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힐 같은 현현실 속한조한 조콤 쌉살했쌉쌀했던랜라
그녀와의 마지막 영화
영화가 시작하고 사방이 꽉 막힌 도로를 보니 그렇지 안하도 답답했던 마음이 더 죄어왔다. 나갈까 생각하던 찰나에 한 여자가 노래를 시작하며 그때부터 나는 나갈 생각 따윈 단 1초도 할 수 없게 된다. 그 꽉 막히고 답답했던 도로에서 모든 사람들이 펄쩍 펄쩔 뛰고 신나게 웃으며 차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펼치는 군무는 너무나 환상적이고 활기차 보여 보는 내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세트가 아닌 실제 도로 위에서 한 호흡으로 그렇게 찍었다는 게 너무나 놀라웠다. 마치 지루한 일상이 뮤지컬 무대로 변하는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 장면이 끝나고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무심히 현실로 돌아가는 그 모습이 기존의 뮤지컬 영화와는 다른 '신선함'을 주었다. 이러한 경계의 모호성은 뮤지컬 영화를 안 좋아하는 관객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이렇듯 하나의 신에 환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방식은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사실 뮤지컬 영화는 너무나 인공적인 요소가 강한 장르이다. 볼거리는 풍부하지만, 일상적인 연출 속에서 뮤지컬 장면이 나올 때마다 나로서는 손발이 오그라 들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인공성을 주제로 끌어드렸다. 비현실적인 꿈이라는 원뜻을 지니고 있는 라라 랜드처럼 일상생활에서 뮤지컬적인 비현실적인 꿈을 보여주는 라라 랜드는 달콤하지만 쌉싸름한 초콜릿 한 조각을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는 성공하지 못한 아웃사이더들의 고군분투와 사랑의 이야기다. 그러기에 자유로우면서도 위태한 두 사람이 그렇게나 격렬하게 사랑하면서도 끝내 둘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전제에 깔고 있다. 만나는 장면에서도 미아가 파티에 어울리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에 음악 소리에 끌려 들어간 카페에서 세바스찬을 만난다. 그때 세바스찬은 캐럴 연주나 하라는 사장의 지시에 따르다 못 참고 자신의 재즈를 연주하다 방금 잘린 상태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그래서 외로운 두 사람이 동질감을 느끼고 가까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의 심경의 변화에 대한 뮤지컬 장면은 첫 만남부터 마지막 헤어질 때까지 완벽하다. 특히 LA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서 미아와 세바스찬이 처음 춤추던 장면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첫 장면에서 세바스찬이 가로등을 도는 장면은 고전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를 연상시켰다. 이런 클래식의 클리셰가 어쩌면 현대의 느낌과 잘 어울리는지! 새삼 감독의 연출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마지막 플래시 장면... 그것을 보면서 환상적임에 감탄하면서도 이제 꿈이 끝나가는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두 주인공의 이야기 중에 "앞으로 우린 무얼 하면 되지?"라는 미아의 물음에 세바스찬이 "아무것도 할 게 없어 삶이 그냥 흘러가는 대로 기다리면 되지"라는 답을 한다. 그들은 사랑하지만 각자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길이 있기에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현실은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그것을 감독은 너무나 적나라게 보여준다.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인 천문대에서 첫 장면 후에 천문대는 마지막에 한번 더 나온다. 그때 주인공은 이런 말을 한다. "낮에 오니 별거 없군" 그렇다. 그 공간이 특별했던 것은 두 사람이 만나 춤을 추고 서로에게 빠져들었던 곳이기에 그렇게도 환상적인 곳이었던 것이다. 즉 공간이 특별한 게 아니라 둘이 만들어내는 환상적 분위기가 하나의 예술로 승화되어 그 공간이 특별하게 보이게 한 것이다. 다미엔 차 렐레 감독은 어쩌면 나와 비슷한 공유관이 있지 않는가 싶다. 사랑과 성공은 병행할 수 없다는... 전작 <위플래쉬>나 <라라 랜드>를 보면서 뭔가 감독의 모진 충고를 듣는 기분이었다.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꿈과 일을 포기할 수는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이 영화는 성공에 있어서는 해피 엔딩이고, 사랑에 있어서는 새드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