"
" 후훗. 뭐든 맛있게 드시니 대접하는 입장에서는 좋아요. 짠~"
그렇게 서우가 건넨 잔에 나도 잔을 부딪히며 혼자 신이 나서 한 모금에 쭈욱 들이킨 뒤
" 캬아~서우 씨는 내일 출근해요? 토요일인데."
" 내일은 연차를 썼어요. 토요일이긴 한데 원래라면 근무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모처럼 주말이라 저도 좀 지쳐서요. "
" 아 잘됬네요. 그럼 내일은 근처로 드라이브라도 가실래요?"
" 음. 전 내일 운전 연습을 할까 해서요. "
" 미국에서 면허증이 있지 않으셨어요?"
" 있었죠. 하지만 국내에서 운전하는 건 안 해봐서. 내일은 학원에 가서 등록을 하고 한번 시도해 볼까 하고요. 길이 익숙지가 않고 출퇴근은 회사에서 차가 있어서 별 필요성을 못 느껴왔는데 한국에서는 서울을 제외하고는 차가 필요하네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지방에서는 쉽지 않고요. 무엇보다 계속 휘우씨에게 신세를 지기도 미안하고요."
" 신세라뇨. 오히려 아직 한국문화도 잘 모르고 길도 익숙지 않은데 섣불리 운전하는 게 더 위험할 수 있죠. 운전이 필요하시면 제가 시간 날 때 도와드릴게요. 주말에는 안 그래도 별 일도 없는데. "
" 그렇게 시간을 뺏기에는 휘우씨 개인 생활도 있을 텐데..."
" 괜찮습니다. 뭐 캠핑카에 가지 않으면 한동안 저도 한량에 가까워요. "
" 그럼 내일은 차드라이브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 얼마든지요."
" 낯선 곳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든든할 줄 몰랐네요. 고마워요. "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잔을 건넸고 나는 기쁜 마음에 또다시 쭈욱 혼자 원샷을 했다. 그러자 서우도 기분이 좋은지 한잔 원샷을 했다.
" 아 그 테일러스위프트라는 가수 노래요. 어떤 곡을 좋아하세요?"
" 들려 드릴까요? 보통 집에 오면 가끔 음악을 틀어 놓고는 하는데 잠시만요. "
그러더니 그녀는 어느새 거실로 가서 작은 스피커를 가져와서는 식탁에 올리고는 스마트폰으로 곡을 검색해서 음악을 틀었다. change가 흘러나오자 그녀는 조금은 흥이 오른 듯 어깨를 들썩이며 이리저리 몸을 흔들거리며 잔을 들어 흔들거리다 다시 한잔했고 이내 소주를 조금 과하다 싶을 만큼 붓고는 다시 맥주를 채워 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왜 그랬을까.
왜 갑자기 그녀가 그토록 빛나 보였을까. 식탁 등 아래 그녀는 너무나 여유롭고 자유로우며 편안해 보였다.
나는 손에 들었던 맥주잔의 술을 또다시 쭉 원샷을 하고는 식탁을 잡고 몸을 앞으로 쭉 뺀 뒤 그녀의 턱을 당겼고 그녀가 나를 바라보자 그녀에게 내 몸을 최대한 빼서는 그렇게 입을 맞췄다.
그 순간.
그녀의 두 눈은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봤고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웃으며
" 너무 놀라지 말아요. 나도 이런 내가 당황스러우니. "
그렇게 말하며 나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녀도 가만히 눈을 감았다.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그녀의 떨리는 볼.
가만히 그 볼을 어루만지자 그녀의 손길이 내 손위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