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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관 Feb 07. 2023

달리기와 명상

너무나도 비슷한 달리기와 명상, 둘 다 호흡을 기반을 해서 그럴까?

명상을 접한 것은 요가를 시작했을 때였다.




난 무언가를 시작하는 데에 다소 오래 걸리는 편이다. 조금 걱정이 많아서일까. 어떤 옷을 살 때에도 그렇고, 새로운 운동을 시작할 때에도 남들보다는 오래 고민을 하는 편이다. 요가도 그랬다.


2017년도부터 집에서 영상을 보며 혼자서 간간히 '남자를 위한 요가'를 접했었다. 왜 인지는 몰랐다. 그저 이끌림이 있었는데, 그렇다고 요가원에 갈 정도는 아니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선뜻 가기 애매한 감정이었다.


2018년도에는 졸업하기 전이었는데, 마지막 학년이라 실습을 다니며 회사원스러운 스케줄로 지내게 되었다. 그러면서 삶의 형태가 이전과는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퇴근을 하고서는 너무나 피곤한데, 또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기엔 아쉬운 평일이었다.


그 당시 프립이라는 어플이 등장하고 조금 유명세를 타면서, 조금은 쉽게 새로운 경험을 접할 창구 같았다. 그러면서 나는 자연스레 요가를 검색하고 있었다(검색만 몇 개월). 용기를 내어 요가원을 직접 가보고 한동안 요가에 심취했었다. 그리고 요가에 맞닿아 있는 "명상"에 눈을 살짝씩 흘겨보았다.




요가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그때 당시 명상의 한 순간이 있었다.


요가를 하며 명상을 하는 것은 요가선생님들의 가르침에 따라 진행되었고, 집에 와서도 궁금하여 한동안 책을 찾아보았다. 존 카밧진, 팃닉한 등 몇 개 책을 보다 보면, 얼추 혼자서 명상하는 법도 알게 된다.


그리고 몇 번 명상을 시도하면서 조금씩 집중을 하게 되었는데, 하루 그 순간이 찾아왔다.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침에 방에 혼자 앉아 타이머를 틀고 명상을 했다. 바른 자세, 방바닥에 앉아, 손은 무릎에, 손바닥은 천장을 향하게. 그렇게 숨을 쉬며, 숨에만 집중을 하며 머릿속을 비워내 보았다.


10분 타이머가 다 되었는데, 나는 눈을 뜨지 않았다. 명상을 멈추지 않았다. 소위 무아지경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숨과 나만이 존재하는 그런 상태로 한동안 호흡하고 명상하였다. 너무 평온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명상을 온전히 즐기고 난 뒤 나의 상태는 매우 맑고 집중력은 최상이었다. 샤워를 하는데, 그렇게 또렷하게 물줄기를 쳐다볼 수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런 명상의 한 순간을 경험하고, 나는 지금까지 꾸준히 명상을 하는 사람이다. 명상을 한다고 대단한 것 없다. 그저 나의 상태를 바라보고 힘들 때나 평온할 때나, 내가 차분해지고 나에게 몰입할 수 있는 하나의 툴(tool)이 생긴 것이었다.

처음 시작땐 몰랐지만, 요즘은 어플로 명상을 하고 있어요. 이름은 Headspace.


달리기의 한 순간도 초반에 찾아왔다. 소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상태를 경험했던 것 같다. 10km 달리기가 쉽지 않았을 그런 상태의 나 일 때, 사람들과 10km 달리기를 약속했던 적이 있었다. 5km를 다 같이 뛰고 나서 반환할 때는 각자의 속도로 달리기를 하자고 약속했다.


나는 5km 반환과 동시에 치고 나갈 수 있었다. 그날따라 컨디션이 좋았다. 평소의 속도보다 빠른데도, 숨이 차는데도 힘이 들지 않았다. 발구름과 호흡과 리듬이 그렇게 착착 맞아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정말 잘 맞는 오케스트라 공연날처럼(열심히만 연습한다고 오는 게 아닌 그런 운이 좋은 날).


그런 달리기를 할 때에는, 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달리기와 나만이 존재하고, 나는 달리기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순간이다. 마치 명상처럼.




달리기도 명상도, 나에게 좋았던 점은 아주 쉬운 방법으로 나의 정신을 깨우게 해주는 점이었다. 가끔은 회사일이 바쁘거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치거나, 어떤 일을 하며 정신이 없을 때. 그런 때에는 나는 달린다. 그리고 명상을 한다.


무척이나 다를 것 같은 성향의 두 가지 행위의 공통점을 뽑으라면, '집중'하고 '몰입'한다는 것이다. 10분이든 30분이든, 달리기와 명상에 몰입하는 그 시간은, 온전한 나를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다. 그리고 달리기와 명상을 하고 나면, 나의 머릿속은 비워지고 또렷해지면서 효율적이면서 온화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런 상태에서는 생산성 있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온화한 상태로 타인을 대하며 지내게 된다.


지금은 그 두 가지를 엮어서 러닝클럽에서 달리고 있다. 함께 천천히 달리고 호흡 명상하는 시간으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이 달리기와 명상의 비슷한 점을 직간접적으로 느낀 분들이 함께 해주고 있어, 무척이나 고맙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즐거운 기획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곁들여 볼 예정이다.


달리기 후 명상하는 친구들의 모습. 나는 서서 명상을 리딩하며 편안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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