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터델루나 Apr 24. 2020

뜨거운 안녕-1

저질체력이여 안녕

유명한, 너무나도 유명한 미생의 장면과 명언이다. 이 드라마를 본 게 벌써 몇 년 전인지,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유학 생활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했던 게 무엇 때문이었는지, 나는 왜 이렇게 언제나 나를 실패하는 환경에 두는 건지 모르겠다.


오늘 오랜만에 페북을 봤다. 전에 내가 유학을 가는 것을 부러워하던 형이 어느새 사람들이 알아주고 네이버에도 나올 정도의 디자이너가 되어 있었다. 물론 나와 가는 길은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난 그 사람의 10분의 1도 이룬 게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차이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조금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나에 대한 반성, 초심의 돌아가자라는 다짐은 이미 페북에서 셀 수 없을 만큼 했다. 이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무너지지 않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말하고 지키려고 한다.


유희열의 뜨거운 안녕은 그냥 지금 내가 안녕하고자 하는 것들을 격렬하게 끊어내고 싶다 보니 뜨거운 안녕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서 유희열의 표지를 쓴 것뿐이다. 예전 같았으면 분명히 지금 내가 쓰고 싶은 글에 걸맞은 문구와 표지를 찾겠다는 욕심에 이 야심한 밤에 몇 시간을 찾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말한다. 이 글은 독자를 위한 것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힐링이자 다짐이자 선언으로서의 글들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라이크를 해준다면, 답글을 달아준다면 고마운 일이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고, 딱 그만큼만 글을 쓰려고 한다.


체력이 안되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겨워한다. 늦게 일어나니 아침을 먹지 못하고, 아침을 먹지 못하니 오전 내내 힘이 없다. 그러다 점심을 먹으면 많이 먹게 되고 식곤증에 오후가 멍하니 지나간다. 그러나 일을 할만할 때쯤 되면 퇴근할 시간이 된다. 저녁을 먹고 나가서 운동해야지 하는데 밖에 찬바람이 드세다는 이유로 미적대다 운동할 시기를 놓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잠이 오는데 초저녁에 잠을 자버리면 밤에 깨서 아침 늦게까지 잠을 못 잔다. 그러면 늦잠을 자고 그렇게 악순환은 계속된다.


일에 있어선 어떠한가? 지금 하는 일은 아버님을 도와서 건축설계를 하고 있는데, 오늘 하루에 끝내겠다고 한 일을 끝내 본 적이 없다. 집중력을 발휘하기엔 피곤해서 이다. 그리고 모텔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들어오기 전에 미리 레퍼런스를 많이 만들어 둬야 하는데, 이제 겨우 한두 개에 그쳤다. 왜냐? 그것을 하루 종일 붙잡고 있을 체력이 되지 않아서 이다. 마지막으로 인테리어 소품을 3d 프린터로 뽑으려고 하는데 아직 새로운 디자인과 모델링을 못했다. 주말에 해야지 하면서 결국은 피곤해서 자버리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 아깝다고 유튜브로 소프트웨어 강의를 틀어 놓으면 잠이 쏟아진다. 심지어 카페를 가도 안 되는 건 마찬가지이다.


마지막으로 연예조차 할 체력이 안된다. 누군가를 만날 기회도 적은데 그 기회를 만들 체력조차 없어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카페를 하는데, 이야기도 잘 통하고 사는 곳도 가깝다. 단지 체력이 안돼서 그 사람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여력이 없어 항상 일찍 카페 문을 나선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가시네요”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녀와 커피 시킬 때 그리고 나갈 때 한 마디씩 하는데 오늘은 그마저도 피곤하고 졸려서 인사만 겨우 하고 나갔다. 집에 돌아오면서 어찌나 나 자신에게 이다지도 실망스럽고 화가 나던지...


이 모든 것은 하나 체력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내 나이 40대이다. 이제는 정말 남아 있는 시간이 없다. 조급함의 차원이 아니라 게으름 필 그리고 핑계 댈 시간이 없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강행군을 하면 다시 또 똑같아진다. 내 몸도, 마음도 추슬러야 한다. 매주 가는 신경정신과 선생님은 우울증 치료 이전에 체력을 기르고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바이오 리듬을 견고히 하라는 숙제를 주셨다. 나머지는 그다음이라고... 위의 미생 그 이전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이런 말들을 들어오고 그때마다 달라지겠다고 선언을 했었는가? 하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했다. 이유는 하나다. 체력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아서 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매일매일 습관이 될 때까지 해야 할 일 딱 세 가지 첫째 하루에 6시간 자기, 둘째 하루에 만보 걷기, 셋째, 약 알람 설정해서 빼먹지 말고 먹기


매주 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효과가 있었다면 무엇을 했고, 어떤 책이나 자료를 취합했는지 공유하겠다.

지켜봐 달라.


 

매거진의 이전글 잠들지 못하는 나를 향한 위로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