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직장이 당신에게는 ‘벌’ 일지는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상’이다.
오늘 우연히 “갈 곳 없는 자들의 직장”이라는 글을 브런치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내용인즉은, 공사나 대기업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지루한 업무의 반복
그리고 내용보다는 형식으로 가득한 구조속에서 사회에서 뒤처질까 봐 불안해하는 후배를 달래는
그러나 현실에 대한 인지를 확실히 시키는 이야기다.
언뜻 보면 매우 현실적이고, 나름 고생을 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러나... 나에게 그의 글은 그 후배가 선배에게 한다던 투정에서 대동소이한다.
나름의 고생이 있겠지. 첩첩산중 시어미 같은 상사들, 오늘 업무 끝나고 어디서 술 한잔 하나의 시시한 고민
근데... 그런 것 마저 누리지 못하는 삶이 얼마나 불안하고 무섭고 괴로운지 그대는 모른다.
직장이 전쟁터라면, 사회는 지옥이라 누가 말했던가?
그래서 지옥에 살고 있는 내게 그 글은 그저 귀여운 투정이다.
당신은 그다음 달의 생활비를 못 벌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막막한 삶을 아는가?
열심히 일했지만, 결과적으로 물 건너간 프로젝트 때문에 벌이가 없어본 적이 있나?
그렇게 어렵게 일을 따고 죽어라 했는데, 상대방의 농간으로 돈을 못 받아 본 적이 있는가?
유학까지 갔다 온 사람이 잡상인 취급받으며 쫓겨난 경험이 있는가?
지금 이 순간도 다음 달 생활비를 어떻게 벌어야 할지,
또 미래의 수익구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 때문에 잠 못 이뤄 본 적이 있나?
40대의 나이에 아직도 생활비를 걱정해야 한다.
40대의 나이에 그날 저녁 어디 술집에서 한잔 하기보단 카페에서 무슨 일을 더해야 하나 고민한다.
40대의 나이에 일을 소개해준다는 사람의 전화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불안해한다.
40대의 나이에 연예도 결혼도 없는 쓸쓸함에 매일 밤 외롭고 괴롭다.
40대의 나이에 아직도 부모님에게 얹혀산다.
40대의 나이에 벌써 당뇨가 찾아와 생활을 조심해야 한다.
40대의 나이에 지긋지긋한 우울증 때문에 저녁 약을 먹어야 그나마 잠에 들 수 있다.
40대의 나이에 남들이 당연히 하는 결혼, 번듯한 직장이 없기에 친구들 만나기도 꺼려진다.
결국 나를 잠 못 이루게 만드는 것은 불안이며, 이 불안은 학습된 것이다.
이제는 무엇 때문에 불안한지도 모르게 삶의 모든 것이 불안으로 귀결된다.
그래도 살아보려고 나는 오늘도 걷는다.
누가 보면 그게 운동이냐고 빈정댈 정도로 작은 노력이지만,
이런 저질 체력에게는 잠들 수 있는 최소한의 요소가 된다.
당신은 안정된 직장을 벌처럼 괴로워 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상으로 보인다.
투정 좀 그만 부려라 행복한 자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