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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rightsea Oct 16. 2023

#1-21. 다섯 번째 별

보호와 감시의 차이

"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뭐가 그리 심각해요?"

" 아.. 그게.. 일반인이 알면 안 되는 이야기이긴 한데..."

서우는 말끝을 흐렸고 그런 그녀를 나는 운전을 하다 흘깃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은 듯 

" 말해봐요. 뭐. 이제껏 같이 있으며 온갖 상황을 겪었는데  다는 못 알아 들어도 들어줄 수는 있잖아요. 그리고 아까 CCTV와 관련해서 감시당한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조금 알아듣기도 했어요. "


" 음 미국에 있는 예전 제 사수에게 전화했었어요. 그 사람이 제가 여기 오는 것을 반대했었거든요. 한국은 아무래도 미국에 비해서는 국제 정세 불안하다 보니 개인 사생활에 대해 국가의 감시와 통제가 심한 편이라고...

아까의 상황을 이야기하니 못마땅해하며 화를 내서요. 그냥 편하게 미국인으로 살면 될 것을 고생길을 자처했다고... 한국에 항의하겠다고 해서 일단 못하게 하기는 했지만 되려 더 걱정거리만 만든 것 같아요.


한국에 오기 전에만 하더라도 저는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었어요. 미국도 파파라치들이 유명인들이나 공인을 따라다니면서 대중에 알려오니까 별 차이 없을 거라고 말이죠. 하지만 막상 오늘 제가 근무지를 이탈하고 감시를 당해보니 입장이 달라지네요. 제가 어떤 사고를 친 거도 아니고 개인적인 일로 이렇게 된 건데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우리가 목격한 것을 보면 분명 우리를 주시하면서 감시한 것 같으니까요. "


" 하하하. 그게 어찌 보면 그렇게 될 수 있겠네요. 제 캠핑카 위에 설치되어 있던 CCTV는 제 캠핑카 즉 제 재산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면 오늘 같은 경우는 IT강국인 한국이 그 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저희를 감시한 거란 말이죠? "


" 휘우씨는 그 순간에 어떻게 웃음이 나오죠? 그리고 그게 그렇게 엉뚱하게 해석이 가능해져요? "

서우는 다소 당황한 듯 나를 바라봤고 나는 운전을 하며 조금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그런 그녀를 재빠르게 바라봤다.


" 뭐 아직 요원들이 저희를 뒤따르거나 미행까지 하는 건 아니니 감시까지는 아닌 거잖아요? 그렇다고 달리는 차를 세워 서우 씨를 납치해 간 것도 아니니 어쨌든 서우 씨는 제 품에 그대로 보호받고 있는 거고요. "


내 말이 진심이 아님을 알면서도 서우는 농담이라도 서우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마음을 그제야 이해 한 건지 웃으며


" 그게 그렇게 되나요?"

" 아무튼 우리나라 치안이 안전한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는 더 첨단기술로 무장하고 있었던 걸 알게 된 거네요. 그리고 저도 곁에 있으니 너무 불안해하지는 마세요. 서우 씨. "


나는 그렇게 말하며 긴장한 듯 손톱을 입에 문 서우의 손을 끌어당겨 꼭 잡았다. 그러자 웬일인지 그녀는 이내 뿌리치지 않고 가만히 그 손을 바라보며 나를 한번 바라봤다.


" 보호받는다...?"

" 끄덕끄덕"

왠지 모를 뿌듯함.


강인하게만 보여왔던 그녀가 보여준 그 불안함에 파고든 나의 여유는 어쩌면 그녀에게 작은 도피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제껏 혼자의 몸으로 이 세상에 맞서 버텨온 그녀 앞에 나란 존재가 또 다르게 각인되는 거만 같이 느껴지는 순간. 왠지 모를 자신감마저 샘솟으며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마치 카메라에 의도적으로 찍히고 싶은 사람 마냥 속도를 한껏 더 내어 달리며.




" 누가 문 두드려도 절대 열어주지 마시고 오늘은 아무 생각 말고 푹 자요. 밤새서 책 읽는 것도 금지. 아셨죠?"


그녀의 집 앞에서 나는 그녀를 배웅하며 그렇게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그녀가 아파트 현관에 거의 다 들어가나 싶더니 이내 뒤돌아 내게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는


"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저 미안하지만 오늘은 그냥 휘우씨가 같이 있어주시면 안 될까요?"

' 아싸~~'


나는 마음속으로 내심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쓰며 애써 당황한 척,

" 아 그래도 어찌 제가 매번 혼자 지내는 여자 집에서 밤을 지새워요. 저도 알고 보면 남자인데... 서우 씨는 제가 두렵지 않으세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내 옷깃을 끌어당겼다. 그러며,

" 믿음을 달라면서요. 그 믿음... 드릴 수 있는 기회를 드릴게요. 오늘."


" 서우 씨가 그렇다면... 오늘은 저 정말 서우 씨를 지키는 사람으로 곁에 있겠습니다. "


몇 번째 방문인지 이제는 손에 꼽히지도 않겠지만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녀의 향기다. 

집 입구부터 은은히 풍겨져 오는 그녀만의 향기는 집안으로 들어서면 더 선명히 느껴지곤 했다. 마치 꽃 향기 같은 그녀의 향기는 가끔 침대에 누우면 포근히 온몸을 감싸기도 하고 때로는 식탁에서 편안한 마음이 들어 한껏 여유도 부리게 만든다. 그래서 금방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공간. 

어느새 쾌쾌했던 내 캠핑카의 그 내음들이 뇌리에서 잊힐 만큼 그녀의 향기는 내 머릿속에 깊이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 후훗. "

 마치 어제 여기서 자고 나온 사람 마냥 익숙하게 샤워를 한 후 서우가 건네준 여름 반바지 수영복을 입고 그녀가 건네준 미군용 티를 입고 나는 식탁에 앉았다. 어느새 식탁에는 맥주와 소주 그리고 치킨이 올려져 있었다. 


" 이런 날은 치맥이라면서요?"

먼 길을 운전 한 덕에  그새 점심 겸 저녁으로 먹었던 곱창은 어느새 눈 녹듯 뱃속에서 사라진 뒤였고 어떻게 내가 출출할지 알고 시켜뒀는지 역시 밤에 먹는 치킨은 진리였다. 혼자 먹으라는 말도 없이 허겁지겁 먹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서우는


" 항상 느끼지만 음식을 참 맛있게 드시네요?"


" 아 어렸을 때 항상 다리는 형차지였어요. 집안의 기둥이니 뭐니 해서 아버지 드리고 형 먹고 나면 저는 늘 날개나 뭐 그런 거 먹어야 했거든요. 그래서 제 손으로 치킨을 사 먹기 시작해서는 늘 다리부터 뜯죠. 치킨은 다리가 제맛이잖아요?"


" 후훗. 뭐든 맛있게 드시니 대접하는 입장에서는 좋아요. 짠~"

그렇게 서우가 건넨 잔에 나도 잔을 부딪히며 혼자 신이 나서 한 모금에 쭈욱 들이킨 뒤 


" 캬아~서우 씨는 내일 출근해요? 토요일인데."

" 내일은 연차를 썼어요. 토요일이긴 한데 원래라면 근무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모처럼 주말이라 저도 좀 지쳐서요. "

" 아 잘됬네요. 그럼 내일은 근처로 드라이브라도 가실래요?"


" 음. 전 내일 운전 연습을 할까 해서요. "

" 미국에서 면허증이 있지 않으셨어요?"


" 있었죠. 하지만 국내에서 운전하는 건 안 해봐서. 내일은 학원에 가서 등록을 하고 한번 시도해 볼까 하고요. 길이 익숙지가 않고 출퇴근은 회사에서 차가 있어서 별 필요성을 못 느껴왔는데 한국에서는 서울을 제외하고는 차가 필요하네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지방에서는 쉽지 않고요. 무엇보다 계속 휘우씨에게 신세를 지기도 미안하고요."


" 신세라뇨. 오히려 아직 한국문화도 잘 모르고 길도 익숙지 않은데 섣불리 운전하는 게 더 위험할 수 있죠. 운전이 필요하시면 제가 시간 날 때 도와드릴게요. 주말에는 안 그래도 별 일도 없는데. "


" 그렇게 시간을 뺏기에는 휘우씨 개인 생활도 있을 텐데..."

" 괜찮습니다. 뭐 캠핑카에 가지 않으면 한동안 저도 한량에 가까워요. "


" 그럼 내일은 차드라이브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 얼마든지요."


" 낯선 곳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든든할 줄 몰랐네요. 고마워요. "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잔을 건넸고 나는 기쁜 마음에 또다시 쭈욱 혼자 원샷을 했다. 그러자 서우도 기분이 좋은지 한잔 원샷을 했다. 


" 아 그 테일러스위프트라는 가수 노래요. 어떤 곡을 좋아하세요?"

" 들려 드릴까요? 보통 집에 오면 가끔 음악을 틀어 놓고는 하는데 잠시만요. "


그러더니 그녀는 어느새 거실로 가서 작은 스피커를 가져와서는 식탁에 올리고는 스마트폰으로 곡을 검색해서 음악을 틀었다. change가 흘러나오자 그녀는 조금은 흥이 오른 듯 어깨를 들썩이며 이리저리 몸을 흔들거리며 잔을 들어 흔들거리다 다시 한잔했고 이내 소주를 조금 과하다 싶을 만큼 붓고는 다시 맥주를 채워 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왜 그랬을까. 


왜 갑자기 그녀가 그토록 빛나 보였을까. 식탁 등 아래 그녀는 너무나 여유롭고 자유로우며 편안해 보였다. 

나는 손에 들었던 맥주잔의 술을 또다시 쭉 원샷을 하고는 식탁을 잡고 몸을 앞으로 쭉 뺀 뒤 그녀의 턱을 당겼고 그녀가 나를 바라보자 그녀에게 내 몸을 최대한 빼서는 그렇게 입을 맞췄다. 


그 순간. 

그녀의 두 눈은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봤고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웃으며


" 너무 놀라지 말아요. 나도 이런 내가 당황스러우니. "

그렇게 말하며 나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녀도 가만히 눈을 감았다.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그녀의 떨리는 볼. 

가만히 그 볼을 어루만지자 그녀의 손길이 내 손위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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