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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쿨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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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델루나 May 17. 2020

남자는 언제나 도망치고 싶은 존재일까?

<부부의 세계>의 남주 태오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남들이 본다고 해서 무언가를 보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이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도 처음에는 보지 않았다. 내 취향 하고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소개 영상을 보고, 김희애의 연기가 너무 놀라워


어떤 드라마이 길레 이 정도 인가 싶어서 보기 시작했는데,


놀랍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 취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는 도대체 저 둘은 왜 저리 죽자 사자 싸우는 것일까?


결혼을 안 해본 나로서는 이해가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그 이전에도 이혼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자극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드라마는 흔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정말 문자 그래도 피 튀기게 싸우는 것은 이 드라마가 유일무이 해 보였다.


원래 영국 드라마가 원제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한국적인 느낌의 드라마는 아니었다.


여주인공인 김희애(지선우 분)는 지나치게 완벽하고 한국에서 보기 힘든 커리어 우먼이었다.


그리고 이태오는 뭐랄까? 같은 남자이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그러한 캐릭터였다.


왜 저리 우유부단한 것인지, 왜 저리도 갈팡질팡 한 것인지, 이미 끝났으면서 또다시 찾아와


왜 저 난리를 치는 것인지, 개연성이라는 단어를 떠나서 난 저 남자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시간 때우는 드라마 보는데 그 주인공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까지 해야 한다는 게 솔직히


내키지 않았다.


극 중 지선우가 그런 대사를 내뱉는다. “자유분방한 이태오에게 그러지 못한 자기나 여다경은


끌린다. 그런 이태오를 떠받드들듯 보살피면 이태오는 사랑을 느끼지만 그것이 구속으로 느껴지는 순간,


이태오는 또 다른 탈출구를 찾게 된다”


정확한 대사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충 이러한 느낌이었다.


나는 평생에 한 명 만나기도 힘들어 이리 방황하는데, 도대체 저 인간은 저렇게 아름답고 완벽한 사람을


두 명이나 만나고도 아직도 저렇게 헤매는 것일까라는... 의문보다는 내게는 분노에 가까운 감정이


들었다.


그러다 드라마의 지선우를 문득 어머니로 대체해 보니 뭔가 이해가 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제 결혼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이다. 그러기에 지금의 울타리(어머니)에게서 다른 울타리(아내)로


옮겨가게 된다고 했을 때 그것이 생각보다 몸서리 쳐졌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렇다. 남자는 평생 여자에게 속박당하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어려서는 어머니께, 자라서는 여자 친구에게,


그리고 성장하면, 아내에게 속박당한다.


친구들끼리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남자는 여자에게 혼나려고 사는 것 같다고”


좋게 표현하면 보살핌을 받는다는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잔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


그 보살핌이 따뜻하고, 편안하고, 외롭지 않은 감정을 주지만 동시에 답답하고 불편하고 도망치고


싶은 감정 또한 주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마지막 회를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태오가 어떻게 될지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


그는 아마 죽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상황에서 유일한 탈출구이며, 그는 자유를 갈망하는 남자이기에


살아 있다고 해도 그건 아마 살아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마 이태오는 다시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하고자 할 마음이 없을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그는 그녀들이라는 감옥에서 탈옥하기란 불가능하다. 우리가 그러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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